"장애인부모로서 법원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

대전 지적장애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솜방망이 처벌에 단체들 강력 반발

등록 2011.12.28 14:51수정 2011.12.28 14:51
0
원고료로 응원

'대전지적장애여성 성폭력사건 엄정수사, 처벌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28일 오전 대전가정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여성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개 같은 세상에서 계속 살아야 합니까?"
"그 판사, 자기 딸이 1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어도 그렇게 판결을 내렸을까요?"

법원의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솜방망이 처분에 분노하는 장애인부모 및 장애인단체 회원들의 탄식이 28일 오전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앞 정문에서 터져 나왔다.

대전지역 55개 장애인·여성·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전지적장애여성 성폭력사건 엄정수사, 처벌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법과 사회정의를 무너뜨린 유전무죄 판결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러한 분노는 전날 대전가정지원 소년1단독 재판부가 지적장애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 16명 전원에게 보호처분 1호와 2호, 4호라는 사실상의 면죄부 판결을 내렸기 때문. 가해자들은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40시간의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1년 동안 매달 1회씩 보호관찰소에 나가 면담을 하면 된다.

이러한 법원의 '봐주기' 판결에 대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남숙 대전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16명의 남자 아이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여중생을 화장실과 옥상으로 끌고 다니며 했을 짓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며 "이런 식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면 뭐 하러 법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고서 법원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판사가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시계 1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이어 규탄발언에 나선 김순영 대전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은 이 사회가 여성장애인을 사람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며 "이런 개 같은 세상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제 정신이 아닌 판사가 대한민국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면서 "지적장애가 있는 어린 아이를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들이 아무런 죄과를 치르지 않고 이 사회에서 버젓이 살아가고, 우리와 함께 숨을 쉰다는 사실에 숨 쉬기가 싫을 정도"라고 분개했다.

이원표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가정법원으로 이 사건을 송치할 때 이미 어느 정도의 봐주기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 일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면서 "어떻게 그 흔한 사회봉사 명령마저도 내리지 않은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법원이 그릇된 판단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각성해야 할 기회마저 모두 날려버렸다"며 "이번 대전가정법원의 판단은 사법사상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비록 이번 판결로 모든 사법적 판단의 기회가 사실상 끝나 가해자들에게 법적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교조대전지부 "아무런 처벌 내리지 않은 교육청은 더 큰 책임"

한편, 전교조대전지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장애여중생 집단 성폭력 가해자 처리에 대한 대전시교육청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이라며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법원도 문제이지만, 법원에 계류되어 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은 교육청은 더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적장애여중생에게 집단 성폭력을 가한 학생들이 아무런 징계 없이 졸업을 한다면,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을 앞으로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라면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가해 학생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성폭행 #지적장애여중생 #대전가정지원 #여성장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시키는대로 일을 한 굴착기 조종사, '공범'이 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