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집단 괴롭힘, 가해학생·학부모·교사 공동책임"

집단 괴롭힘으로 정신분열병 얻은 피해 학생과 가족에 손해배상 책임

등록 2011.12.28 15:10수정 2011.12.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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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대법원 제2부는 고교 시절 집단 괴롭힘을 당해 정신분열병을 얻어 치료를 받는 김아무개(22)씨와 가족이 가해 학생 7명과 학부모, 학교 운영자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모두 연대해 578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신지체 2급인 김아무개씨는 2006년 강릉의 한 공립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바보'라는 놀림과 폭행 등 따돌림에 시달렸다.

2007년 10월 가을 소풍날 가해 학생들은 해수욕장에서 김아무개씨를 바다에 빠뜨릴 것처럼 장난을 쳐 놀라게 하고, 11월에는 난로에 데워진 뜨거운 동전을 줍도록 해 손가락에 화상을 입히는 등 김아무개씨를 괴롭혔다.

결국 김아무개씨는 2007년 12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입원과 통원치료를 거듭했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어 2009년 7월 보호자의 일상생활 관리·감독도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태의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김아무개씨를 괴롭힌 가해학생 7명은 폭행·상해 혐의로 입건됐으나 2008년 9월 춘천지법에서 소년법 적용을 받아 보호자 감호 위탁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김아무개씨는 집단 괴롭힘으로 학교를 더는 다닐 수 없게 됐다. 또한 아들에게 강릉의 안 좋은 기억을 잊게 하기 위해 서울로 이사 온 김아무개씨 가족은 "가해 학생들이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혀 현재 환청·환각 등에 시달리고 대인공포감의 불안정한 정서 상태 등 정신분열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가해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지휘·감독소홀 책임을 물어 강원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가해 학생 부모도 보호·감독할 의무 있다


1심인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이우재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가해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 모두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다"며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총 1억2342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해 학생들에 대해 "원고(김아무개씨)는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장애가 없는 학생들에 비해 정신 사회적인 스트레스에 취약한 점, 고교 2학년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또래와 관계를 중요시하는 시기여서 장애가 없는 학생이라도 다수의 학생에게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집단 따돌림 취급을 받는다"며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정신병이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정신분열증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 학생들은 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가해 학생 학부모에 대해서도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로서도 미성년자인 피고 학생들이 괴롭힘과 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보호·감독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돼 피고 학생들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할청도 당연히 책임져야

학교 감독 관청인 강원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담임교사도 가해 학생들이 원고를 가끔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들었고, 원고의 모친으로부터 '학생들이 괴롭히지 않도록 신경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은 적이 있다"며 "이에 가해 학생들을 불러서 질타하기도 한 점에 비춰 보면, 동료 학생을 괴롭히는 가해 학생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훈육하고 집단 따돌림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원고가 현재의 상황에 이르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담임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원고를 괴롭히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면서도 피고 학생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교장 및 교사들이 보호·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강원도는 교사의 사용자로서 지휘·감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자료에 관련해 "피고 학생들은 고교 2학년으로 적어도 동료 학생을 괴롭히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나이고, 또 가해 행위가 이루어질 당시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피해학생이 자살에 이른 경우도 있는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더구나 원고는 정신지체 2급 장애가 있어 장애가 없는 사람에 비해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가 취약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가해 행위를 해 원고가 정신분열이라는 병에 걸리게 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모친은 담임교사를 찾아가 신경 써줄 것을 수 회 부탁했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도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등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피고 학생들의 가해 행위와 교사들의 부주의로 결국 원고가 정신분열증에 걸려 입원까지 하고 앞으로도 2년 동안 꾸준한 치료를 요하는 점 등을 참작해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자료로 김아무개씨에게 1500만 원, 김아무개씨의 부모에게 각 1000만 원씩, 김아무개씨의 동생에게 500만 원을 산정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0민사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심과 같이 판단해 김아무개씨 가족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위자료와 손해배상 액수는 많이 낮췄다. 위자료는 김아무개씨에게 1000만 원, 부모에게 각 700만 원씩, 동생에게 300만 원을 산정했다.

아울러 1심은 김아무개씨가 향후 2년 동안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병간호하는 김아무개씨 어머니의 개호비 4239만 원을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을 5780만 원으로 인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집단 괴롭힘 #손해배상 #정신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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