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내일은 거짓이 법 심판 받을 것

[정치풍자소설 '대권무림' 49] 에피소드5 - 겨울이여, 유형의 겨울이여

등록 2011.12.28 16:17수정 2011.12.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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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재능을 무한한 우주의 공간에 펼쳐 놓지 않고 자신의 품 안에 가둬 버리면 제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빛을 잃는다. 종교의 의식처럼 자연을 떠나 신의 지평에 의식을 올려놓고 치르는 행위의 발현에는 절대 신에 대한 공경이 주인이 되는 몽환적인 제의의 대상이 있어 영혼의 유체이탈을 가능하게 만든다. 정치 무림의 세계에서도 좀 더 충격적이고, 자신의 의지에 핵을 찌르는 무언가 종교적인 주술이 섞여 있어 신화 속 영웅 같은 자신의 위치를 바라며 무공의 고수들이든, 무술의 공력이 전혀 없는 무뢰배들이든, 발을 담그길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겨울의 한 복판, 어둠이 길고 긴 제 그림자를 물어뜯으며 새벽을 부르는 시간. 잠 못 이루며 군불을 지펴 뜨끈한 아랫목에 반가부좌로 앉아 이엉 역어올린 초가의 흙벽 사이로 들어오는 외풍을 견뎌내며 아미타불을 염하던 원칙공주 근혜여랑위의 눈가에 본성자심(本性慈心)의 미소가 흘렀다. 북녘 하늘이 수용소군도의 밤을 일깨우는 사이 이몽룡의 옥반가가 생각나는 북조선인민공화방의 철혈태왕 선군타령 정일북로방이 무공은 정제하지 못하고 너무 잘 먹고 잘 놀다 그만 일찍 세상과 하직했다.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낙시민루락)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대한민주무림대국의 최대도방인 한나라방에 최대 위기가 찾아오고, 진정한 무술의 발견과 공력의 처절한 패배를 맞보며 이미 여러 도방들이 도장을 하나둘 떠나고 있었다. 남아 있던 도방들이 술렁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 이러다가는 새로운 혁신과 시민 무림과의 소통으로 재미를 보고, 통합된 간판을 바꿔 단 민주통합공방의 먹이가 될 것은 자명한 이치였으니, 도방들의 머리에 쥐가 나고 칼날에 녹이 스는 것은 지당한 논리였다.

도방들은 즉시 선나라인 여의 강호 한바닥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나라방 무예연구소에 모여 논의를 열었고, 당연히 구원투수인 여랑위의 처분에 몸과 마음을 의탁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처지가 된 자신들의 입지를 한탄할 뿐이었다. 여랑위는 난감했고, 주어진 책략대로 '원칙준수권'과 '철통보수권'을 대권무공대회 직전까지 연마하여 백성들에게 자신의 신묘한 무술을 전파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한나라방의 문제는 심각했고, 풍부한 제정으로도 산사에 깊숙이 은거한 도인을 삼고초려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새벽이 지나고 새파란 하늘에서 몽실몽실 소담스런 함박눈이 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랑위의 미간이 떨렸다. 눈은 하늘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처럼 수북이 내려 꽁꽁 언 대지 위에 풍년을 선사했지만, 한가하지 않은 도방의 풍비박산을 막아야 하는 여랑위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다 못해 불길이 자기 스스로 연소되고 있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라는 물음에 어느 선사는 '평상심이 바로 도(道)니라'라고 말했다. 미혹함과 깨끗해지려는 본능마저 놓아버리고 비로소 참된 무아지경에 이르는 것이 도의 본질이라고 할 때, 버리거나 놓아버리기는커녕 도리어 무언가를 잔뜩 어깨 위에 더 짊어져야 하는 여랑위의 마음은 결코 오뉴월 바람 같은 맑은 공기일 수는 없는 거였다. '번뇌와 욕망을 버리고 스스로 깨달은 성찰로 나는 일어서 새로운 쇄신의 깃발을 높이세울 수 있을까?' 절대 평정의 자세로 공력을 두둑이 쌓아 순수한 무림의 결정체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들이 도대체 있기는 있는 것인가? 차가운 북풍이 휘몰아치는 골짜기 초가의 한지 바른 창문을 열며 여랑위는 닫힌 공간이었던 한나라방의 폭풍을 잠재우고 열린 공간으로 나아가 깨끗하고 바른 자세로 우클릭의 도를 이룰 은자를 찾아 야단법석을 만들리라 다짐하며 일어섰다.


26에서 71 사이. 한나라방의 최대 도박이 실행됐다. 거대종파의 산본이자, 보통 백성들의희망이 담긴 무공과는 거리가 먼 공방의 특성상, 당연히 잘 먹고, 잘 살며 편안하게 가정교사를 두고 무공의 기초를 닦은 처사들이 기본이 된 비상대책무림청의 살림이 시작된 거였다. 이른바 '아생후살타' 비상무림청의 신설은 마치 북조선무림국의 호위총국처럼 비장했는데, 그 무림 제자들의 면면에 대한 세인의 입방아는 극과 극을 오갔다. 산업화 시대의 첨병 가늘고긴촉 종인삼공파라거사(김종인)의 '경륜이빠이권'이 주는 안정된 무림에서 지혜를 건지겠다는 의지와 패셔너블 준석클라세신공(이준석)의 '창조적파괴권'에서 참신한 감각을 수혈 받겠다는 생각까지.

세인들의 입방아에는 '참신하고 새로운 무공이 나올 거야'부터 '이런 된장. 그 나물에 그 밥이야. 이건 뭐 웰빙 공방, 부자 공방, 박사 공방이구만'이라는 냉소권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의 천하 나발통 여옥공녀도 한나발 던졌다.

"도당췌, 뭐가 민심이고, 쇄신이며, 비상무림청이야? 반 경술사에 좌큭릭공법 쫌 썩었다고 쇄신공방 돼? 이건 전형적인 물타기야. 웃겨 정말."

북조선인민국에는 철제군사 영호선국보위공(리영호)과 배후공작 성택실세창랑(장성택)의 비호(?) 아래 가관공자 정은소통자가 정일북로방의 장례를 주관하고 있었다. 대한민주무림대국에서는 정부의 협조 불가로 민간 대표로 간 통일지상대중천명검자의 여제 희호대중사랑 여사와 그 자제들, 그리고 현대여제 정은아산단청(현정은)과 그 휘하들만이 대신 조문을 가 정은소통자와 귀에 말을 주고받았다. 비록 '모든 인민들에게 쌀밥과 고기를' 이라는 모토 아래 자본주의적 경제 무림을 배우려 애썼으나, 선군 무림을 표방하고 군에게 필살의 무공만을 가르치며, 백성의 고혈을 철혈로 짜내 평생을 도락 했던 정일북로방의 이른 죽음은, 끝없는 무공의 완성을 위해서는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 미덕인가 하는 교훈을 주면서 유훈이라는 말만 회자시킨 체 역사의 뒤안길로 갔다.

양재고을에 위치한 한양교육집성방에서 열린 민주통합방의 새로운 맹주 선출 예선무술경연대회에서 작고한 서민 무림계의 황제 무현공의 투석권법과 진실공법을 이어받은 후예들이 숨겨진 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본선에 진출하는 사이, 한나라방에서는 많은 도방들이 기득이라는 도방의 간판을 걷어 들이고 또 다른 기득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안 나갈겨. 무림의회 쉴 거야. 그게 도방을 살리는 길이라면 기꺼이.' 희룡탐라방에 이어 원조하바드 정욱귀공자와 종로부사 박진한양거사까지 합세하니 일단 모냥세는 그럴 듯했다.

'나는 무림계의 진정한 꼼수다'를 표방하며 거침없는 언변과 가볍고 희화화된 권법으로 백성들의 허탈한 육신에 골수까지 시원함을 안겨줬던 꼼수지상 봉주마라총수(정봉주)가 BBK인지 비비크림인가를 잘못 발랐다는 죄명(?)으로 포도청의 고신 끝에 일 년간 의금부에 하옥됐다. 동시에 십년간 입과 몸을 봉쇄당하는 오지랖 묶어 내동댕이질까지 당했으니, 어허 통제라! 민주무림대국에 있을 수 없는 변괴가 생긴 거다.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내일은 거짓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이 한 사람의 구속으로 '비비크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면 나는 기꺼이 무림의 투사로서 의금부 그 차디찬 감옥에 하옥되어 콩밥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밖에서처럼 의금부 내에도 쥐새끼가 많을 것이니, 나는 당분간 감옥 안에 있는 쥐들을 다 잡아야겠습니다. 나는 의금부에서도 쫄지 않고 진실을 위해서 칼날을 벼릴 것입니다. 여러분 나는 검은 고양이 네로입니다. 나는 달릴 것입니다. 마라톤맨 봉주, 기억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아름다움은 내 안에 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움은 내 안에 있다.
#정봉주 #박근혜 #박진 #김정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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