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D중학교 2학년 학생이 유서를 쓰고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조정훈
그동안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많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없었다. 그 이유는 피해자의 증언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의 실상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아이들, 특히 피해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 느낌이나 생각, 자기 처지, 자기 자신의 요구를 글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며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일진 아이들이 두려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조차 알지 못한다. 더러는 일진 아이들이 주입한 사고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피해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아주 작은 목소리 또는 침묵의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어른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목소리는 교사와 학교당국, 부모들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철저히 묵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에서 아이의 유서가 없었고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면 '가해자들은 평범한 아이들이고,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라는 학교 측의 설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는 대전의 여학생 자살사건이 별다르게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을공동체 교육을 연구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대구 사건보다는 대전 사건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반응... 반성이 없다더 큰 문제는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이 반성을 하지 않고 호통을 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23일, 대구 교육감은 유족과 시민들에게 드리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일제고사나 월말고사 등 기초학력 강화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경쟁 위주의 정책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일선 교육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할 있다"며 "범정부차원에서 시급히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편 정책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감동도 없고 반향도 없는 공허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1982년 노르웨이에서 학생 3명이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했을 때 노르웨이 정부가 보였던 반응과 큰 차이가 있다. 노르웨이 교육부는 사건 발생 후 전국의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학교폭력에 대처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수상 직속의 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 속에서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폭력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와 교사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그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파악일 것이다. 또한 현 정부의 교육 철학과 정책을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학교폭력에 '모른 척 한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