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점수 높인 교원, 제주도 포상 여행?

서울 동대문구청, 7600만 원 들여 교사·교감 겨울 나들이 논란

등록 2011.12.28 20:50수정 2011.12.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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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대상 제주도 여행 공문 중 일부. ⓒ 윤근혁


서울의 한 자치단체가 교육지원청의 협조를 받아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점수를 높인 교원 등을 뽑아 제주도 여행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청은 오는 1월 네 차례에 걸쳐 일제고사 성적 향상 등에 기여한 초등학교 교사(45명)를 비롯한 초중고 교감(51명), 중학교(33명)와 고등학교 교사(39명)를 대상으로 각각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을 벌일 예정이다. 여행 경비 총액은 7600만 원이다.

오는 1월 9일부터 2박 3일간 '학업성취능력 향상 프로그램 공유 및 전파'란 주제로 진행하는 초등학교 제주도 여행에는 이 지역 21개 초등학교별 2명씩의 교사 42명과 교육지원청 직원 등 모두 45명이 참석한다. 이 여행에는 동부교육지원청의 한 과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행 첫날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하는 유일한 워크숍 주제는 '일제고사 지도방법 우수사례 발표'다. 올해 일제고사에서 점수를 많이 올린 2개교의 지도방법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행의 추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일제고사를 대비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도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여 학교장이 추천한 교사"다. 나머지 추천 기준은 '학력신장·방과후학교 등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학교장이 추천한 교사'와 '학교의 교육활동 전반에 협조적인 교사' 등이다.

동대문구청 "일제고사 등을 의식해 정한 것 아니다"

2박3일 일정을 보면 제주 지역 초교 방문 1시간, 워크숍 1시간 30분, 분임토의 1시간 30분 등 4시간을 뺀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올레7코스, 만장굴, 용두암, 섭지코지 방문 등 여행코스로 잡혀 있다.


비슷한 시기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중학교 교사(1월 26일∼28일)와 초중고 교감(1월 16일∼18일) 대상 여행의 주제 또한 초등학교와 비슷한 취지인 '학력신장, 책임교육'과 '선진적 학교관리와 학력신장'이다. 고등학교 교사 대상 여행(1월 25일∼27일)의 주제는 '효과적인 진로지도'다.

하지만 이 같은 '일제고사' 기여 교원 등을 대상으로 한 여행은 일제고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서울시교육청과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기존 태도와 상반된 것이다.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국민혈세를 일제고사 점수를 높인 교원 등을 대상으로 한 포상 성격의 여행으로 쓰는 것은 반교육적인 일일뿐더러 낭비행정"이라면서 "돈이 있다면 서울의 다른 구청처럼 학생들을 위한 문화행사나 방과후학교 지원 행사에 더 투자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동대문구청 교육진흥과 관계자는 "행사 추진 중심학교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제를 잡은 것이지 구청이 일제고사 등을 의식해 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 행사는 적은 투자로 학력이 떨어지는 동대문구 학생들의 학업성취능력을 높이려고 교사들의 프로그램 공유를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낭비성 여행'이란 지적에 대해 "어차피 교사들이 제주 체험학습을 통해 직접 보고 느끼라고 준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초등학교 행사를 기획한 이 지역 한 초등학교 김아무개 교감도 "워크숍 시간만 (연수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니면서 떠드는 것도 워크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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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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