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사면? 난 싸워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접견기] 정봉주 전 의원 변호인 이재화

등록 2011.12.28 20:39수정 2011.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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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관련, 허우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송별회가 열린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진 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오늘(28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구치소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다.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우리 둘은 마치 몇 년 동안 헤어진 연인처럼 반갑게 포옹했다. 그동안 너무 달려오다가 이틀 동안 잠을 푹 자서일까, 그는 이틀 만에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의 첫마디는 "서울구치소의 악한 기운을 내 깔때기로 제압하고 선한 기운으로 바꿔놓았다"였다. 그는 여전히 활기찼고 특유의 '깔때기'도 잊지 않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1983년 한국외국어대학 4학년 때 집시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감옥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28년 후 다시 감옥생활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다시 감옥으로 들어간 소감을 물었다.

"이제 '달려라 정봉주'에서 '느리게 걸어라 정봉주'로 바꿔야겠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열정적으로 달려왔는데 이제는 천천히 걸으면서 차분히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계획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또 하나의 하나님 축복으로 생각하겠다."

그는 그 동안 한없는 사랑을 보내준 국민들, 특히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 나꼼수 청취자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잘 있으니 슬퍼하지 마라. 슬퍼하거나 울면 지는 거다. 사면을 바라지 말자. 싸워서 이기자. 정봉주를 잊지 마라. 잊어도 지는 거다. 지금은 잠시 죽었지만 화려하게 부활하겠다."

의젓해 보인 봉도사 "너희들을 만나 너무 행복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또 한명숙 전 총리, 문성근 시민통합당 공동대표, 박영선 의원, 김현미 전 의원 등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는 감옥에 들어오기 하루 전인 12월 25일 한명숙 전 총리가 자신의 가족을 초대하고 위로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그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고 문익환 목사님에게 참배할 때 문성근 대표가 바쁜 일정 가운데 동행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BBK 진상규명위원회 멤버인 박영선 의원과 김현미 전 의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영선 의원은 26일 2시에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남아 위로해주었고, 이른바 '정봉주법'인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고마워했다. 그리고 김현미 전 의원은 진정으로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주어 진한 동지애를 느꼈다고 하였다.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서도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교도관들이나 수감자들 모두 그를 환대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의원님 깔때기가 강하시니 잘 견디실 거예요. 파이팅"이라고 했다 하고, 한 수감자는 "자신의 삼촌이 '정봉주 헌정곡'을 만들고 있으니 힘내세요"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어제 하루 동안 그를 위로하는 인터넷 편지만 해도 188건이 왔단다. 내용은 한결같이 "고맙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에 더 이상 제2의 정봉주가 나오지 않게 지키겠다"는 것이었다고.

검찰청 마당에서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과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주진우는 울기만 했고, 김어준은 '우리가 꼭 봉도사를 구출해내겠다'고 했단다. 그는 '너희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 그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꼭 만났는데, 오늘같이 봉도사가 의젓해 보인 적이 없었다. 여유가 느껴졌다.
#정봉주 #이재화 #부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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