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한국군 사용 부지, 토양 오염 심각

석유계총탄화수소 기준치 33배 초과... 구리 등 중금속 오염

등록 2011.12.28 19:49수정 2011.12.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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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청천동 군인아파트인 흑룡ㆍ미추홀 재건축 공사 현장.<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과거 주한미군과 한국 군부대가 사용한 인천시 부평구 소재 청천동 흑룡·미추홀 군인아파트 재건축(=육군 제7851부대 부평관사) 공사 현장에 대한 토양 정밀조사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33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제7851부대 부평관사 부지(부평구 청천동 211번지 일원 3만 600㎡)는 1970년 중반까지 주한미군 소속 수송부대가 점유했으며, 그후에는 한국군 부대가 사용해왔다. 이어 군인 관사가 신축돼 사용돼 오다가 BTL 방식으로 재건축이 진행됐다. 당초 2013년까지 총 458세대를 신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2011년 7월 터파기 공사 중 기름이 흘러나와 공사를 중단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8월에 토양 2곳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와 페놀류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페놀은 기준치의 5배인 21.319㎎/㎏, 석유계총탄화수소는 기준치의 20배인 1만 265㎎/㎏이 검출됐다.

이에 부평구는 국방부에 토양 정밀조사 후 결과보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국방부는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9월부터 이달 13일까지 토양과 지하수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유류와 중금속 오염 심각... 다이옥신은 기준치보다 낮게 검출

조사 결과 토양은 유류와 중금속에 의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토양의 석유계총탄화수소는 기준치(500㎎/㎏)의 33배인 1만 6466.94㎎/㎏이 검출됐다. 시료 채취 267건 중 25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됐으며, 오염 지점도 18곳에 달했다.

구리(Cu)도 기준치(150㎎/㎏)보다 최대 34배(5163.33㎎/㎏)나 많게 나왔다. 니켈(Ni)과 벤젠도 일부 지점에선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다이옥신도도 검출됐지만, 전국 평균(2.280pg-TEQ/g)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다행히 맹독물질로 알려진 폴리염소화비페닐(PCBs=Polychlorinated Biphenyl)와 제초제 등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심도별 토양 오염 분포 현황을 보면, 석유계총탄화수소 오염은 심도 1~2m 지점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구리와 니켈은 2~3m 지점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 오염된 토양의 총량은 1만 280㎥에 달했다. 이중 석유계총탄화수소에 오염된 토양은 8340㎥이며, 구리와 니켈은 각각 2170㎥과 940㎥이다.

심도 2~3m 지점에 중금속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주한미군과 한국군 부대가 사용한 토지를 간단히 복토해 군인 관사로 사용했을 의혹도 제기된다.

지하수의 경우 5곳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염소이온이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250mg/L)치보다 높게(462.7mg/L) 나타났으며, 파킨슨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용제 화학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도 기준치(0.03mg/L)보다 높았다. 다이옥신은 일부 지점에서 전국 평균보다 낮게 검출됐으며, 제초제와 석유계총탄화수소, 페놀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자 부평구는 토양환경보전법 규정에 따라 우려 기준을 넘는 토양으로 확인된 오염토량 1만 280㎥를 정화 조치할 것을 지난 22일 국방부에 명령했다. 국방부는 이달 안으로 복원 계획을 통보해야한다.

이에 따라 중단된 공사는 오염된 토양을 반출한 후 다시 정밀조사를 한 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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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소재 군인아파트인 흑룡ㆍ미추홀 아파트. 이 곳은 주한미군 수송부대와 한국군 부대가 사용해오다가 군인아파트가 들어섰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이해 안 되는 '페놀 불검출'

한편,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8월에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을 땐 검출된 페놀이 이번 정밀조사에선 검출되지 않아 분석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8월 시료 채취 지점은 단 2곳이었다. 2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페놀이 기준치의 5배인 21.319㎎/㎏나 검출됐다.

하지만 이번에 실시한 토양 정밀조사에서 267곳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결과 페놀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조사 지점 4곳에서 페놀 오염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부평구 관계공무원은 "토양은 그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선 "한국농어촌공사가 무슨 이해가 있다고 결과를 왜곡하겠느냐"고 말했다.

비티엘(BTL) : 민간이 돈을 투자해 학교, 군 막사 등 공공시설을 건설한 뒤 국가나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임차료 명목으로 20여년간 공사비와 일정 이익(국채수익률+α)을 분할 상환 받는 민간자본 유치 방식을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이옥신 #석유계총화탄화수소 #페놀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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