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격이 높아졌다"고요? 전 동의 못합니다

등록 2011.12.29 10:01수정 2011.12.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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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1조불 시대를 달성하는 등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지만 부정부패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국제사회에 가면 할 말이 없다. 공직사회에 대한 청렴의 잣대는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다른 분야와는 잣대가 다르다. 공직자에 대한 잣대를 엄격히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다.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무역 1조 시대를 비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말에 과연 동의할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이 대통령 친인척들 비리가 '고구마 줄기', '양파껍질'입니다. 그것도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양파껍질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터지면 '사과'를 했지만 이 대통령이 비리가 줄줄이 사탕인데도 "죄송합니다. 다 제 부덕입니다"라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대통령 사전에는 '불가능'이 아니라 '사과'라는 단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MB 사전에 없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 '사과'가 없다

이 대통령은 분명 "공직사회에 대한 청렴의 잣대는 굉장히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면서 "공직자에 대한 잣대를 엄격히 하는 게 우리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누가 이 말을 틀렸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공정사회로 가는 길을 막은 장본인은 연이어 터진 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 비리라는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무역 1조 달러가 달성돼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이 비리로 얼룩져 대한민국 국격은 나락으로 떨어져버렸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는 말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과 동급으로 국민들 공분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친인척 비리와 측근비리만 아닙니다. 무역 1조 달러로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왜 시민들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나 언론이 조사한 결과가 아니라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이니 '괴담' 운운하면 안 됩니다.


국격이 높은 국가의 국민 중 하층이 45%(?)

지난 15일 통계청은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가구주의 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의식은 '상층' 1.9%, '중간층' 52.8%, '하층' 45.3%이었습니다. 2년 전인 2009년 조사와 비교하면 상층과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각각 0.8%포인트, 2.1%포인트 감소했으나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9% 늘었습니다.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로 노무현 정부가 망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신 그 약속은 어디에 팔아 먹었는지 궁금합니다. 주가 3000도 어디론가 날아가버렸습니다. 무역 1조 달러는 대기업과 1% 삶은 넉넉하게 해주었지만 서민들 삶과는 상관 없었습니다. 

통계청 자료만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삶의 질'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에 포함된 39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합뉴스>는 지난 8월 21일 <한국 '삶의 질', 주요 39개국 중 27위> 제목 기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동력 ▲삶의 질 ▲환경 ▲인프라 등 4개 대분류의 15개 중분류, 50개 세분류 항목을 활용한 국가경쟁력 지표를 개발해 항목별로 순위를 매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우리나라의 순위를 보면 삶의 질은 2000년과 2008년 모두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삶의 질은 27위

이 부문의 소분류 순위(2008년 기준)는 "수명(20위)과 사회지출(31위), 보건(28위), 사회적안전(26위), 경제적안전(29위), 분배(23위), 빈곤율(24위) 등 대부분이 낮았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국격이 높아졌다는 대통령 발언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정체하고 있어 '이스털린의 역설'(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정체되는 현상)이 적용된다. 성장과 사회통합, 성장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발전전략의 모색이 더욱 절실하다."

'성장과 사회통합'이 맞물려 가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부자감세' 경제 정책을 폈을 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정책 대응에 유용하고 객관적인 국가경쟁력 지표를 개발하고자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작성했으나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9위 중 27위를 한 것이 부끄러웠나요. 이런 치부는 알려야 민주국가입니다.

평판 좋은 나라 50개국 중 34위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보는 시각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AFP에 따르면,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평판 연구소(Reputation Institute)가 전 세계 4만2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평판이 좋은 나라'에 관해 조사한 결과 발표했는 데 우리나라 34위였습니다.(9월 29일 <서울신문> 세계서 가장 '평판' 좋은 나라는 캐나다…한국은?)

50개 나라 중 우리나라 뒤에 16개국이 있다고 자랑할 지 모르겠지만, 아시아에서 일본(12위), 싱가포르(20위), 타이완(25위), 인도(27위), UAE(29위), 태국(31위)이었습니다. 중국이 43위로 우리 뒤에 있었습니다. 

연구소 측은 "좋은 평가를 받은 나라들은 대부분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국민들이 활발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며 "국민 소득보다는 치안 등이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고"와 "국민소득보다는 치안 등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명박 정권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 알고 계실 것입니다. 민주주의 후퇴 중에 손꼽으라면 언론자유 침해입니다. 정연주 KBS 사장을 감사원, 국세청, 검찰 등 동원할 수 있는 공권력은 다 동원해 짤랐습니다. YTN 노동자들 해고와 미네르바, MBC <PD수첩> 등은 언론자유를 전두환 정권 '땡전뉴스'로 되돌렸습니다.

언론자유 전두환 정권으로 되돌려

이런 일을 언론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변명하겠지만 외국 인권과 자유 감시 단체도 증명했습니다. 지난 5월 2일 인권·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 2010년의 세계 언론상황을 평가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자유가 '부분적 자유국'이라고 분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32점을 얻어 홍콩과 함께 공동 70위로 자리 매겼습니다. 이는 '땡전뉴스' 전두환 정권 때와 같은 분류입니다. <프리덤하우스>라는 이름이 풍기듯이 이 단체는 보수성향 감시단체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언론자유를 침해했으면 보수단체까지 언론자유국에서 언론부분적자유국으로 강등시켜을까요? 당연히 평판이 34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한국의 국격이 높아졌다"고 강변한 것이 얼마나 허망한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기사 4대강을 죽여놓고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세계 많은 정상들에게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많은 정상들이 나를 보고 '그린 그로스 프레지던트(green growth president, 녹색성장 대통령)'라고 부른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분이니 국격이 높아졌다는 자랑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노무현 "국민소득 높다고 선진국 아냐"

하지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무역 1조 달러 달성하고, '747'공약을 성공해도 한국의 국격이 높아져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대통령 전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민 소득만 높아진다고 선진국으로 가는 게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 게 선진국입니다" - 2004.12.25 KBS1 '사랑의 리퀘스트' 방송출연

노 전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라 듣기에 거북할 수 있지만 정곡을 찔렀습니다. 국민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 아닙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가 돼야 선진국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중 가장 좋은 정책이 복지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에서 볼 수 있듯이 보편복지에는 비판합니다. 그런데도 세계가 한국복지를 모델이 되면 좋겠다는 황당한 말을 했었지요.

"우리나라의 복지가 세계의 모델이 되면 좋겠다. 한국이 하고 있는 것 중에 세계 모델이 되는 것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 2010.12.22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일에는 그토록 열심이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복지에는 딴죽걸기 대장이셨습니다.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지고 싶어도 높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십니까? 지난 17일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던 전문계고등학교애 다니는 18살 먹은 학생이 일주일에 72시간(야간교대 근무와 잔업, 휴일특근 포함)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것을. 그런데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고교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문을 여는 최근의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이것이 공기업, 금융기관, 민간기업에 두루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에 대한 전액 학비 지원과 산학 연계를 바탕으로 '선취업, 후진학'의 기회를 더욱 넓혀가겠습니다."

"국격이 높아졌다"고요, 저는 동의 못하겠습니다

불과 넉 달 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이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면 18살 학생은 72시간 중노동을 하거나, 쓰러져 사경을 헤매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국 광복일에 국민에 다짐한 그 약속이 공허한 메아린 이유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 놓고 "국격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저는 동의 못하겠습니다.
#이명박 #국격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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