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기에 김두관 지사가 '대박'이라 했지?

통합진보당 거창함양산청 출마 권문상 변호사...권영길-문성현 지원 나서

등록 2011.12.29 09:54수정 2011.12.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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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대박을 잡았다."

김두관 경상남도지사가 지난 22일 창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했다가 한 말이다. 김 지사가 '대박'이라고 한 사람은 권문상 변호사인데, 그가 통합진보당으로 총선에 출마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권 변호사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한 것은 김 지사였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으로 갔고, 김 지사는 민주통합당으로 입당하게 됐다. 

권문상 변호사는 28일 오후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으로 19대 총선 '거창함양산청'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28일 오후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권 변호사는 출마 경위를 털어놓았다.

"주변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다. 제가 결심하기까지는 출마 권유가 10% 정도 작용했고, 나머지 90%는 저의 의지다. 이곳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원과 군수부터 지방의원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이것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10%의 출마 권유 속에는 김두관 지사도 있었다. 김 지사께서 얼마 전 어머니 집에 오셔서 출마 권유를 하시더라."

이날 권문상 변호사는 권영길 의원(창원을)과 '창원갑'에 출마하는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청 출신인 권영길 의원과 함양 출신인 문 전 대표, 산청 출신인 권 변호사가 모여 '야권연대 돌풍'을 다짐한 것이다.

권문상 변호사는 이곳에서 15년간 변호사로 있으면서 시민운동을 해왔다. '함께하는거창' 공동대표를 지내고, 최근까지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공동대표와 거창함양합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법률자문위원장, 샛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등을 지내왔다.


김두관 지사 50% 안팎 득표... '아직 일당독재체제'

권 변호사는 야권연대를 통해 거창함양산청에서 '야성'을 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김두관 지사는 50%의 안팎(함양 50.18%, 산청 48.71%, 거창 48.53)을 얻었다. 또 당시 함양군수 선거에서는 무소속이 한나라당을 누르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출마선언을 통해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심지어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테러까지...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만행은 열거하기조차 힘들다"면서 "정권의 실정에 대해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음에도 이곳은 한나라당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역대 국회의원은 물론, 군수, 도의원, 군의원까지 모두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것은 곧 거창함양산청이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의 1당독재체제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진리처럼 이 지역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은 지역 민심을 살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은 자기들이 어떻게 해도 거창함양산청 유권자들은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오만에 빠져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문상 변호사는 28일 오후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권영길 의원과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으로 19대 총선 '거창함양산청'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이날 권영길 의원은 "산 좋고 물 좋은 함양산청이 그동안 버려져 있었다, 산청에는 어린애 울음소리까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황폐화 됐다"면서 "겨울 얼음 밑으로 흐르는 도도한 물결이 보인다, 그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지역민들도 새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현 전 대표는 "지난해 김두관 지사의 당선으로 경남에서는 야권이 뭉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통합진보당은 경남에서 제2당이다, 농민들한테도 '진보'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거창함양산청은 한나라당 신성범(48) 의원의 지역구다.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호 의원(김해을)의 동생인 김창호(48) 전 국회의장 공보수석이 예비후보 등록했으며, 민주통합당 정막선(80) 전 경남도의원, 미래희망연대 양동인(58) 전 거창군수, 무소속 강석진(52) 전 거창군수, 구상식(58) 전 언론인 등이 예비후보 등록했다.

권문상 변호사는 영남유림의 거목이셨던 추연 권용현(秋淵 權龍鉉) 선생의 손자다. 그는 한때 어렸을 때 구두 닦기도 했다. 지금까지 '버려진 땅'으로 지목돼 온 거창함양산청에서 권 변호사가 야권연대의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높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번에는 시민사회가 원하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

권문상 변호사. ⓒ 윤성효

- 왜 통합진보당을 선택했나?
"민주통합당의 통합과정을 보니까 새로운 강령에서 '재벌개혁'과 '원전재검토'를 했는데, 사실 진보정당과 많은 차이가 없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강령 하나가 바뀐다고 다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여태까지 정치적 행보가 친서민적이냐, 농민을 위한 정책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그 역할을 해왔다고 판단했다."

-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왔는데, 왜 정치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를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권 4년을 겪으면서 시민운동이 갖는 의미도 있지만 크게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정치운동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봤다. 거창함양산청의 경우 4년 전 총선에서는 '친박연대' 양동인 후보 대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 가운데 선택을 해야 했고, 지난해 6․2 거창군수 선거 때는 한나라당 후보와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했다가 떨어진 무소속 후보 가운데 선택을 해야 했다. 그것은 모두 시민사회진영에서는 굴욕적인 것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시민단체가 원하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옳다고 보았는데, 옳다고 생각했으면 더 나은 적임자가 없다면 저라도 나서야 한다고 봤다."

- 영남 유림의 거목이셨던 추연 권용현(秋淵 權龍鉉) 선생이 할아버지인 것으로 안다.
"1988년 1월 8일 89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전형적인 유학자셨다. 고향인 합천에서 장례식을 '유월장'으로 치러졌는데, 당시 텔레비전 9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였다. 서당에서 배운 할아버지의 제자들이 전국 여러 대학 교수로 있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기리는 '태종서원'을 지어 내년 4월 둘째주에 행사를 연다. 서원은 정부 지원으로 지어진다. 저는 어릴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시 유림에서는 대단한 유학자였다고 했다."

- 어릴 때 구두 닦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렸을 때 5형제가 흩어져 살았다. 초등학교 때 몇 개월 구두 닦기를 하기도 했다. 시골로 전학 와서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비가 없어서 처음에는 경찰대학에 들어가 2년간 다니다가 경찰이 되는 게 싫어서 그만 두었다. 한양대 법대에 들어갔는데, 학생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 때 학생회장 선거에 나설 것인지, 사법고시 공부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 공부를 선택했다. 그 때부터 채무의식 같은 게 남아 있었다. 사법연수원 졸업하고 울산에서 노동자들을 위해 법률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1년 정도 하다가 고향 쪽에서 일하자 싶어 거창으로 와서 변호사 활동을 한 지 15년째다."

권문상 변호사는 28일 오후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으로 19대 총선 '거창함양산청'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시민사회진영에서 함께 고민... 야당 경선 통해 단일화

- 한나라당 정서가 심한 경남에서, 특히 시골에서 야당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역에서 변호사로 있으면 일정 부분 유지 대우를 받는다. 지역에서 행세하는 분들로부터 사건 수임을 받을 때도 있다.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아무래도 업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 보고, 지역에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본다. 예비후보 등록한 지 10일 정도 지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선입견일 수 있는데, 지역에서 평소 원만하게 지내던 분들이 멀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이번 선거 출마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진영에서 같이 고민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역에 크고 작은 선거가 있을 때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논의를 해왔다. 시민단체들은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하기는 어렵다고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거창에서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함께하는거창'과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 거창YMCA 등이다. 이번 선거에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왔다. 한 단체 사무국장은 무급휴직을 내고 캠프에 들어와 돕고 있고, 또 다른 단체는 '총선 대응'과 관련해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안다."

- 지난해 지방선거 때 김두관 경남지사는 거창함양산청에서 50% 안팎의 득표를 했는데, 지역민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떠하다고 보나.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함양군수 선거에서는 무소속이 당선했다. 지난 10․26 함양군수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당선하기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한나라당이 당선하지 않았다고 한다. 함양은 어느 정도 '야성'이 있다고 본다. 산청은 진주와 가까이 있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본다. 거창도 '3당합당' 이전에는 '야세'가 강한 이미지였는데, 3당합당 이후 거의 한나라당 군수 후보가 이기는 모습을 보여 왔다. 어느 정도 야성은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와 농민회 활동이 활발하다. 투표로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고민이다."

- 지역에도 야당으로 출마하려는 예비후보들이 있는데, 야권연대는?
"야당에 복수 예비후보들이 있다. 민주통합당에 예비후보 등록자도 있고, 또 다른 인사가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경선이, 특히 다른 정당 후보 끼리 경선을 해야 할 것이라. 거창함양산청에서도 '이런 일이 있구나'라고 할 정도로 좋은 경선이 되도록 하겠다. 야당 후보가 많이 나와서 경선을 한다고 하니 많이 고무돼 있고 기대도 있다."

권문상 변호사는 28일 오후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를 선언한 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 윤성효


#통합진보당 #권문상 변호사 #권영길 의원 #문성현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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