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화양동 계곡, 참 아름답다

천천히 걸어 찾아간 그곳, 풍광에 사로잡혔네

등록 2011.12.29 14:20수정 2011.12.29 14:21
0
원고료로 응원
화양동 계곡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가보는 것은 생애 처음이었다. 아름다운 계곡에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을 추천한 호림과 윤주 총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래서 우린 2011년 12월 17일, 걷는 행사에 참석 않고 다른 모임에 갈 수가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해 청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전주와 성남에서 출발한 분들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오늘 우리들을 인도할 김하돈 시인님이 왔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먼저 먹자는 제안에 점심을 먹고 있으니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시외버스에서의 설렘도 잠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들판과 산들이 연출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모습과 달리 포근한 정서가 깃든 시골의 풍광에 빠져들 즈음, 우리는 목적지인 화양동 계곡에 도착했다. 반겨줄 사람들은 없는데 앙상한 가지들의 쓸쓸함이 우리들을 반겨준다.

역시 겨울의 계곡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느낀 김하돈 시인님은 "지금은 이렇게 한산하지만 여름엔 백만 명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감탄사를 연발하자 김 시인님은 또 "절대로 여름엔 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우린 매표소를 지나 계곡 입구에 도착하자 다들 환호성을 지른다.

a

느티나무 오솔 길 화양동 계곡 입구에 이런 멋진 길이 있습니다. ⓒ 홍순종


오래된 느티나무 군락이 늘어서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느티나무 밑동은 엄청 굵은데 높이는 높지가 않아 작은 나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나무와 나무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그 길이 우리들에게 낭만을 주고 있다. 그래서 우린 들뜬 마음으로 오솔길을 따라 조잘조잘 재잘재잘 풍광에 젖은 마음들을 이야기 하면서 걸었다. 그런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키다리 재욱의 모습도 재밌다.

a

운영담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풍광 ⓒ 홍순종


계곡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풍광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아버린다. 그렇게 계곡의 분위기에 젖어 도착한 곳은 화양서원이다.

a

화양서원 우암 송시열을 기리기 위해 존재한 서원이다. ⓒ 홍순종


이 서원은 우암 송시열 선생님이 기거하면서 후학들을 길렀던 곳이다. 지금부터 320여 년 전 이곳을 찾은 젊은 유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풍광을 즐겼을까? 그리고 앞에 우암이 기거하면서 살았던 암자도 있다. 겨울이라 내를 건너갈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a

암서재 저런 멋진 곳에서 우암 선생님이 학문 연구를 했다고 한다. ⓒ 홍순종


안타까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이런 곳에서 유행가를 들으니 운치가 있었다. 아마 산악회에서 등산을 마치고 송년회를 하는 모양이다. 그것을 뒤로하고 조금 올라가니 다리가 나온다. 그리고 건너편엔 아담한 절이 있다. 이 계곡의 자연과 인위적인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보이는 바위마다 전설이 있고 냇가에 드러누운 바위마다 이름들이 있었다.

a

보도볼록 길 사람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보도볼록 길이 도리어 불편함을 주고 있다. ⓒ 홍순종


보도블록으로 치장된 길을 따라가는 즐거움은 아마 화양동 계곡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보도블록을 걷어 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우리 곁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등산팀이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왕년에 너희보다 더 빠르게 걸었지. 지금은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이렇게 천천히 걷고 있어. 너희는 이른 즐거움을 모를걸.'

아름다운 길을 걷다 보니 자연 휴양림이 나온다. 이곳도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다. 여기서부터 우리들 숙소가 있는 이평리까지 2차선 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시골이라 차들이 없어 우리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걷다보니 황토 집들이 위로 저녁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a

이평리 황토방 이평리에 있는 황토 집 ⓒ 홍순종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그런데 이 동네는 중학교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다. 우리나라 리 중에 가장 큰 동네라고 한다. 적막한 고요 속에 우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황토방으로 왔다. 황토방에서 끼리끼리 아름다운 역사를 쌓고 각자 꿈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우리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화장실은 하나인데 많은 사람들이 볼일을 보려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정리됐다. 그리고 오늘 우리들 목적지인 고모재를 향해 힘차게 발길을 내디뎠다. 전형적인 농촌 풍광이 우리들 시선을 사로잡아버린다. 아하, 이런 맛으로 시골 들판 길을 걷는 것이로구나.

a

들판 길 멀리 산자락이 보이는 들판 길 ⓒ 홍순종


다들 무슨 할 말들이 그리도 많은 지 다들 조잘 재잘 거린다. 갈 길이 먼 것을 알고 있는 김 시인님이 멀리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개울을 건너는 장소에서부터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졌다. 우리가 도착한 청소년 수련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후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전화 해보니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풍광에 취해 앞에 가는 사람들을 놓쳐 길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예정 시간보다 많이 늦고 말았다.

왕 소나무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원래 우리 카페 이름이 '천천히 걷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사람들은 느림보 걸음을 걷고 있다.

a

왕 소나무 소나무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 홍순종


드디어 왕 소나무다.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소나무가 용트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다. 그래서 용 소나무라고도 한다.

용 소나무를 감상을 하고 조금 걸어 올라서니 저수지가 나타났다. 그런데 저수지 둑을 높이기 위해 많은 돌무더기들을 쌓아 놓았다. 많은 돌들이 왜 이곳에 저렇게 많을까? 알고 보니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깬 돌들이라고 한다. 이런 깊은 계곡 저수지까지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파괴하고 있으니 자연의 파괴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a

풍광 저수지에 비췬 아름다운 광경이다 ⓒ 홍순종


그곳을 통과를 해 사람들 발길이 닫지 않은 고모재 옛길을 찾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난(難)코스 중에 난코스였다. 어렵게 만난 옛 길은 다 끊어져 없어졌고, 남은 길은 그 흔적만이 남아있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하산했다. 이렇게 우리들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됐다. 추억과 낭만을 찾기 위해 우리들은 만났다. 모두 말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추억들을 찾았으리라 생각한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여행은 즐겁고 멋진 것이라는 것을 또 다시 체험했다.

덧붙이는 글 | 카페 지섬사와 국민연금에 게재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카페 지섬사와 국민연금에 게재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양동 계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과 사람의 역사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내 삶의 역사를 만들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