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중인 웹툰 <어떤 교집합>
고아라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지만 그녀의 작품 세계를 잘 아는 몇몇 마니아층은 앞으로의 스토리를 점치며 기대하고 있다. 마니아층을 조금씩 모으고 있는 고아라 만화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특유의 분위기 있는 연출과 그림이다.
유약해 보이는 엷은 선, 마치 눈물이나 세월에 번진 듯한 색감은 웹툰으로서는 보기 드문 서정적인 느낌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여백. 조금 덜 그린 듯한 느낌까지 드는, 꽉 채우지 않은 느낌이 있는데, 여기에도 그녀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예전부터 뭘 하든 여백을 많이 넣었어요. 그 안에 생각을 넣고 싶어서요. 설명을 너무 많이 하기 보다는 안하는 편이 보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가기 더 쉬운 듯해요. 그래서 여백을 두는 편이죠."
모든 작업은 순전히 수작업.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입히고, 스캔하고, 포토샵으로 수정·마무리를 한다. 다소 번거로워 보이는 과정이지만, 손작업 자체를 즐기는 그녀에게는 딱이다. 다른 작가들처럼 그녀 역시 CG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떤 교집합을 시작할 때쯤 다른 느낌을 내보기 위해 시도한 적도 있지만, 작품과 맞지 않아 금세 접어버렸다.
고아라의 무기는 '따뜻함' '따뜻함'은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한 단어다. 이야기가, 인물이, 그림이 따뜻하다. 별 내용이 없이 흘러가는 듯 보이는 중에도 이 따뜻함은 남아 독자들의 감성을 두드린다. 그 힘은 실은, 사람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서 나온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스스로 피곤해질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는 탓"이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과거도 궁금해지고, 끊임없이 그 사람 자체를 탐구한다. 그래서 다소 엉뚱한 취미까지 생겨버렸다는 그녀다.
"어떤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과거가 어떨지 궁금해요. 저 사람은 과거에 어떻게 살았고, 어떤 부모님 밑에서 컸을까 하고 궁금해해요. 오지랖이 넓어 그런지 처음에는 혼자 마음대로 추측해보죠. 물론 실제와는 100 다르더라고요.(웃음) 나름대로는 철두철미하게 분석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간극'이 재미있어서 또 다시 일부러 상상해보곤 해요. 그런 과정에서 캐릭터가 탄생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제법 무난하지만 어딘가 빈 듯하고, 이야기는 주로 인물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앞으로 성장해 간다. 그 주된 동력은 관계이며, 동시에 사랑이다.
"보듬어주고픈 캐릭터를 좋아해요. 그런 캐릭터를 그리다 보면 일단 목적이 생기잖아요. 이런 모자란 친구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목적이죠. 목적이 생기니까 스토리 짜는 것도 행복해지고요."
'작품을 읽고 나니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다'는 소감은 그녀가 팬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칭찬이다. 작가가 되기를 잘했다고 느낄 만한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던 순간이다.
"'시나브로'라는 말을 아주 좋아해요.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삶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제가 그린 캐릭터들이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씩, 조금씩 배어갔으면 좋겠어요."
엷게, 때로는 진하게, 하얀 종이 위에 물감이 번지듯 '고아라'라는 색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물들길 바란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이 세상에 더 많이 퍼져나가길 바란다. 그녀가 붓을 드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규장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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