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트위터와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대화방, 블로그, UCC와 같은 동영상을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29일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을 근거로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단속기준에 대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선거에 관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한층 넓게 보장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전하거나 또는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반하면 부정선거운동죄(255조)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이에 선관위는 위 조항을 근거로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UCC가 '그 밖에 유사한 것'에 포함된다고 발표하며 규제대상에 포함시켰고, 또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트위터도 이 조항의 단속기준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또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특정후보자에 대한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매체에 수차례 게재해 이 조항 위반을 이유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언론인이 헌법소원을 냈다. 그리고 작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던 정치인들에 관련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가 역시 이 조항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대학생이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이 4가지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6(위헌) 대 2(합헌)의 의견으로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의 '기타 이와 유사한 것'에 또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은 어떤 법률에 대해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히는 것으로 즉, 위헌과 같이 법률 자체의 효력은 없애지 않되 법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위헌적 해석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트위터, UCC 등을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분류해 금지하는 것이, 유권자의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은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재판부는 먼저 "언론·출판의 자유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며,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이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하고, '금지를 원칙으로, 허용을 예외로' 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또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해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의 경우 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자발적·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선거의 평온을 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과정은 국민주권주의의 실현과정, 국민의 가치결단의 표현과정, 국정수행 대표자에 대한 검증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표출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일반유권자는 이 법률조항에 의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선거운동기간 제외)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일체를 제한받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기본권 제한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그 긴 기간 '통상적 정당활동'은 선거운동에서 제외됨으로써 정당의 정보제공 및 홍보는 계속되는 가운데, 정당의 정강·정책 등에 대한 지지·반대 등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정당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해 정당정치나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사이버선거부정감시단의 상시적 운영,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요청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운동,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는 이미 별도로 입법화돼 있다. 또, 선거관리의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인터넷 선거운동의 상시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오고 있으므로, 인터넷의 신속성·확장성으로 인한 폐해나 선거관리의 곤란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법률조항을 정당화시키기는 어렵다"고 선관위를 꼬집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일반유권자의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속에 비방·흑색선전 등의 부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하여 이 법률조항과 같이 일반적·포괄적 금지 조항으로써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일체를 일정한 기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최소침해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 법률조항이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함으로써 얻어지는 선거의 공정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보편화되고 각종 선거가 빈번한 현실에서 이 법률조항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 동안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 내지 피해는 매우 커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법률조항 중 '기타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청구인들의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동흡 박한철 재판관 "선거과열 우려돼" 합헌 의견
반면 이동흡, 박한철 재판관은 "이 법률조항은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의 폐해를 막고 선거과열로 인해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고 있다"며 "선거일 전 180일부터 특히 선거일에까지 정당이나 후보자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행위가 무제한 허용될 경우 선거과열로 연결돼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해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또 "인터넷 매체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행위가 허용되면 후보자 등이 가족뿐만 아니라 정당원, 정당조직과 연계한 여러 단체를 통해 비단 진실하고 객관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흑색선전, 비방, 인신공격, 나아가 처벌의 경계가 모호한 행위로서 과대선전·홍보, 그에 대한 비난 등의 무제한의 선거운동자료들이 양산되고, 그 과정에서 선거과열로 인해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저해하는 폐해가 나타날 것임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며 합헌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