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참 쉽지 않네요

등록 2011.12.30 09:25수정 2011.12.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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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이 되면 비닐로 창문에 가림막을 쳐야 합니다. ⓒ 김동수


경남 진주는 남부 지방이지만 지리산 자락에서 부는 바람과 지형이 분지라 겨울이 상당히 춥습니다. 지난 23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9.2도, 24일 영하 8.7도였습니다. 강추위가 몰아치면 영하 10도 아래를 내려가는 날이 심심찮게 찾아옵니다. 영하 10도 내려갈 때마다 난방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바깥바람이 '숭숭숭'

우리 집은 등유로 난방을 합니다. 요즘 등유1리터 1350원입니다. 한 드림(200리터)를 넣으면 27만 원입니다. 30년이 넘은 2층 재래시장 건물이고, 단벽이라 바깥바람이 '숭숭숭'입니다. 당연히 난방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겨울은 추워야 한다고 하지만 강추위는 정말 싫습니다. 특히 추위는 많이 타는 사람이라 11월 초부터는 내복을 입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다 늙었다"고 비웃지만 추운 걸 어떻게 합니까?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를 2~3도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내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체감할 수 없겠지만 추운 날 내복을 입으면 분명 차이가 날 것입니다. 하지만 내복 입는 것만으로 난방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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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틈이 보일 정도로 우리집은 바깥바람이 잘 들어옵니다 ⓒ 김동수


바람숭숭은 커튼으로 막아라

그리고 온종일 보일러를 돌렸다가는 도로에 만 원짜리를 뿌리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둔한 머리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30년이 넘은 홀벽집이라 창틀 사이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저런 것을 그냥 두면 바람은 "고맙다"며 절을 꾸벅하면서 방안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방풍지를 두르고 커튼을 치면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비닐로 창틀을 막고, 커튼으로 창문을 막습니다. 여기저기 우리 집은 이처럼 변합니다. 하지만 그래고 들어오는 바람을 다 막을 수 없습니다.


"올해도 커튼을 쳐야겠네요."
"어쩔 수 없지요. 커튼을 치지 않으면 바람이 '숭숭숭'하는데 어떻게 해요."
"그런데 커튼이 너무 얇은 것 아니예요. 지난해까지만해도 두꺼운 것 같았는데. 그리고 이것은 장모님 댁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맞죠."
"예 맞아요. 어머님이 주신 커튼은 서재에서 들오는 문에 달았어요."
"온 방안이 다 커튼으로 바람막이를 다 했네요."


아내 둘이서 커튼을 치면서 나누는 말을 듣다보면 참 우리도 희한 집에서 산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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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으로 막아야만 바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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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이곳저곳을 커튼으로 막아야만 바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 김동수


하지만 이것만으로 난방비는 20% 정도는 줄일 수 있지만 50%는 줄여할 우리 집 형편에 결단을 했습니다. 바로 '독수리오형제'로 유명한 우리 가족은 잠자리까지 함께합니다. 방 하나에 같이 자면 몸도 따뜻, 마음은 훈훈입니다. 방 공기도 따뜻합니다. 자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즐겁습니다. 막둥이는 아빠 손을 잡고 자는 것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좋아합니다.

책장이 무너졌어요

아이들 공부방도 되고, 침실도 됩니다. 서재는 워낙추워 노트북과 데스크탑까지 다 옮겨왔습니다. 정말 독수리오형제가 작은 방 안에서 두 달을 함께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책장을 정리한다면 나섰는데 그만 무너져 내렸습니다.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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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정리를 한다던 아내 그만 책장을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 김동수


"여보 책장이 무너졌어요?"
"다치지 않았어요?"
"다행히 다치지 않았어요."
"그러게 무엇하러 정리해요.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아니 인헌이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하려다가 이렇게 됐어요."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아니 실수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 왜 그래요."
"그렇네. 실수를 잘 하지 않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아무튼 다행이예요."

한바탕 소동을 벌이니 그래도 방안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아내 손길은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 집 4명은 손이 지니가면 엉망이고, 막둥이 손길은 망가집니다. 하지만 아내 손길은 정리정돈입니다. 이런 아내를 볼 때마다 탄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집은 올 겨울도 난방비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전기와 기름을 아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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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아낀다며 방과후 학습까지 단축한다며 큰 아이 학교에서 온 문자메시지 ⓒ 김동수


얼마나 전력난이 심각하면 아이들 방과후 학습까지 단축하겠습니까. 물론 하루 이틀 자기주도학습을 하지 못했지만 전력난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도 오후 11시까지 제한한다니. 다들 전기 아껴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복도 입으시고,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도록 창틈을 잘 메우시고, 가족이 방을 잠깐 동안 함께 쓰는 방법도 가족 사랑을 더 깊어집니다.

다들 겨우내 건강하시고, 난방비 걱정하는 분들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겨울나기 #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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