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서 애인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현지인과 친해지는 방법, 카우치 서핑을 소개합니다

등록 2011.12.30 10:22수정 2011.12.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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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 현지인과 교류의 지름길, 카우치 서핑

오스트리아에서는 호스텔에서 지내지 않고 카우치 서핑을 하기로 했다. 카우치 서핑은 내가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 만난 미국친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알려준 누리집이다.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소파(couch)를 찾아 서핑(surfing)하는 것이 이 누리집의 콘셉트다. 짧게는 하룻밤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까지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의 집에서 묵는 것이다. 돈을 낼 필요도 없고, 돈을 받지도 않는다.


나에게 '해외여행을 하면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현지인과 친해지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그 나라를 여행하면, 길에서, 슈퍼마켓에서 현지인을 많이 보겠지만, 정작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는 사람들은 현지인이 아닌 같은 호스텔에서 지내는 다른 '여행자'들이다.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서로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묘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정작 이 나라 사람과 내가 여행하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이야기나 경험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거나, 홈스테이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정작 현지인과 친해지기는커녕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드문 일이다.

그 나라에서 현지인과 더욱 많은 접촉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카우치 서핑을 추천한다. 가입을 하면 우리 집에 외국여행자를 재워주거나, 내가 여행하는 곳에 카우치 서퍼들을 찾는 것 모두 가능하다. 자기 프로필을 작성하고, 자기 집에서 카우치 서핑이 가능한지(가능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입이 가능하다) 등을 작성하면 간단히 가입할 수 있다.

카우치 서핑으로 애인을 만난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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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의 경험은 어느 호텔에서의 하룻밤과도 견줄 수 없다. ⓒ 이주리


나는 2년 전에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카우치 서핑을 처음 해 봤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3일을 카우치 서핑 사이트에서 만난 파리지앵 델핀 집에서 지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저녁마다 나와 같이 산책해주고, 프랑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줘서 그 후에도 그녀 덕분에 잘 여행할 수 있었다. 놀랐던 것은 그 친구 집은 그녀 혼자 사는 아주 조그마한 스튜디오였다. 사실 나는 카우치 서핑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이런 건 집이 큰 사람만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맞아준 프랑스 여자 친구의 조그마한 자취방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 친구는 "나도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많이 카우치 서핑을 이용했는데, 자기 집이 좁다고 카우치 서핑을 하지 않는 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명 더 잘 공간이 있으니 여행자들과 방을 기꺼이 나눠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건 그 친구의 애인은 그 친구를 첫 번째로 카우치 서핑 해준 사람이었다. 물론 이렇게 카우치 서핑으로 이성 친구가 된 경우도 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현지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3층 집의 한 층을 독차지하다

나도 이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행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게 됐다. 지금 만 18세인 멜리사는 여동생과 엄마와 잘츠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이다. 공부 때문에 한창 바쁘지만 고맙게도 나를 이틀 동안 재워주기로 했다.

3층 집에 가족과 함께 사는 멜리사는 내게 1층 거의 전부를 내줬다. 어렸을 때 4년 동안 남아공에 살아서 영어도 유창했다. 2년 전 가족들이랑 오스트리아의 다른 지역을 여행했을 때 카우치 서핑을 하고는 이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 1년 전부터 외국 여행자들을 이렇게 재워주고 있다. 부모님도 너무 자주만 아니면 여행자들을 재워주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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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집에 일층을 나에게 내어 주었다. 어머니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셔서 집에 세련되게 잘꾸며져있었다 ⓒ 이주리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녀는 "저번에 자기 집에서 자고 갔던 여행자 둘도 한국인 남자였다"며 "군대에서 보냈던 시절의 하소연을 포함한 한국에 대한 싱싱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여행자들과 만나 직접 그 나라 얘기를 들으니 여행객을 맞는 자기도 즐겁단다. 또, 내가 "다음 여행지는 빈"이라고 말하니 자기 언니가 빈에 살고 있고, 언니도 카우치 서핑을 한다고 전해준다. 전화해서 물어보니 멜리사의 언니도 선뜻 자기 방을 내 주겠다고 한다. 말리사와 얘기를 나누고 더 이상 공부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시내 구경을 나섰다.

홀로 하는 맛집 탐방은 즐겁다

오후 4시면 해가 지기 때문에 벌써 밖은 어둡다. 하지만 잘츠부르크도 밤에 다녀도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슬로베니아 블레드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길에는 조금씩 눈발이 날리더니 여기 잘츠부르크에는 눈이 쌓이고 땅이 얼었다.

강이 지나가는 잘츠부르크의 다리는 역시 화려하게 조명이 반짝거린다. 강가 옆 나무들도 역시 반짝반짝 예쁘다. 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늘이 더 화려해 보인다. 쇼핑가를 쭉 둘러보니 크리스마스 시장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장신구들은 보고 있자니 너무 예뻐서 당장이라도 트리를 하나를 사서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아침부터 굶었더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아낄 건 아끼자'는 주의지만, 오늘만은 저녁을 식당에서 먹겠다고 마음먹었다.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식당 하나를 추천받고 지도에 그 식당이 표시된 엑스 마크만 믿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도착한 지 2시간도 안된 나라에서 지도에 표시된 식당을 한 번에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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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고있는 잘츠부르크 ⓒ 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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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여행의 맛집 탐방 ⓒ 이주리


돌고 돌아서 쇼핑센터 코너에서 바이올린으로 캐럴을 연주하는 아저씨만 벌써 4번째 마주친다. 영 안 되겠다 싶어서 지나가는 사람(현지인 처럼 보였다)에게 물어봤더니 옆 쇼핑센터에 직원에게 물어봐 가면서 친절하게 알려줬다. 

역시 지도보다는 사람을 믿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데로 가니, 그렇게 헤매도 보이지 않던 식당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식 소고기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꽤나 많다. 나는 음식이 식기도 전에 해치웠고, 디저트까지 주문했다. 애플스트루들(Apple Strudel)과 생크림을 시켰다. 방금 만든 애플스트루들을 한입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고생하면서 이 식당을 찾은 보람이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 얘기하는 재미가 있고, 이렇게 혼자 다니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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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리

덧붙이는 글 | 이주리 기자는 12월 19, 20일에 잘츠부르크에 머물렀습니다.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주리 기자는 12월 19, 20일에 잘츠부르크에 머물렀습니다.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카우치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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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행복한 만큼 다른사람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계의 모든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세계에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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