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착한 김문수, 걔는 나쁜 김문수예요"

[2011 소셜늬우스⑬]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소방관 스토킹' 사건 외

등록 2011.12.30 13:53수정 2011.12.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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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소셜늬우스를 마무리하며 제가 "더는 사람이 없어서 소셜늬우스 못 쓰겠다는 소리가 나올 날이 올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번 13회 소셜늬우스 마감을 앞두고, 정말 그런 날이 온 건가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소셜늬우스를 연말 분위기에 맞게 훈훈한 감사 인사로 채워야 하나 생각하던 순간, 혜성처럼 나타나 타임라인을 점령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로, 오늘도 소셜늬우스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김문수 "나는 도지사다"] 외로운 도지사의 '아이엠그라운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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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시리즈' 스마트폰 버전 ⓒ 트위터 갈무리

한 누리꾼이 정리한 '2011년 5대 망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는 말을 남긴 분. 바로 '따먹문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소셜늬우스의 생명을 연장해주셨습니다. 김 지사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여긴 119 상황실의 소방관들이 23일 인사조치된 사실이 지난 28일 밝혀졌는데요, 긴급전화를 걸어놓고 "나 김문숩니다"만 반복한 김 지사의 목소리가 담긴 당시 통화파일이 그대로 공개됐습니다.

"김문수 지사의 소방관 스토킹"(@mindgood), "김문수 지사 남양주소방서 난입사건"(@kwonws), "권력형 장난전화"(@unheim) 등으로 다양하게 명명된 이 사건은 '무한알티(RT)'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하기'하는 김문수 도지사님! 짝짝 앗싸 김문수 앗싸 소방관"(@mykim3130)이라 해석하며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에 대한 김 지사의 관심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또, "외로웠구나? 다음부터 114에 전화해라.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야"(@visiontoyou)라며 '외로운 리더'로서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박근혜 띄우니 가슴에 불나서 소방서에 신고했는데 못 알아먹으니 열불 안 나시겠나요"(@lsh4u)라며 대선주자로서 김 지사가 느낄 초조함을 헤아리는 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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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시리즈' 삼국지 버전 ⓒ 트위터 갈무리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는 도지사다>, 김 지사의 목소리에 "넌 줄 알아, 끊어!"하는 정봉주 전 의원의 목소리를 편집해 만든 가상대화 음성파일,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한 장면에 김 지사의 목소리를 입힌 영상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쏟아져나오면서 과거 '최불암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김문수 시리즈'가 탄생했습니다. 그 가운데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나는 다만/ 하나의 '여보세요'에 지나지 않았다-시인 김문수"(@gnamja)라는 문학적 패러디물도 등장해 누리꾼들의 정서를 촉촉이 적셔줬습니다.

이번 일을 도정 개혁의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이어졌는데요, "김문수 목소리 알아맞히기 대회를 개최하시라 두 소방관 같은 황당한 피해자를 예방할 수도 있다"(@gongdam)는 이벤트 제안도 나왔고, "전 공무원들 영상통화 할 수 있도록 전화기 교체를 건의합니다"(@ha0504)라고 장비 개선을 촉구한 분도 있었습니다. 또한 119 ARS 안내멘트를 "안녕하세요, 남양주소방서 콜센터입니다. 김문수 도지사는 1번, 긴급전화는 2번을 눌러주세요"(@ohboyzine)라고 바꾸자는 제안은 음성파일로 만들어져 현실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요, 그는 바로 서울시의회 김문수 의원이었습니다. 번지수 잘못 찾은 항의글에 시달린 김 의원은 직접 "저는 민주당 서울시의원 착한 김문수이고요 걔는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나쁜 김문수입니다"(@cncfp)라고 해명의 글을 올리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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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시리즈' 통화 알고리즘 버전 ⓒ 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여론의 질타가 부담스러웠는지, 김 지사는 29일 해당 소방관 2명을 원대복귀 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인사조치한 것을 몰랐고" "소방 서비스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변명(?)을 남겼습니다. 이것으로 이번 사건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김문수님 고귀하신 음성 고이고이 보존하겠습니다. 바라시는 대로 많은 분들이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eostrez)라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 한동안 김문수 시리즈는 인기리에 회자될 것 같습니다.

[강용석-이준석 '맞짱'] "강용석!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소셜늬우스 6회에서 제가 강용석 의원의 지역구에 산다고 실토(?)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 이분과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네요. 또(!) 강용석 의원입니다. 이번에는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과 함께입니다. 28일 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이 위원의 학력과 병역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꼭지 돈다"는 이 위원의 솔직한(?) 대응에 강 의원이 "대답하는 태도 영 거슬린다"고 받아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김문수 지사의 '활약'에 이어 불거진 두 사람의 격돌을 본 누리꾼들은 "김문수에 이어 오늘은 강용석. 한나라당 사람들은 어째 다 진검승부가 아니라 진상승부냐"(@julrius), "한나라 비대위 이준석이가 안철수 대항마이긴 한가 보다. 강용석이가 까는 거 보이"(@koyounggeun), "레벨 맞는 사람끼리 재미있게 사시네~ 승자는 누규?"(@yoonjongku)라며 흥미를 보였습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주로 강 의원을 향했는데요, "강용석 고소인 명단에 또 한 명 추가되는 건가? 왠지 강용석이 발리는 느낌. 쫌 상쾌하다"(@KenPaul87)며 고소해하거나, "용석아 부러우면 지는 거야. 비데 위에 앉아 있는 꼬마 씹으면 재밌니?"(@PlanemoKang)라며 어른스럽지 못함을 탓하는 가운데, "비겁하게 물러서지 않겠지. 강용석! 애들한테 씹히면 쪽팔려!"(@hblanka)라며 그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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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통해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의 학력과 병역에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 ⓒ 강용석 트위터 갈무리


특히 두 사람이 미국 하버드대학 선후배 사이라는 것 때문에 "확실히 많이 배운 놈들이 더 웃겨"(@tak0518)라며 개그에도 학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초딩 싸움 같다"(@loveaesthetic)는 두 사람의 싸움 덕분에 "하버드가 만만하게 보이는 착시효과"(@sado71)가 만들어져, "대한민국에서 하버드대 위상이 지하 500m로"(@cong0303) 떨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덤&더머"(@julrujeong)라는 별명을 얻은 '석'자 돌림 형제의 설전을 보며, "형제애가 눈물겹다. 박근혜 치마폭에 안기느라 애쓰는 용석 준석. 서로 싫다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비호감 형제야"(@tamjingang)라며 어느 쪽도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역시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이준석 왠지 박근혜가 내보낸 어린 화랑 같아"(@kgulsarang)라며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희생된 어린 화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거꾸로 "강용석 의원이 이준석 위원을 띄워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가 나꼼수에 중독되어서일까요?"(@soarang01)라며 한나라당의 숨은 전략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이 위원이 트위터의 글을 모두 지움으로써 '1라운드'는 일단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강용석 의원이 누굽니까. 박원순, 안철수, 이준석으로 이어진 그의 '집념'을 생각하면 조만간 더 화끈한 2라운드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품어볼 만합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관심은 2라운드까지는 안 가려나 봅니다. "학식은 고급인 것 같은데 인식은 저급"(@ahb174489)이라는 두 사람의 싸움을 "'하버드가 문제군' 이렇게 결론 내고 끝내자. 추하다"(@gayangju)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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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최연소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 유성호

한편 25일에는 전여옥 의원이 지인의 전언을 근거로, 정봉주 전 의원이 호텔에서 가족 및 지인들과 모임을 한 것을 두고 '럭셔리 송별회' 운운하며 "하얏트 나꼼수파"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동석한 안민석 의원이 정 전 의원의 교도소 수감을 하루 앞두고 대책회의를 한 뒤 가족과 차를 한잔 마신 것뿐이라며 영수증까지 공개하자 도리어 역풍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삽질'들을 보며 한 누리꾼은 "가카와 친인척 비리를 덮어라 오더 : 김문수-119 전화로 자폭, 강용석-같은 당 뉴페이스로 자폭 공격, 전여옥-정봉주 호텔식사로 자폭 공격 가카를 지켜라. 하루 한 개씩. 며칠 있으면 연말이다. 또 며칠 덮인다. 몇 놈만 더 자폭해라"(@perred)라고 이들의 뒤에 있을지 모를 '배후'의 존재를 의심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늘 숨겨진 배후부터 의심하게 되는 우리 국민들. 원래 우리가 의심 많은 민족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하도 속고만 살아서 그런 건지, '파란 집'에 계시는 그분은 답을 알고 계시겠죠? 소셜늬우스 2011년 마지막 시간,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내년에도 '속 터지는 뉴스'와 '속 시원한 디스'로 다시 만나요!
#김문수 #강용석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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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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