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낭만 "능경봉, 고루포기산" 설원 산행

겨울에 만나요 "능경봉, 고루포기산"

등록 2011.12.30 15:26수정 2011.12.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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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 정상에서 일행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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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 고루포기산 산행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들이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산행중 찍은 동영상이다. ⓒ 윤도균


능경봉, 고루포기산 설원(雪原) 산행

으이그 나 미쳐, 아니 내가 한두 살 어린애도 아닌 낼 모래면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마치 호랑이 시어머니가 며느리 하는 일에 시시콜콜 못마땅해 잔소리하듯 모처럼 내가 산행을 떠날라치면 늙두 젊도 않은 아내 '도영이 할머니'가 오늘은 어디 어느 산으로 산행을 가느냐? 날씨가 장난 아니게 추운데 이번엔 빠지고 다음에 가라는 둥 별의별 트집을 잡아 나에 산행길 발목을 잡으려 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하여도 내가 평생을 새벽 2시까지 근무하는 힘든 직업을 접고 쉬려고 할 때 쌍수 들어 환영하며 '그래요 당신 수십 년 동안 우리 가족 위하여 희생이 컸다며 이젠 편안히 쉬면서 당신 그렇게 좋아하는 산이나 다니면서 남은 삶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던' 아내가 그런 말 한지 채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으로 변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렇다고 '사나이 한번 먹은 마음' 아내 잔소리에 슬그머니 꼬리 내리고 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라 전국 각처 그 많은 산꾼이 너도나도 설원을 찾아 눈 산행을 떠나는데 마침 나와 함께 늘 산행을 떠나는 '우리 산내음'카페에서 (2011.12.28)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에 있는 '능경봉 (1,123m)'와 강원도 함평군 나산면 수하리에 있는 '고루포기산 (1,218m)'2개 산을 한꺼번에 탄다고 한다.

그러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두고 참새가 어떻게 방앗간을 그냥 지날 수 있나요? '능경봉, 고루 포기'산엔 내 짐작으로 겨울철 내내 웬만하면 잔설이라도 남아 있는 곳이라 기대를 하며 화요일 저녁 배낭을 챙기며 여보 나 내일 강원도 산행을 떠난다고 하니 이번에도 또 아내가 아니 지난주 '선자령'갔다 오고 며칠 됐다고 또 가느냐고 한마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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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동해 고속도로 기념탑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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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산, 능경봉, 대관령 3거리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는 일행들 ⓒ 윤도균


하지만, 이럴 땐 섣불리 대꾸하면 득 될 것 없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아니 그럼 당신은 어제도 밥 먹고 왜 오늘도 밥 먹느냐고 우스갯소리로 대꾸하니 하여간 당신 앞에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면서 이번엔 아내가 순순히 꼬리를 내리며 수요일 아침 새벽 5시 기상하여 도시락을 챙겨주며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능경봉, 고루 포기' 산행은 서울 사당에서 아침 7시 30분 출발 3시간여 달려 대관령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번에도 역시 칼바람이 불어대는데 얼굴이 얼얼하고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리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너도나도 각자 알아서 강추위에 대비한 완전무장 복장과 '스팻치, 아이젠'을 착용하고 23명의 회원님이 태풍처럼 강한 바람을 뚫고 '동해 영동 고속도로 기념탑, 을 향하여 산행이 시작된다.


원래는 '동해 영동 고속도로 기념탑,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다 하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우리는 곧바로 '능경, 고루 포기' 등산로에 진입하여 눈이 무릎까지 쑥쑥 빠져드는 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보다 앞서 이 코스 산행을 하신 산 님들 덕택에 힘든 '러셀산행'을 피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능경봉 1.1km 제왕산 2.0km 대관령 0.7km 삼거리) 산불감시초소에서 우리는 능경봉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이 코스는 촘촘한 잡목 숲 사이로 눈이 무릎 정도까지 쌓여 있는데다 선등자들이 간 발자국을 따라 이어지는 눈길 산행은 평일이라 호젓하고 더 바랄 데 없이 좋은데 한가지 흠이라면 조망이 일절 없는 상태로 능경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산행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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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 정상에서 필자도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정상석이 2/3는 눈속에 묻혀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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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횡계 지역 풍경인데 흐린 날씨탓에 조망이 좋지않다. ⓒ 윤도균


그렇게 지루하게 40여 분을 마치 해외 고산지대 원정 산행에 도전한 산악인들처럼 거친 숨소리를 내며 살을 에듯 불어대는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 등골과 이마엔 땀이 줄줄 흐르고 누구랄 것 없이 하나같이 '씩씩' 거리는 거친 숨소리만 내며 무언의 침묵 산행으로 능경봉 정상 바로 아래 공터에 모여 이날 산행에 참가한 23명의 대원이 모처럼 만난 심설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 가운데 일부 대원들은 눈이 허리까지 빠져드는 눈 속에 일부러 빠져들어 마치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능경봉 정상에 오르니 눈이 얼마나 쌓였던지 능경봉 정상 석이 2/3는 눈에 묻혀 겨우 윗부분만 간신히 보일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정상 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너도나도 모두 돌아가며 정상 석을 껴안고 누워서 기념사진을 찍고 고루 포기 산행을 위하여 다시 하산하듯 미끄러져 떨어져 내려가며 '행운의 돌탑' 지나 '왕산 골 갈림길' 미치지 않아 날 등에서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는데'라고 루포기 산신령님'께서 심통을 부리시는 것인지 쌩쌩 칼바람이 불어와 이날도 또 준비해간 도시락 반찬도 다 꺼내지 못하고 대강대강 식사를 마친다.

그 사이 나는 일행들보다 먼저 출발하여 잠시 소변을 보는데 그 두텁게 쌓인 눈 위에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이 추운 겨울 날씨 눈 위에 녹두 알보다도 작은 거미가 살아서 기어다니고 있다. 내 생각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라 서둘러 디카를 꺼내 접사 촬영을 하려는 사이 거미가 잠깐 사이 낙엽 속으로 숨어버려 사진을 찍지 못한다. 너무 아까운 순간인데, 그래서 일행들에게 거미 이야기를 하니  '청파님 뻥 이지요?' 하는데 중요한 증거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이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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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석 없는 고루포기산 정상석을 대신하는 이정표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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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길 하산길은 대부분 가파른 내리막길이 되어 일행들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눈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다. ⓒ 윤도균


그리고 이어서 (전망대 0.7km, 샘골 0.8km, 왕산 골 2.0km) 삼거리에서 우리는 전망대 방향으로 점점 눈이 더욱 깊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그렇지 않아도 힘이 드는데 살을 에는듯한 삭풍까지 쌩쌩 거리며 불어와 마치 '히말라야 원정등반대'의 무거운 발걸음처럼 천근 만금 힘든 산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한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횡계'방향 조망이 날씨가 청명한 날 같았으면 아름다운 선경을 조망할 수 있을 텐데, 이날은 먹구름 날씨에 삭풍 [朔風]까지 불고 조망이 별로라 너도나도 서둘러 전망대를 떠나 '고루포기산 1.0km, 를 향하여 진행하는데 날 등을 타고 올라야 하는 코스라 더욱 힘이 들지만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 없이 묵묵히 정상을 향하는 일행들의 고루포기산 도전 모습이 아름답기 짝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란 말은 우리 일행들의 '능경 고루포기산행'을 두고 한 말처럼 한전 철탑을 지나 곧이어 '고루포기산 1,238m' 정상에 서게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 고루포기산 정상에는 웬만한 산마다 다 있는 정상 석은 보이지 않고 (닭목령 6.3km, 왕산제2쉼터 2.3km, 능경봉 5.3km, 전망대 1.0km)를 알리는 이정표가 고루포기산 정상 석을 대신하고 있다.

정상 석도 없이 싸늘한 찬바람이 살을 에듯 불어대는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서둘러 몇 컷의 사진을 찍고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며 철탑 지나 0.5km 지점까지 원위치해 (오목골 1.6km, 고루포기산 0.5km, 전망대 0.6km) 삼거리에서 우리는 오목골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이 코스는 그야말로 웬만한 스키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깎아지른 내리막 코스가 되어 아주 특별히 안전에 주의하며 눈이 무릎까지 빠져드는 하산길을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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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골 계곡 풍경인데 하도 많은 눈이 내려 수목이 모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그러져 있는 설경 모습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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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길이 눈에 막혀 우회를 하여야 했다 오목골 눈에 묻힌 풍경이다. ⓒ 윤도균


그러다 보니 일부 회원님들은 코 흘리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 수목과 낭떠러지를 아슬아슬 피해 눈썰매를 타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하산을 하는데 우리가 다행히 하산 코스가 되었기에 망정이지 반대로 올라가는 경우라면 아마 땀께나 흘렸어야 할 오목골 스릴 코스를 전원 안전하게 내려와 계곡에 도착하니 오막골 폭포 빙벽도 만나며 이어지는 계곡에는 얼마 전 내린 많은 눈이 나무에 쌓여 계곡 일대가 온통 휘어지고 찢어진 나무숲 사이로 요리조리 또 다른 설경을 감상하며 "지르메 양떼목장" 도로에 도착한다.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아이젠을 벗고 오목 골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내려 가는데 우측 저만큼 올려다보이는 곳에 "황태덕장"이 또 다른 볼거리를 보이지만 접근 할 수 없어 먼발치로 구경하며 오목골 어귀에 도착하니 오후 3시 15분이다. 그러다 보니 산행이 뜻밖에 일찍 끝나 이날 우리를 왕복 편안하게 교통편을 제공하신 친절한 기사님의 배려로 "용평스키장"에 도착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스키장 구경을 한다.

그리고 때는 바야흐로 연말에다 이곳 지방 특산물이 '황태'라 기사님께서 소개하는 '황태 1번지 황태회관'에서 모처럼 소문난 황태찜, 황태요리 메뉴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꿈나라 여행을 하며 안전하게 귀가를 한다.

능경봉, 고루포기산


능경봉 1,123m

제왕산의 모산으로 오르기가 다소 힘드나 찾는 이가 적어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산이다. 겨울철에는 무릎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나,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눈 덮인 겨울 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능경봉 산행 들머리는 해발 850m가 넘는 대관령 고갯마루인 대관령 남쪽휴게소에서 시작된다.

고루포기산  1,218m

고루포기산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변의 발왕산, 제왕산, 능경봉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산이다. 백두대간 상에 솟아 있는 산으로 울창한 숲과 초원지대와 야생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환상적인 산행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 발아래는 왕산리 계곡이 펼쳐지고 그 뒤 멀리 강릉시와 동해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며, 북쪽으로는 초록빛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한국의 산하발췌)

◉ 산  행 지 : 능경봉, 1,123m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와 고루포기산 1,218m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 산행일시 : 2011년 12월 29일 (수요일)

◉ 산행코스 : 대관령주차장 ~ 동해고속도로준공기념비 ~ 삼거리 산불감시초소 ~ 헬기장 ~
              능 경봉 ~ 행운의 돌탑 ~ 왕산 골 갈림길 ~ 전망대 ~ 오목 골 갈림길 ~ 철탑
              ~ 고루포기산 1,218m ~ 오목골 갈림길 ~ 오목폭포 ~ 오목골 ~ 지르메 양떼목
              장 ~ 오목교          
◉ 산행인원 : 23명
◉ 산행시간 :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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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골 하산길에 본 '황태덕장' 풍경 ⓒ 윤도균


#능경봉 #고루포기산 #대관령 #황태덕장 #용평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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