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가기

등록 2011.12.30 15:05수정 2011.12.30 15:05
0
이른 아침, 뇌파를 감지해 가장 얕은 수면을 하고 있을 때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 쉽게 잠을 깬다. 오늘 할일들을 체크하고 바깥 날씨가 어떤지 알아본 후, 어떤 옷을 입을 지 알아 본다. 버스 혹은 지하철이 언제 도착하는지 보고,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언론사 별 주요 뉴스를 확인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를 이용해 지인들과 안부를 묻거나, 틈틈이 내게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사람들과 소통한다. 밥때가 되면 먹은 음식에 따른 칼로리 계산도 하고, 일정한 시간마다 알람이 울려 오늘은 무슨 운동을 해야 하는지 체크한다.

지갑은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사용하고 있는 모든 카드는 스마트폰 안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따로 가지 않아도 손쉽게 일을 처리 할 수 있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TV 시청도 한다. 

놀랍게도 이 모든 하루의 일상이 손바닥 안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세상이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한 일들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들을 뒤적이다 보면 별천지, 신세계 발견이 따로 없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100이라고 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평소에 다루는 건 많아야 30~50 안팎일 테지만, 이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일상을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다. 

두 달째다. 스물다섯 해 동안 없이도 잘 살아왔던 이 물건이 아주 빠른 속도로 내 삶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지독한 길치인 나는 사람들의 잰 발걸음을 멋쩍게 멈춰 세우고 "길 좀 여쭐게요"라고 묻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궁금한 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라도 '뭐더라?'하고 끙끙대거나 참을 일도 없다. 정보가 한층 가까워졌다. 

그런데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기계에 대해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는 문외한인 나조차도 이렇게나 빨리 기계에 적응하는 게 한편으로는 두렵다. 두 달 전 처음 스마트폰을 접했을 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것에 내가 휘청거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노력 중이다. 손에 이 네모진 마물을 들고 있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 책을 들고 있겠노라고. 온갖 화려한 기능들에 정신이 팔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지 않겠노라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 각자의 손가락이 바쁘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만 한 네모진 상자를 들여다 보느라 책은커녕 주위를 둘러볼 여력도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 덕에 편리해진 삶을 외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계에 삶이 점령되는 게 우려스러운 거다. 기계는 갈수록 기능적 영역을 넓혀나가며 '스마트'해지는데, 사람은 점차 아둔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스마트'라는 게 보편화된 세상이다. 큰 어려움이 없는 한, 누구나 손쉽게 스마트폰을 갖고 스마트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기계에 의존하는 멍텅구리가 되기보다 똑똑하게 기계를 사용하는 법을 먼저 생각해 봐야만 한다. 스마트폰의 온갖 기능을 사용할 줄 아는 것과 똑똑한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아연 씨는 현재 한밭대에 재학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임아연 씨는 현재 한밭대에 재학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SNS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배달하다 숨진 26살 청년, 하루 뒤에 온 충격 메일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