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입은 여성과 몸싸움하다 상해, 강간치상 무죄 왜?

대법, 주거침입죄와 상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등록 2011.12.30 18:01수정 2011.12.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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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에 침입해 속옷만 입고 잠을 자는 여성을 훔쳐보다가 잠에서 깨어나 놀란 피해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대법원은 강간 또는 강제추행을 목적으로 추가로 폭행ㆍ협박을 저지르지 않은 점을 들어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술을 마신 K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신림동의 A원룸 3층에서 잠을 자고 있는 L(28,여)씨를 훔쳐보기 위해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가 창문을 통해 몰래 집안으로 침입해 옆에서 바라봤다.

당시 L씨는 침대에서 팬티만 입은 채 잠을 자고 있었고, 인기척에 깬 L씨가 깜짝 놀라 고함을 지르자 K씨는 L씨의 몸 위에 올라타 입을 막는 등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K씨가 L씨의 반항을 억압해 강간하려 했으나, K씨를 알고 있던 L씨가 '나, 너 얼굴 봤다. 신고하지 않을 테니 살려 달라'는 말을 듣고 신고할 것을 두려워 해 강간의 뜻을 단념해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K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주거침입 강간치상)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정영훈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주거침입죄와 상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K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평소 감정, 주거에 침입한 방법,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나자 침대 위로 올라가 입을 막고 가슴과 허리를 만진 점에서 주거침입강간 이외에 다른 목적을 생각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강간의 범의가 없었음을 전제로 강간치상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2형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도 지난 7월 1심과 같이 판단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 경위 등을 살펴보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강간의 범의(적어도 강제추행의 범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주거에 침입한 다음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바라보는 외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점에 더 무게를 둬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잠을 자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하려다 상해를 입힌 혐의(주거침입 강간치상)로 기소된 K(36)씨에 대해 주거침입죄와 상해죄만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한 다음 팬티 외에 다른 옷을 입지 않은 채 이불도 덮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던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피해자를 바라보는 외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점, 특히 잠에서 깬 피해자가 팬티만 입은 채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음에도 강간 또는 강제추행을 목적으로 추가로 폭행·협박을 저지르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은 후 가슴 부분과 허리 부분을 만진 것은 강간 또는 강제추행 범행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주거침입사실이 발각된 피고인이 단지 피해자를 제압하려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의도와는 달리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주거침입강간치상 #주거침입죄 #상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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