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로 끝나지 않는 로마 축제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로마의 축제들, 도서출판 숲, 2002, 24000원.

등록 2011.12.31 10:56수정 2011.12.31 10:56
0
원고료로 응원
a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로마의 축제들, 도서출판 숲, 2002, 24000원. ⓒ 박현국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일상의 시간, 속된 시간이 있고, 일상생활과 달리, 일상의 시간을 벗어나서 특별한 날이나 절기에 따라서 지내는 축제의 시간, 거룩한 시간이 있습니다.

과연 로마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는 어떠한 성스러운 시간, 축제가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 오비디우스가 지은 로마의 축제들입니다. 일상의 시간과 축제의 시간은 교체되면서 인간 생활에 활기와 윤기를 더해줍니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에 쉽게 피곤을 느끼고 싫증을 겪습니다. 그렇지만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합니다. 그리고 먹기 살기 위해서 해야 만합니다. 그렇지만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허식과 규칙을 벗어던지고 마음 가볍게 참가해서 먹고 놀고 마시고 싸우기도 합니다.

코스모스의 정돈된 시간, 유의 시간이 일상의 시간이라면 카오스의 혼란한 시간, 무의 시간이 축제의 시간입니다. 이 두 세계는 단절되어 있지 않고 서로 교차하면서 반복됩니다. 유는 무를 낳고, 무는 유를 잉태합니다. 진흙과 혼돈의 카오스 세계인 궁창에서 밤과 낮을 만들고, 뭍과 바다를 나눕니다.

로마시대는 비록 2천 년 전에 있었던 오래전 때이지만 정치 제도나 사회 구조는 오늘날에도 서양사회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프랑스 국회에서 사용하는 상원이라는 말 세네이트(Senate)는 로마시대 원로원을 뜻하는 세나투스(senatus, 노인들이라는 senes에서 유래)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의 로마의 축제는 1월부터 6월까지 하루하루 별자리의 움직임과 뜨는 시간, 그날과 관련된 신들의 역할과 기원에 대해서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 6월까지만 썼는지 중단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는 날짜별 이루어지는 축제와 그와 관련된 신들의 등장이나 관련된 사실들, 꽃들, 술이나 여러 가지 사물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신 천병희 선생님께서는 알기 쉽게 하나하나 자세한 주를 달아주셨습니다. 아마도 책 내용보다도 자세한 주 설명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마 축제에는 시기별로 많은 신들이 등장하지만 주목할 만한 신은 농업과 곡신의 신으로 알려진 케레스신이 아닌가 합니다. 이 신은 여러 날에 걸쳐서 많이 나옵니다. 이것은 아마도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로마의 축제에 등장하는 날짜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로마 시대 풍습이 우리 풍습과 동일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우리 문화와 비슷하거나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근 숭배, 돼지 제물,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새해 풍습 등입니다.

이 책을 쓴 오비디우스는 로마 문학사에서 아우구스투스 시대하고 하는 로마의 황제 시대에 태어나서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같은 시대를 지낸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서 흑해 연연으로 유배를 가서 끝내 그곳에서 숨을 거둡니다. 그가 유배를 간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오비디우스(BC 43 - AD 17, 18)는 로마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시인으로 변신이야기, 사랑의 노래, 여걸들의 서한집, 사랑의 기술, 사랑의 치료약, 비탄의 노래, 흑해로부터의 편지 등이 있습니다. 
 
a

 왼쪽 사진은 로마 사람들이 농업과 곡식의 신으로 섬기던 케레스 신상입니다. 한 손에는 곡식 묶음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집나간 딸을 찾기 위해서 횃불을 들었습니다. 곡식을 위한 축제 때에는 멧돼지를 제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멧돼지가 들판을 휘젓고 다니면서 곡식이 익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로마 사람들이 태양신으로 섬기던 아폴로 신상입니다. 두 사진에 있는 신상은 모두 시가켄에 있는 미호뮤지엄에서 찍은 것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축제들 - 라틴어 원전 번역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10


#로마의 축제들 #케레스 신상 #아폴로 신상 #오비디우스 #천병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