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위문 공연하는 '젊은 노인들'

서울 동대문노인복지관 풍물동아리 '동풍' 연말 노인들 위문공연에 나서다

등록 2011.12.31 12:05수정 2012.01.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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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청 대강당 무대에 오른 '동풍' 풍물팀 ⓒ 이승철


"덩 덩 쿵따 쿵따, 더덩 더덩 쿵따 쿵따~~" "덩기덕 덩다다다 덩기덕 쿵따~~"
덩실덩실~ 으쓱으쓱~ 어깨춤이 들썩거려지는 흥겨운 우리전통 풍물가락이 실내에 가득 넘쳐난다. "야아~잘 한다~" "얼~쑤! 좋~다~!!" 관중석에서 노인들 몇 분이 구성진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운다. 노인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움에 한껏 젖는다. 지난 12월 22일 동대문 구청 대강당은 노인들의 흥겨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동대문구청에서 주관하여 수백 명의 노인들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노인들의 건강관리 강좌와 위로잔치를 겸한 자리였다. 수많은 노인들 앞에서 무대에 올라 공연한 풍물팀은 시립동대문복지관 풍물동아리 '동풍"이었다. '동풍'이란 이름은 '동대문노인복지관 풍물팀'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만난 동풍 회원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노인들에게 흥겨움을 주기 위해 출연한 풍물팀 회원들도 대부분 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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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김옥녀 할머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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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를 맡고 있는 62세 임영남씨 ⓒ 이승철


"저희 풍물팀 회원들의 평균연령이 아마 70세쯤 될 걸요" 이 풍물팀에서 총무로 봉사하고 있는 임영남(62)씨의 말이다. 자신의 나이가 가장 어려서 궂은일을 많이 해야 하는 총무 일을 맡게 되었단다. 매주 토요일 연습할 때마다 간식준비는 물론 이날처럼 행사가 있을 때면 이런저런 준비와 챙겨야할 일들이 많다고 한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나이가 무슨 상관있겠어요?" 머리카락이 온통 새하얀 김옥녀(79)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가 나이가 제일 많으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최고령은 올해 85세인 이상기 노인인데 마침 감기에 걸려 이날 공연에는 참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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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북잡이 송재옥 노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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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북잡이 전창홍노인 ⓒ 이승철


"재미도 있고 아직 할 만 합니다. 더 늙기 전에 열심히 해야지요" 올해 80세인 송재옥 노인과 71세인 전창홍 노인은 북을 메고 있었다. 북을 메고 공연하기에 너무 무겁지 않느냐고 물으니 아직 할 만 하단다. 이날 행사의 주제처럼 그야말로 '날마다 청춘'인 노인들이었다.

"저는 아직 이 팀에서 '젊은 오빠' '영계 오빠'로 통합니다. 허허허" 체구가 건장해 보이는 서진석(66)씨는 멋쩍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웬걸요? 손자손녀를 둘씩이나 보았는데요." 아직 젊어보여서 할아버지 소리 듣기가 거북해 보일 것 같다고 하자 하는 말이다. 서진석씨는 체격이 건장하고 나이도 젊은 편이어서 풍물악기 중 제일 무거운 징잡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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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징잡이 젊은오빠 서진석씨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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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 회장을 맡고 있는 74세 박복선 할머니 ⓒ 이승철


"모두들 참 열심히 합니다, 아프지 않으면 이런 공연에도 빠지지 않고.." 풍물팀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복선(74) 할머니의 말이다.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복지관에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참여율이 거의 100퍼센트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풍물을 좋아하고 열심히 연습한다는 것이다.

"그럼요. 우리 풍물 팀 어디 내놔도 손색없어요. 그래서 공연초청도 자주 받는답니다." 노인들의 풍물을 지도하고 있는 이혜용(52)선생의 말이다. 이혜용 선생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거문고를 전공하고 국악관현악단에서 연주했던 전문 국악인이다. 지금도 '한소리 국악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이며 매우 바쁜 사람이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노인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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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가르치는 국악인 이혜용씨와 대기실의 동풍 회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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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노인들이 모여든 공연장 모습 ⓒ 이승철


노인풍물 팀 '동풍'은 지난여름과 가을에 길거리 축제와 멀리 충남에 있는 노인요양원 봉사공연도 다녀왔다고 한다. 12월초엔 동대문복지관에서 노인위로공연도 했으며, 전통명절 설을 전후하여 장터공연과 역시 노인들을 위한 공연이 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날마다 청춘'으로 자신들의 나이를 잊고 사는 노인들, 다른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풍' 풍물팀은 젊은(?) 노인들이었다. 새해에는 더욱 활기찬 활동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동풍 #젊은 노인들 #우리가락 #풍물팀 #동대문노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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