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은 왜 '상표'를 떼지 않았나?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20주년⑤]전 코디네이터 윤미성 씨..."만들어진 <서태지...> 아니다"

12.01.15 15:28최종업데이트12.01.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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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박종원 시민기자는 "당장,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오마이스타>는 '절대공감'합니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특별 섹션'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한 번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주제로 하는 원고나 사진 기꺼이 모십니다. 독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비단 음악말고도 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이들에게 붙은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가 유행이 되었다. 그들이 무대에서 입은 옷 역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옷에 붙은 상표를 떼지 않는 것이었다.

당시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무대에 올라갈 때 상표를 뗄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올라갔다'는 설도 있었고,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과연 그 '전모'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협찬 의상이라 돌려줘야 했기 때문"

서태지와 아이들 1집부터 4집까지 코디네이터로 함께 했던 윤미성 씨는 이 같은 질문에 "협찬 받은 의상이라 돌려주어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씨는 "유행을 만들기 위해 한 건 아니었다"며 "협찬 받은 옷만 상표를 떼지 않고 무대에 올랐는데,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한 서태지 씨가 '계속 해 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다"고 답했다.

지금의 연예인들은 대부분 코디네이터와 함께 일을 하지만, 당시에는 코디네이터라는 정확한 개념이 성립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미성 씨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의상을 담당하며 코디네이터라는 전문적인 역할이 연예계에 존재하게 했다. 이때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대부분의 스타일을 제안했고, 윤 씨를 비롯한 코디네이터들이 이에 맞춰 의상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입었던 의상 중에는 윤미성 씨를 비롯한 코디네이터들이 직접 제작한 것도 있었다. 윤 씨는 멤버들이 제안한 스타일의 옷이 없는 경우에는 직접 의상을 '리폼'했다고 전했다. 지금이야 활동 콘셉트에 맞춰 의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시도였다고 한다.

윤 씨는 "이후 다른 가수들과도 작업을 했는데, 그들이 서태지와 아이들 의상을 보고 '이렇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 윤 씨는 "(2집 활동시기에) 국내에 힙합 스타일의 옷이 많지 않았다"며 "'겟유스드(Get Used)'라는 브랜드 옷에만 그런 스타일이 있었는데, 멤버들이 이 옷을 입으면서 브랜드가 유명해졌다"고 밝혔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이 커다란 홍보 효과를 지녔다는 것을 깨달은 한 의류 브랜드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의상 제작비를 지원했고, 코디네이터들은 그 브랜드 로고를 붙인 의상을 따로 만들어 멤버들에게 입혔다. 이른바 '스타 마케팅'의 초창기 모델이었다.

스타의 의상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라는 역할은 서태지와 아이들 때 처음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서태지닷컴


"음악에만 빠져 지내던 정말 영특한 청년"

한편 윤미성 씨는 "팬들이 가수 집 앞에 있었던 최초의 사례가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쉽게 말해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을 쫓는 팬)의 원조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윤 씨는 "서태지 씨 집 앞에 가면 한 번에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씩 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10여 년 전 코디네이터를 그만둔 윤 씨는 현재 의류 기획·마케팅 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윤 씨의 기억에 서태지와 아이들은 어떤 그룹이었을까.

윤 씨는 "서태지 씨를 두고 많은 이들이 천재라 하는데, 정말 영특했다"며 "늘 음악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과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음악에만 빠져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씨는 "양현석 씨와 이주노 씨 역시 항상 춤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서태지와 아이들은) '만들어진 가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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