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부터 중국의 행보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최신예 전투기 '젠(殲)-10'을 비롯해 조기경보기 '쿵징(空驚)-200', 공중급유기 '훙유(宏油)-6' 등의 공군기와 함께, '잉지(鷹擊)-62', '둥펑(東風)-21', '쥐랑(巨浪)-2' 등 미사일 등을 공개하거나 실전 배치하고 있다.
특히 '항공모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둥펑(사정거리 1300~2000㎞)은 한국과 대만, 일본 해군은 물론, 북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펴는 미 해군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사정거리 8000㎞의 쥐랑은 미국 본토 대부분을 표적에 넣을 정도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데 사정거리가 1100㎞인 '창젠(長劍)-10' 대함미사일과 무인폭격기 'WJ600'을 배치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력전투기에 비해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스텔스전투기 젠-20은 물론, 심지어 위성을 공격하여 파괴할 수 있는 무기까지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위성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나 직접 우주로 날아가 목표를 잡을 수 있는 괴물 같은 전투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행보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국가는 역시 미국과 일본이다. 최근에 배치된 무기와 기존의 핵미사일과 핵잠수함도 위협적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중국이 올해 여름에 진수할 예정인 항공모함도 결코 만만치 않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하여 2002년부터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개조하던 '스랑(施琅, 본래 함명은 바리야그Varyag)'은 이미 시험항해를 마친 상태다. 중국은 6만 7천 톤급으로 5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는 스랑을 올해 정식으로 취역시킬 예정이지만 스랑 자체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스랑은 본래부터 중고품을 수입하여 개조한 데다, 핵추진 항공모함이 아니라는 것이 결정적 약점이다. 또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전단(戰團)의 편성이 아직 미흡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항공모함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함대가 필수적이다. 모든 방위의 탐지와 전투가 가능한 이지스(Aegis) 기능을 갖춘 구축함과 순양함이 빈틈없이 둘러싸야 한다. 거기에 적의 잠수함을 상대하기 위한 잠수함에다 함재기에 연료를 보급하는 급유선과 해병대를 파견하기 위한 상륙함이 필요하다. 함재기도 전폭기와 조기경보기, 공격기, 정찰기, 헬기 등등의 기종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텐데, 그렇기 때문에 항공모함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항공모함 전단을 11개나 운용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해군력이 대수롭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도 머지않아 핵추진 항공모함을 주력으로 하는 전단을 보유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경제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국방비에 천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 중국이 아무렴 재래식, 그것도 중고품 항공모함에 만족할 것 같은가? 실제로 중국이 상하이의 조선소에서 은밀히 핵추진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정보 등을 감안하면 스랑의 취역은 기술력 축적의 일환일 개연성이 높다. 현재의 추세로 보았을 때 적어도 2030년쯤에는 미국에 필적하는 항공모함 전단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본격적인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하게 되면 아시아에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조어도(釣漁島, 일본명 센가쿠) 일대의 해역은 물론, 상당수의 아시아 국가가 개입되어 있는 남사군도(南沙群島)에서의 패권도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특히 73만㎢의 남사군도는 해상교통·어업의 요충지이자 영해 자체로서의 가치도 적지 않지만,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관계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중국은 물론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타이완 등등의 국가가 남사군도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에 필적하는 해군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남사군도는 고스란히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며, 거기서 확보된 자원으로 더욱 덩치를 불린 중국이 전진을 멈추려들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은 지금처럼 조어도 인근 해역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게 될 것이며, 미국 역시 현재까지 통용되었던 세계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는 우리에게도 아주 좋지 못하다. 수출입 통로의 대부분과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석유자원의 100%가 해로(海路)를 통하는 우리의 경우,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해진 중국 해군은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굳이 직접 공격할 필요도 없이 우리를 말려죽일 수 있는 만큼,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는 것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해군력은 어느 수준에 와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도 중국을 상대하기 벅차다. 한국 해군은 불과 30년 전까지도 미국이 버리다시피 한 고물구축함이 주력이었다. '물이 줄줄 새는 구축함'에서 탈피하여 현대화가 시급했던 한국 해군은 '한국형 구축함 사업'KDX(Korean Destroyer Experimental)를 추진하게 된다.
1차로 시행된 KDX-I 사업에서는 3200톤 급의 '광개토대왕함'과 '을지문덕함', '양만춘함'을 취역시켰다. KDX-I은 기존의 함포 대신 미사일을 주공격력으로 채용하고 대공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여 한국 해군의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된 자체 방어력을 갖추었다. KDX-I은 박물관에 보내야 할 기존의 구축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뛰어났지만 기술력 축적의 성격이 강했으며, 가장 중요한 다수 목표에 대한 탐지와 미사일에 대한 방어수단이 제한적이었다.
두 번째 단계인 KDX-II은 4400톤 급의 이순신함을 탄생시켰다. 2005년 이후 KDX-I보다 훨씬 향상된 이순신함과 더불어 '문무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이 차례로 실전에 배치되었지만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이지스(Aegis)는 아니었다. 전방위의 목표 탐지와 그에 따른 방어와 공격은 물론,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방어까지도 가능하여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은 이지스함을 보유하는 것이 KDX 계획의 최종목표였다.
KDX-III 사업은 함체부터가 7600톤의 대형인데다, 이지스 컴뱃 시스템(ACS, Aegis Combat System)을 탑재한 '세종대왕함'을 필두로 하여 '율곡 이이함'과 '서애 유성룡함'을 취역시켰다. KDX-III 사업이 거의 완료되고 5600톤급의 차기 구축함을 목표로 하는 KDX-ⅡA도 진행 중이지만 한국 해군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이지스함이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4대강을 위시한 국책사업에 밀린 데다, 육군과 공군의 전투력 강화에 순위가 뒤지는 등등의 요인으로 인해 최종목표인 '대양해군'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항공모함 전단을 보유한 중국 해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또한 '천안함 폭침사건'도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60년대 수준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한 북한 해군에게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판에 항공모함까지 가진 중국 해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다.
기대에 미흡하기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규 전력이 부족한 것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비대칭전략'이 필수적인데, 특히 미사일이 효율적이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함에 있어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것도 핵무기와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반드시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상대방의 심장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의 보유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미사일이 부른 공포는 대단했었다. 비록 정확히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발사하는 자체로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으니, 스커드 같은 장거리미사일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미사일은 불과 300㎞ 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300㎞라면 중국은커녕 휴전선에서 발사해도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하지 못한다.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는 믿기 어렵지만,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에 따른 결과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방어적 성격으로서 전쟁 억제를 위한 용도의 미사일이며, 결코 먼저 중국과 북한을 도발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가 300㎞ 이상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자신들이 퇴역시키거나, 퇴역의 시기가 근접한 무기를 팔려고 기를 쓰면서도 정작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 무기의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기갑전력을 저지할 수 있는 아파치 헬기를 철수하면서도 최강의 공격기로 인정되는 A-10 공격기를 팔지 않는 등등, 우리와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와 주변 국가들과의 역학관계를 감안해도 받아들기 어렵다.
입만 열면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무기는 주지 않으면서 방위비 분담액의 인상을 요구하며, 게다가 무상으로 임대받은 기지를 오염시키면서도 조금의 책임조차 지지 않는 행태는 더 이상 반복될 수 없다. 모든 문제는 우리의 군사적 역량이 발휘되지 못하도록 발목이 잡힌 것에 있다. 스스로를 지킬 군사적 주권이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는 2015년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발효되는 바, 홀로 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남에게 패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법이니 제대로 된 국방력 함양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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