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과 용현이의 신뢰, 제작진의 선택은?

[주장 ②]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이 더 위험한 이유

검토 완료

이정환(bangzza)등록 2012.04.26 13:53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이 더 위험한 이유, 첫 번째 주장에서 이어집니다.

프로그램 4회에서 방송된 심리상담 결과에 따르면, 용현이는 자기 자신의 결점과 부족함을 스스로 알고 있고 또 그러한 결점으로 인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이라는 절망감 속에 있는 아이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결점을 타인들에게 드러내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며 그러기 위한 정신방어기재로서 허세를 부리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가 어둑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 술에 취한 모습, 규칙을 못 지켜서 혼나는 모습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방송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춰져야 했다. 네티즌들은 용현군을 향해 악플을 달기 시작했고 용현군은 심리적 갈등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용현이가 제작진에게 불만을 표시한 이유, 그 핵심은?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에 출연한 황용현 군 ⓒ JTBC


그럴 거면 뭐 하러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느냐고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 출연해서 변화의 기회를 잡아 보라고 말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한 것은 다름 아닌 제작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용현군이 그만큼 제작진을 신뢰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용현군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제작진에게 큰 실망을 한 것이 분명하다. 용현군이 합숙소를 떠나는 것이 방영되었던 7회에서 용현군은 배려가 없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며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제작진에게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한 불만에 대해 제작진은 용현이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제작진이 어떤 교육적 목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지키게 하는 것인지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제작진의 말은 다 맞다.

하지만 용현이가 의견을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자제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멋대로 하고 싶어서 불평에 가득 찬 불량 청소년의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시청자는 용현이가 엇나가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제작진의 논리에 설득된다. 왜냐하면 그게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코 어른들을 이길 수 없는 용현이의 고립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 JTBC


문제가 바로 거기에 있다. 용현이는 아무리 '제작진'이라는 갈등 당사자에 대해서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더라도 더 잘 교육받고 더 논리적이며 더 맞는 말만 하는 어른들을 상대로 결코 이길 수 없다.

담당 PD는 용현이의 말 하나하나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잘 반박하고 용현이의 생각이 틀렸으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용현이를 설득하려 한다. 인내심의 필요성, 합숙의 의미, 얼마나 계획적으로 모든 것을 고려해서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담당 PD는 유창하고 논리적으로 말한다.

이 상황에서 용현이는 홀로 외롭게 고립되어 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더 똑똑하고 더 논리적인 어른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PD처럼 그렇게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은 더 불량 청소년으로 비춰질 뿐이다.

또한 상대방이 더 맞는 말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에 분노와 적개심이 쌓여간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청소년의 심리이다. 힘과 권력관계, 지식과 논리력의 우열관계에 있어 완전히 불균형 상태인 PD와 용현이가 직접 대면해서 서로 논쟁한다면 용현이가 애당초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시청률과 용현이의 신뢰...제작진의 선택은?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 ⓒ JTBC


그리고 PD는 청소년을 대할 때는 이해에 기반한 진실한 소통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제작진과의 갈등 속에서 용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중재자는 없었다.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며 그것을 통해 그 마음을 얻으려고 해야 하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져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작진은 완전히 간과했다.

제작진은 세상을 향해 스스로가 논리적이고 올바른 행동을 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한 명의 아이인 용현이로부터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는 것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세상의 시선은 다른 아이들은 견디는데 너는 왜 그러지 못하느냐는 낙인으로 용현이를 낙오자로 보게 되었다.

용현이가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다른 소년들과 제작진은 위기 의식이 고양되었을 것이다. 위기에 직면한 집단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내부 구성원들간의 결속력은 높아질 것이며, 제작진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고 용현이 케이스를 거울삼아 더 이상 강압적 방법보다는 아이들을 더 배려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용현이는 결코 그렇게 버려져서는 안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용현이라는 일탈자는 공공의 적이 된다. 구성원들은 일탈자를 함께 비난하며 구성원들의 단합을 도모하고 자신들은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용현이는 결코 그렇게 버려져서는 안 된다. 제작진은 용현이에게 얼마나 큰 신뢰의 빚을 지고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험한 소년들> 1회에서 한 전문가는 청소년 상담의 제1원칙은 경청이며 침묵도 언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용현이가 합숙소를 떠난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언어라고 본다. 나는 그 언어 속에서 제작진과 소녀시대에 대한 용현이의 외침을 듣는다.

"당신들이 방송을 떠나서도 나에게 진실한 관심을 가져줄 수 있고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주려 할 것인가?"

나는 방송 관계자 모두가 용현이가 제시한 이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용현이가 만든 이 시험대 밑에서 더 큰 외침과 절규가 들린다. 바로 상처받은 한 아이의 도움에 대한 간절하고 절실한 외침 (crying for help)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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