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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해진 빅뱅...'훅' 한방이 필요하다

[초식남의 음악 육식] 빅뱅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리뷰

12.02.29 10:44최종업데이트12.02.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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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빅뱅의 새 앨범 콘셉트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빅뱅이 음원을 모두 공개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들은 총력전을 택했다. 상황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의지가 앨범 내용에 적나라하게 묻어있다.

앨범 전반적으로 멜로디의 비중이 늘었다. 탑과 지 드래곤의 랩에는 바운스(강세) 뿐만이 아니라 음정도 함께 섞여있다. 전체적으로 전작에 비해 사운드의 공격성은 줄어들었고, 리듬은 훨씬 더 간결해졌다. 유투(U2)의 초기 앨범을 연상케 하는 전자기타 반주와 록 스타일의 리듬감을 십분 이용한 전작에 비하면 굉장히 얌전해졌다.

강화된 멜로디, 간결한 리듬, 안정된 사운드. 인기를 끄는 노래로서의 공식이 듬뿍 들어있다.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진화보다 안정을 택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빅뱅이 순한 양이 된 것은 아니다. 록에서 눈을 돌린 대신,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의 공격적인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7일 YG블로그에 공개된 빅뱅의 5번째 미니앨범 트랙리스트 및 타이틀곡 ⓒ YG엔터테인먼트


강화된 멜로디, 안정된 사운드. 대박을 위한 총력전

앨범 인트로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랩을 쏟아내며 빅뱅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트 역시 공격적이다. "죽어 가는 듯 보이지만 죽지 않아 / 남들의 시선을 피해 결코 숨지 않아"라는 가사는 확실히 빅뱅 자신들의 이야기다. 인트로지만 초반 어필에 부족함이 없다.

뒤이어 이어지는 2번 트랙인 '블루'는 어쿠스틱 사운드와 랩의 차분한 바운스가 노래 전반을 관통한다. 지 드래곤과 탑의 랩에는 음정이 함께 들어있어 랩을 싫어하는 이들도 비교적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을 듯하다. 듣다보면 스페셜에디션 앨범의 사운드가 떠오른다.

앨범을 제작한 테디와 지 드래곤의 센스가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사랑먼지'와 '재미없어'다. 사랑먼지의 경우 도입부에서 들려오는 오토튠 소리가 좀 불편하지만, 무거운 신디사이저의 전개에 비해 밝은 멜로디가 묘하게 대비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랑먼지가 신디사이저와 멜로디 전개의 대비에서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면 '재미없어'는 물 흐르듯 돌고 도는 후렴구가 매력 포인트다. 이 두 곡만으로도 이들의 팝 적 센스를 증명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 '날개'는 대성의 솔로 곡이다. 전작인 베이비 돈 크라이(baby don't cry)의 우울한 분위기와 비교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하지만 악기 편성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곡가의 의중인지 대성 자신의 생각인지 모르나, 록 사운드가 대성에게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성의 투박한 음성과 기타는 의외로 잘 어우러지는 면이 있다.

빅뱅 멤버들. 좌측부터 지드래곤, 승리, 태양, 대성, 탑. ⓒ YG 엔터테인먼트



빅뱅의 전곡 타이틀 전략. 성공 여부를 떠나서 아름답다

앨범의 수준이 뛰어나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트랙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 악기편성의 클리세(진부함)가 느껴지는 것은 조금 아쉽다. 물론 그것이 앨범의 작품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보다 정말 안타까운 대목은 빅뱅 초기의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에서의 그 번득이던 훅(후렴구) 한 방이 많이 무뎌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세월이 세월인 만큼 기존의 트렌드에 목을 매 봐야 부질없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들이 데뷔 초에 보여준 음악적 파괴력이 새삼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 미안한 마음에 '암소 소리'를 외치면 듣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벗 알 러뷰 다 거짓말'을 말하던 그 때 말이다.

전곡 타이틀 전략이 얼마나 주효하게 먹힐 지도 의문이다. 곡의 수준이 모두 뛰어나지만, 전곡이 타이틀이 된 만큼 특정 곡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많은 경우 '베스트 트랙'이 많은 앨범보다는 단 하나의 '킬링 트랙'이 존재하는 앨범이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곤 한다. 나머지 트랙들을 압도할 '거짓말'급의 킬링 트랙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데에는 더 나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략은 음악을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구석이 있다. '모든 곡이 다 좋으니 하나하나 다 들어 보라'는 듣는 이에 대한 주문 아닌가. 앨범의 모든 곡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지켜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타이틀 곡 하나만을 내세우고 나머지 트랙들은 날림으로 만들었던 가요계의 지난 시절 관행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2006년도의 그때처럼 빅뱅이 다시 '빅뱅' 할 수 있을지의 여부만이 남았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단 하나 뿐이다. 이제까지 섰던 무대 중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드는 것. 그들의 콘서트가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빅뱅 지드래곤 대성 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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