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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KBS 트로피…이 연기자는 왜 내동댕이쳤을까?

[김대오의 데스크클립] 작은 상에 대한 분노...KBS 연기대상 '내동댕이'

12.03.04 12:49최종업데이트12.03.0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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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고등학교의 한 담임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준 상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은 적이 있다. 상 이름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상'이다. 상 이름도 그렇지만 상을 준 이유도 걸작이다. '위 학생은 골룸이라는 별명을 통해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였으며, 또한 반지의 제왕과는 달리 다중 인격적이지 않아 이 상을 수여합니다'는 게 시상이유다.

전 세계적으로나 시대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골룸상'의 수상자가 된 학생은 한없이 기뻤을 테고, 안타깝게 '골룸상'을 놓친(?) 같은 반 친구들도 박장대소로 축하해주는 장면이 떠올라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상이란 게 그렇다. 받는 사람이나 수상의 기회를 놓친 사람이나 모두 기뻐할 수 있는 게 진짜 상이지 싶다. 경쟁의 산물이지만 잔치 분위기를 통해 모든 사람을 격려하고 화합시키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말이면 영화계와 방송가의 시상식은 '잔치'에 가깝다. 몇몇 사람들은 '나눠 먹기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잔치'라는 의미로 살펴보면 상 좀 나눠 먹는다 해서 그리 큰일은 아닐 듯싶다.

2005년 청룡영화상 시상식 당시 남우주연상 '밥상론' 수상소감으로 화제에 올랐던 배우 황정민 ⓒ www.blueaward.co.kr


시상식 빛내려 리무진 빌렸던 최진실 그리고 신현준

90년대 말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시상식에서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누가 수상자인지 알 수 없는 '공정한 시상식 룰'이 존재했다. 연기자나 매니지먼트 업계의 입김이 커진 탓에 요즘 몇몇 시상식은 '언질' 혹은 '귀띔'이 없는 한 참석하지 않는다. "내가 손뼉이나 치러 거기 가야 하느냐"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욕심' 하나만큼은 생전에 끝내줬던 최진실. 상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도 강했지만, 시상식에서만큼은 경쟁 배우들의 수상을 아낌없이 축하해줬다. 90년대 말 국내 한 영화제에 최진실이 늦게 도착해 관계자의 애간장을 녹인 적이 있다. 본상도 아닌 진짜 '나눠주는 인기상' 수상자였던 터라 '혹시? 상이 작아서?'일까 싶었다. 주최측이 당시 매니저였던 김정수씨에게 연락을 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아이고! 그 문제 아니에요. 비록 올해는 큰 상을 못 받지만 영화제 빛내기 위해 리무진을 빌렸거든요. 미용실에서 출발했는데 골목에서 리무진이 워낙 길어서 꺾여지지가 않아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비록 '인기상' 수상자였지만 꽃단장에 리무진까지 빌려 뽐내려다가 한국 골목길에 맞지 않는 리무진 때문에 지각했던 것이다.

90년대 시상식 끝났을 때마다 '나 새 된 거야?'라는 말을 붙이고 살았던 신현준. 역시 큰 상, 작은 상은 물론이고 후보, 비후보에 관계없이 '시상식'이라는 잔치를 마음껏 즐겼다.

아낌없이 동료 영화인들의 수상을 축하해주고 나서 정작 자신은 상을 받지 못했을 때마다 '나 새 된 거야'라며 활짝 웃던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동료의 수상을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가 상을 받을 때마다 내보인 '감격'은 진실로 다가왔다.

지난 해 KBS 연기대상의 한 수상자가 상에 대한 불만을 품고 트로피를 내동댕이쳐 뒷말이 무성하다. ⓒ KBS


'상'을 경쟁의 쟁취물로 여겼던 연기자...방송국 시상식은 '잔치'다

두 사람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연말 방송국 시상식을 '이종 격투기 생존 서바이벌'쯤으로 생각한 연예인도 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자신이 예상했던 상보다 작은 상을 받자, 이에 실망했는지 성의 없는 수상소감에 언짢은 표정을 지었던 연기자가 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큰 법인만큼 성의 없는 수상소감이나 표정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상을 받은 후에 그는 무대 뒤편에 내려오자마자 손에 쥐어져 있던 트로피와 꽃다발을 내던졌다. 내동댕이쳐진 트로피가 두 동강이 난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찬이 부족하다고 밥상을 엎은 경우다. 이를 지켜본 주최 측 관계자나 취재 중이던 기자들 모두 그의 돌출 행동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무대에서 주는 상이야 이름이 아직 각인되지 않는 모조품이니 만큼 그것을 집에 가져갔을 리는 없을 듯싶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진짜 상을 볼 때마다 다시 한 번 내동댕이치고 싶은 마음이 들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상을 '경쟁의 쟁취물'로만 생각했던 그 연기자가 '골룸상'이라는 것을 받아본 기쁨을 지니고 있었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트로피를 그렇게 내동댕이치지는 않았을 게다. 올해 말에 열리는 KBS 연기대상에서 그의 수상소감에 영화배우 황정민의 '밥상론'쯤은 아니더라도 진실된 기쁨과 감사의 표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까?

부러진 트로피 ⓒ google.com


KBS 연기대상 최진실 신현준 김대오의 데스크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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