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되기 쉽지 않~아~요

[인서체육아일기6] 하루 열 두 번 수유

등록 2012.03.04 17:19수정 2012.03.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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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모되기 쉽지 않음을 젖 먹이기부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되기 쉽지 않음을 젖 먹이기부터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김동수


어른들은 자식을 낳아보면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안다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첫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도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5월 22일 아내 수유기록입니다.


하루 열 두 번 수유

01:50~02:15 분유(50ml)
04:40~05:25 분유(50ml)
07:30~07:50 젖
10:20~10:30 젖
12:00~12:30 분유
14:10~14:30 분유(40ml)
14:40~16:00 분유(40ml)
16:40~16:55 분유(130ml)
18:30~18:45 분유(60ml)
19:25~19:35 분유(50ml)
20:10           분유(10ml)
22:10~22:20 분유(40ml)-5월 22일

하루에 무려 12번이나 젖을 먹였습니다. 부모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아내는 알았을 것입니다. 육아책에 보면 수유를 몇 시간 간격으로 먹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는 책일뿐 젖먹는 아이는 책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배고프면 울고, 아이가 울면 엄마는 젖을 먹여야했습니다. 아이가 심심하면 일어나니 아내는 잠 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 사랑에 대한 깊이를 달리 할 것입니다. 열 달을 아기집에서 함께 했고, 낮밤 가리지 않고 울고 보채는 아이를 위해 쏟는 어미 사랑의 깊이를 아빠는 따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름 만에 잠을 많이 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낮잠을 많이 잔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인헌이가 살이 오르려면 엄마가 잠을 많이 자게 된다고 말씀 하셨다. -27일

남편이 그리워 울던 아내, 그 며느리를 달래는 시어머니


보름만에 잠다운 잠을 잤다는 아내. 이 글을 읽으면서 안쓰럽고, 어머니 집에서 홀로 남겨두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마음이 아파옵니다. 진통하는 자신에게 아치밥을 차려 달라고 했던 남편이 무엇이라고 아내는 남편이 그립다고 울먹입니다.

a  아내는 남편이 보고 싶다고 끊임없이 울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보고 싶다고 끊임없이 울었습니다. ⓒ 김동수


"오늘도 남편이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께서는 인헌이를 보고 참으라고 하신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를 보낸다."-29일(금)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남편이 보고 싶다고 울고, 시어머니는 참으라고 하는 참 희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참외를 먹고 싶다고 하면 참외를 사다 주셨고, 수박이 먹고 싶다면 수박을 사다주셨습니다. 옆에서 이를 쳐다보던 한 아주머니는 "며느리가 상전"이라고 했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내를 딸보다 더 귀하게 여깁니다.

손자를 곁에 두고 싶어 며느리 수발을 들어줬던 시어머니, 결국 며느리가 날마다 남편이 보고 싶다고 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머니는 결국 20일만인 6월 2일 아내를 아들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 때부터 산후조리는 남편 차지였습니다. 큰 아이 산후조리를 책임졌던 저는 둘째와 막둥이까지 산후조리를 다했습니다. 지금도 산후조리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부모되는 것 쉽지 않습니다

큰댁에서 아침에 시키던 목욕을 저녁에 시켰다. 밤에 잠을 잘 자게 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우리 뜻과는 다르게 인헌이는 잠을 자지 않았다. -6월 4일
눈을 뜨고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인헌이 표정 하나 하나가 즐겁고 귀여웠다. 남편이 나보다 인헌이를 더 안아주고 귀여워 하는 것 같다.-6월 3일
남편이 인헌이 기저귀와 옷, 셔츠까지 다림질을 하면서도  피곤해 하지 않고 나를 안아 주었다.-6월 5일
인헌이 자정부터 다섯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기침을 자주하는 인헌이 모습이 안스럽다. -10일(수)
낮에는 울지 않고 놀았지만 밤에는 쉬지 않고 먹으려고 하고 울고 누워있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11일(목)
인헌 간염예방접종, 인헌이 힘들어 했다. 토하고 울고, 2시간을 보채는 인헌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젖을 주고 안아 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기도를 해 주는 것이 나의 전부였다.-15일

a  어머니는 손자 목욕시키기부터 무엇이든지 다 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손자 목욕시키기부터 무엇이든지 다 해주었습니다. ⓒ 김동수


하지만 산후조리 그것 쉬운 일 아닙니다. 부모되는 것 참 어려웠습니다. 아마 우리 부모님들도 밤을 새워가며 우리들을 이렇게 키웠을 것입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열악했습니다. 자기 생명까지 내주는 것이 부모 마음임을 며칠 동안 큰 아이를 돌보면서 경험했습니다. 1987년 5월 4일 군입대를 했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훈련을 받다가 어느 날 교관이 노래를 시켰는데 양주동 선생 노랫말, 이홍렬 선생이 작곡한 <어머님 마음>을 불렀습니다. 그만 울음 바다가 되었지요. 시커먼 20대 초반 남자들이 그렇게 우는 것은 처음봤습니다.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 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 은혜는 가이없으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깍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 없어라
#육아일기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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