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2.03.07 10:40수정 2012.03.07 10:40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예배당 페인트 칠을 했습니다. 11년만입니다
김동수
지난해 여름, 13년 만에 가족 물놀이를 갔듯이 엉덩이 참 무거운 사람입니다. 아내는 집이 더럽다며 "이사를 가자" "페인트 칠을 좀 하자"는 타박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워낙 굼뜬 사람이라 엉덩이가 의자 붙박이가 되었는지 "조금 있다가"로 넘어갔습니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하지만 페인트 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음 월요일 교회에서 목사님들 모임이 잡혔습니다. 아내는 기회다 싶었는지 이번에야 말로 페인트 칠만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습니다.
11년 만의 페인트 칠"이것 보세요. 큰 아이가 다섯살 때 한 낙서가 아직까지 남아 있으니 이게 말이 돼요. 이번에는 꼭 페인트 칠 하세요.""나도 칠 하려고 생각했어요."
"어물적 넘어가지 마세요."
"안 넘어가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오늘 다 끝내요."일을 시작하기가 굼뜰 뿐, 계획하면 곧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끝내기로 했습니다. 대학 다닐 때 팀별 리포트를 제출한 적이 있는데, 제가 밤을 새는 것을 보고 동기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었지요.
"당신이 어떤 일이세요. 오늘 다 끝낸다구요."
"아무럼. 모레쯤 하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는 것이 좋겠어요.""페인트는 얼마쯤 할까요?"
"우리 교회 정도면 한 말 정도는 되어야 할 거예요.""가격은?'
"한 5만 원 정도. 로울러고 사야 하고, 솔도 사야 하니까."11년 전에 페인트를 칠해보고 처음하는 것이라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내 앞에서 멋지게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못 박는 일도 아내가 했는데 페인트칠을 아내에게 맡길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페인트 칠하니 이렇게 깨끗한 걸

▲ 키도 작은 사람이라 고개를 들고 로울러로 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대기가 있었으면 좋으려면 이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김동수

▲ 과연 예배당은 깨끗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동수
"생각보다 쉽네. 목이 조금 아프지만, 벽이 페인트가 잘 스며들고. 앞으로 페인트 칠하는 알바라고 불러줘요.""됐습니다. 알바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생각보다 잘 하네요.""페인트 칠하니까. 깨끗하지요. 아마 몇 번은 더 칠해야 할 거예요.""한 번만 칠하면 안 돼요."
"페인트를 한 번만 칠하는 게 어디 있어요."
페인트는 한 번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칠해야 깔끔해집니다. 아마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조금씩 깨끗해지는 예배당을 보면서 왜 빨리 하지 않았나 후회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예배당인데. 비싸고 돈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당신 말 들었으면 더 깨끗한 곳에서 예배를 드렸을 것인데. 역시 아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앞으로 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도 얻어 먹을 수 있어요.""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되었네. 마무리는 솔로 해야지.""야 솔로 마무리까지 하니까. 정말 새집 같아요.""그래 새집이예요."

▲ 마무리는 솔 질입니다
김동수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도 페인트 칠한 것을 보고 좋아합니다. 이렇게 깨끗한 집을 아이들도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낙서한 것이 깨끗하게 사라진 모습을 본 후 더 좋아했습니다.
"아빠 형아하고, 누나하고, 나하고 낙서한 것이 다 없어졌어요.""아빠가 페인트 칠을 했으니까 없었져지. 깨끗하니까. 좋지.""응 좋아요."
"누나하고 형아도 좋아할 거예요."
"아빠가 조금만 더 일찍 페인트 칠을 했으니 더 좋았을 것인데."그렇습니다. 집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빠가 엉덩이를 조금만 가볍게 하면 됩니다. 봄맞이 청소와 함께 페인트칠 한 번으로 우리집이 깨끗해졌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