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 '하늘만큼 땅만큼'

[인서체육아일기 8] 아내, "인헌이 오줌 냄새가 좋아요"

등록 2012.03.12 09:23수정 2012.03.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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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젖꼭지에 상처를 내 피젖을 먹고, 밤낮이 바뀌고, 얼굴은 황달, 눈에는 진물이 고였던 큰 아이. 정말 부모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다섯, 여섯을 키웠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옛적 우리 동네 많은 집은 아이들로 축구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적어도 넷은 됐습니다. 요즘 3명만 돼도 많다고 하는 데 말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 '하늘만큼 땅만큼'

한두 달 아이를 키우면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뉘신"다는 <어머님 은혜> 노래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부모님들이 힘들어도 아이들은 네다섯에서 많게는 축구 선수팀을 만들 정도로 나으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주는 기쁨이 '하늘만큼 땅만큼'이었기 때문입니다.

"소리는 나는 쪽으로 고개를 든다(손뼉 실험) 큰 소리에 놀란다. 눈썹이 선명해지고 있다."(7월 4일)
"인헌이 목에 힘이 많이 생겼다. 목을 제대로 가누지는 못하지만 제법 몸과 머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편이다."(7월 18일)
"인헌이 옹알이 시작"(7월 19일)
"처음으로 인헌이를 엎드려 놓았다. 고개를 들어 올렸고 좋아하였다."(7월 21일)

태어날 때 주먹만했던 아이가 벌써 고개를 들어 올리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 저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밤잠을 못 잤지만 엄마와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바라보고, 옹알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곤했던 마음과 몸은 이내 기쁨으로 가득했습니다.

"인헌이 살이 올랐다. 5.5kg, 정말 기쁘다."(8월 1일)
"인헌이 옷을 잡아 당긴지 3일째. 오른손에 노리개를 잡혀주니 힘주어 흔들었다."(8월 5일)
"인헌이 침을 흘리고 침을 모아 장난을 친다. 체중 6kg, 팔다리 목에 살이 겹쳐진다. 눈을 맞추고 놀아주길 원하고 안아주길 원하는 행동을 한다. 손이 힘이 많아졌다."(8월 9일)


아빠를 닮아 눈도 참 늦게 떴습니다. 일주일만에 양쪽 눈을 다 떴으니 많이 늦은 것이지요. 그런데 엄마와 아빠 눈을 맞추면서 놀아달라고 하니 좋아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모가 되는 일, 참 기쁜 일입니다.

할머니 손자 사랑은 독특


a  할머니 손자 사랑은 참 독특하다. 아들과 딸보다 그 사랑이 더 깊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할머니 손자 사랑은 참 독특하다. 아들과 딸보다 그 사랑이 더 깊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 김동수


그해(1998년) 여름 휴가를 맞아 할머니댁에 갔습니다. 옛말에 '손자 귀여워해 주면 할아버지 수염 잡는다'고 했습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보다 조부모 손자·손녀 사랑이 더 크다는 듯과 잘못하면 버릇없게 자란다는 뜻입니다. 정말 할머니 사랑은 컸습니다.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보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 사랑은 전혀 받지 못했지만 할머니 사랑은 많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사랑이 부모에게는 간섭처럼 될 때가 있었습니다. 휴가 때 할머니는 아이를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키우라고 했습니다. 결국 배냇머리 이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말씀을 듣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보니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a  배내머리카락을 자른 큰 아이. 정말 귀엽고 예뻤습니다

배내머리카락을 자른 큰 아이. 정말 귀엽고 예뻤습니다 ⓒ 김동수


엄마는 아이 오줌 냄새도 좋아요

엄마는 자기 아이 똥냄새도 구수하고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옛말에 아이 똥은 약으로 사용했다고 하지요. 그만큼 아이 '장'이 깨끗하다는 말입니다. 비록 똥은 아니지만 아내는 오줌 냄새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젖을 먹을 때 엄마 가슴을 잡고 먹기도 합니다. 울음소리가 커지고, 누워서 통통 튀어 오르기도 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에게 모든 것으 다 주고 있었습니다.

"인헌이 침을 많이 흘려 옷이 젖어 있었다. 인헌이의 오줌 냄새가 좋다."(8월 13일)
"인헌이 목을 제댈 가누기 시작 뒤집기 몸 동작이 커졌다."(8월 20일)
"백일동안 지켜주심에 감사. 백일 기념으로 인헌이 이발을 했다."(8월 21일)
"인헌이 가슴을 잡고 젖을 먹었다. 정말 귀엽다."(8월 27일)
"노리개를 잡고 긴 사간을 놀곤 한다. 뒤를 받쳐주면 7~8분 정도 같이 앉아 논다."(8월 29일)
"인헌이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다리에 힘도 많이 생긴 것 같다. 누워서 통통 튀어 오르기도 한다. 인헌이 새로운 행동을 볼 때 얼마나 신기하고 하나님께 감사한지 모른다."(8월 31일)

놀랍고,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갑자기 부모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주는 기쁨은 하늘만큼 땅만큼이었습니다.
#인서체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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