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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대가는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한 '대리복수'

[리뷰] 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신작 <저스티스>

12.03.13 20:56최종업데이트12.03.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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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저스티스>의 포스터 ⓒ 쇼박스

폭행이나 사기에 엮인 사람이라면 한번쯤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해자에게 죗값을 받게 하려는 마지막 선택일 경우가 많지만 막상 법의 도움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그로인한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기란 때로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의 도움을 기다리다 지치느니 하루빨리 잊고 싶은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깨끗한 체념이나 복수일지 모른다. 영화 <저스티스>에도 그런 갈등을 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아내를 폭행한 범인에게 복수를 하거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법의 심판을 받게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더구나 경찰이 찾지 못한 범인에게 복수를 대신해주겠다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선택의 갈등은 깊어질 것이다. '정의사회 구현'을 이유로 복수를 대신해 준다는 조직. 그들에게 복수를 의뢰한 뒤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복수의 대가는 또 다른 피해자의 '대리복수'

윌(니콜라스 케이지)은 성실한 고등학교 교사로 오케스트라 단원인 아내와 달콤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의 아내가 이유 없이 무차별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용의자도 찾지 못하는 경찰. 처참하게 일그러진 아내의 얼굴을 보며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 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경찰이 범인을 잡아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순간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 사이먼(가이 피어스)은 범인을 알고 있으며 심지어 복수까지 해주겠단다. DNA를 채취하는 데 6개월, 재판에 걸리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내는 고통에 시달리게 될 거라며 말이다.

복수의 대가는 어렵지 않다. 사이먼의 부탁을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갈등 끝에 복수를 선택한 다음 날 윌에게 범인이 살해된 사진이 도착하고 윌은 죄책감을 느끼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서서히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6개월 후 모습을 드러낸 사이먼이 윌에게 하는 부탁은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한 대리 복수다. 부탁을 거절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된 윌은 결국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일급살인 용의자가 되어 좇기는 신세가 된 윌. 그는 이제, 경찰과 비밀조직 모두의 추격을 피해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흥미로운 소재... '뒷심'은 부족

복수를 제안하는 사이먼과 갈등하는 윌 ⓒ 쇼박스


사랑하는 사람이 처참하게 폭행당했고, 가해자는 법의 심판조차 받지 않았다. 그리고 다가온 은밀한 제안. 대리복수로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분노를 해결해주는 조직. 그들은 바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복수를 거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은 바로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곳이다.

<저스티스>는 '복수를 거래한다'는 소재와 액션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그리고 <메멘토>로 잘 알려진 배우 가이 피어스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그럴 듯하게 이끌어가는 뒷심이 부족한 듯하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모인 조직이 개인의 복수를 대신하지만 결국 꼬리가 드러나자 무차별한 살인을 일삼는다는 식의 내용은 흡입력이 부족했으며 예상 가능한 반전 역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극을 이끄는 연기파 배우들의 노력과 지루함을 더는 볼거리가 존재한다. 영화 촬영 사실을 숨긴 채 실제 몬스터 트럭경주를 한 돔구장에서 4만 명의 관중을 엑스트라로 출연시킨 장면과 비밀조직에 좇기는 도로에서의 추격신은 충분히 볼만한 씬이라 할 수 있다.

윌과 사이먼의 심리전이 펼쳐지는 실제 경기의 돔구장 ⓒ 쇼박스


'복수'를 화두로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중심엔 '정의를 찾는다'는 명제가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날이 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도 진정한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해봄 직하다.

<저스티스>는 대리복수를 의뢰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는 주인공 윌의 눈부신 활약에 초점을 맞춘 액션 스릴러로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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