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살인자"... 가족에게 버림받은 남자

[리뷰] 존 하트 <다운 리버>

등록 2012.03.21 10:34수정 2012.03.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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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다운 리버> 겉표지

<다운 리버> 겉표지 ⓒ 노블마인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사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 만큼 의지하고 사랑하며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범죄소설 속의 인물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이야' 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거야'라는 식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가족이 와해되면 자신의 존재기반도 없어지기에, 자신을 보호하는 마지막 울타리가 사라지기에 이들은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육체적인 학대일 수도 있고 언어로 인한 폭력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 살다보면 사소한 마찰이 반복되고 갈등이 쌓여서 폭발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 만큼 상처주기 쉬운 존재도 없다. 그 상처가 계속되면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의 이중성'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돌아온 탕아

존 하트의 2007년 작품 <다운 리버>에는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받은 젊은이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애덤 체이스는 23살의 나이에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었던 가족에게서 쫓겨났다. 원래 애덤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덤이 9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갑자기 권총으로 자살을 해버렸다. 그것도 애덤이 보고있는 앞에서.


그 이후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착하고 귀엽던 애덤은 툭하면 싸움을 일삼는 사고뭉치로 변했고,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혼했다. 새어머니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생긴 쌍둥이 남매를 함께 데리고 왔다. 애덤은 자신보다 5살이 어린 쌍둥이 동생들과는 금방 친해졌지만 새어머니와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애덤이 23살이 되던 해에 충격적인 사건이 생긴다. 애덤의 집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새어머니가 사건의 범인이 애덤이라고 신고한 것이다. 애덤은 당연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구속기소되고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간다.


법정에서 애덤은 다행히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나지만 그를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의 눈은 모두 싸늘하게 변해 버렸다. 아버지조차도 애덤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애덤은 마을을 뒤로하고 쫓겨나듯이 가족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덤은 친구의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애덤을 '살인용의자'로 바라본다. 5년 동안 한번도 연락이 없었던 가족과의 재회도 어색하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애덤의 주변에서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가족의 의미

겉으로는 아무리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라도 그 안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불신과 불만이 고여있을지 모른다. 하긴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면서도 가족들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런 불만들도 가족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힘이 약해진다. 작품 속에서 한 인물은 '가족 간에 불미스러운 말이 오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애덤은 5년 만에 만난 동생에게 '우리는 여전히 가족이야'라고 말한다.

가족이란 단어는 5년의 세월과 그 이상의 심리적인 거리를 단번에 뛰어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력도 구성원들 사이에 조금씩 의심과 질투가 스며드는 것을 막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작은 불신이 점점 커져가면서 가정 곳곳에 금이 가게 만들고 결국에는 가정을 허물어뜨리기도 한다. 가족은 소중하지만 그 안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다운 리버>를 읽다보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다운 리버> 존 하트 지음 / 나중길 옮김. 노블마인 펴냄.


덧붙이는 글 <다운 리버> 존 하트 지음 / 나중길 옮김. 노블마인 펴냄.

다운 리버 - 모두가 미워하는 자가 돌아온다

존 하트 지음, 나중길 옮김,
노블마인, 2012


#다운 리버 #존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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