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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곧 죽음...'단두대 매치'가 다가온다

[2012 K리그 4라운드] 3연패 수렁에 빠진 인천과 대전의 얄궂은 만남

12.03.23 21:12최종업데이트12.03.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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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의 2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공을 몰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설기현(오른쪽) 선수 ⓒ 심재철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2012년 축구의 봄이 열린 뒤 이들 두 팀은 세 경기를 내리 지기만 했다. 승강제를 바라보는 스플릿시스템 속에서 꼴찌라는 멍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2013시즌 상주 상무와 함께 2부리그 강등)를 불러오기 때문에 뒤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다. 바로 토요일(24일) 저녁 5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대전 시티즌 이야기다.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K리그 3라운드 순위표를 보면 수원(3승 9점, 6득점 0실점)이 제일 꼭대기에 올라 있고 바로 아래에 울산(3승 9점, 6득점 1실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경기만 바라보고 있는 인천과 대전의 팬 입장에서는 수원과 울산은 하늘의 별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 골이라도 넣은 인천이 웃을 수 있을까?

우스운 일이지만 인천은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정도 있다. 하나는 올 시즌 치러지는 두 번째 안방 경기라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전보다 골 득실에서 1점 차이로 꼴찌가 아니라는 점이다.

절묘하게도 현재 순위표 맨 위에 있는 두 팀과 맨 아래에 있는 두 팀이 골 득실차까지 대칭을 이루고 있다. 6득점 0실점의 수원(1위)과 0득점 6실점의 대전(16위), 6득점 1실점의 울산(2위)과 1득점 6실점의 인천(15위)이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축구팬들은 이번에 열리는 인천과 대전의 맞대결을 놓고 '단두대 매치'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아마도 토요일 저녁 7시가 가까워질 무렵 경인 전철 도원역 건너편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고 < I was born to love you>라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까지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것 같다.

8월 26일까지 예정된 30라운드 일정이지만 만약에 이 경기에서 승부가 갈린다면 어느 한 팀은 4연패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이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새 골문 앞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안방 팀을 이끌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수심은 더욱 깊다. 지난 11일 아름다운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수원에게 호되게 당했다. 문학경기장을 펄펄 날던 옛 동료 라돈치치에게 내준 두 골은 그 결과만큼이나 아픈 사건이었다.

큰 맘 먹고 데려온 골잡이 설기현에게 다시 희망을 걸고 있지만 그를 지원하는 미드필더들의 조직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정혁이 부지런히 오르내리고 있지만 그와 발을 맞춰야 할 동료들이 아직 미덥지 못하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한 김남일에게 문제의 중원을 맡길 수 없는 형편이기에 브라질 듀오(난도, 이보)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 판이다.

승부의 갈림길, '측면'

인천의 가장 큰 문제는 측면 공격을 전술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팬 입장에서 김치우(상주 상무)와 박재현(인도 SC고아)이 뛰던 시절을 그리워 할 정도다. 김재웅과 문상윤이 뛰고 있으며 특급 조커 박준태가 활력을 보태고 있지만 가운데 미드필더들과의 조화가 매끄럽지 못하다. 측면을 제대로 살리는 전술이 완성되지 못하면 설기현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의 경우 1라운드 제주 방문경기(3월 4일)에서 수비수 김태윤이 운 좋게 한 골이라도 넣었지만 방문 팀 대전 시티즌은 아직까지 골이 터지지 않아 더 답답한 상태다. 벨기에에서 데려온 키다리 골잡이 케빈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공격의 마침표를 찍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나마 대전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점은 정경호와 김형범이 뛰는 측면에서 공격의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는 점이다. 특히, 킥의 마술사 김형범의 오른발에 점점 물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유현이 지키고 있는 인천의 골문은 더욱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대 팀의 축구 색깔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대전 출신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 겸 미드필더 김한섭이 인천의 수비 한쪽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 경기는 측면에서 뚜렷한 갈림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 빠르고 정확한 연결을 완성시키는 팀은 결국 상대를 4연패의 낭떠러지로 밀어낼 것이다.

가뜩이나 이 장소는 옆줄과 관중석 사이가 거의 붙어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시야를 자랑하는 전용구장이기에 이 긴장감 넘치는 측면 싸움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질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선수들의 심장 박동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2012 K리그 4라운드 인천 경기 관전 포인트(한국프로축구연맹 자료)

★ 인천 - 대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03/24 17:00 킥 오프)

◇ 2011년도 상대전적
03/16 인천 3 : 0 대전
05/08 대전 1 : 2 인천
08/27 인천 2 : 0 대전

◇ 인천 유나이티드
올시즌 전패 (3패)
최근 2경기 연속 무득점
최근 홈 5경기 연속 무승 (2무 3패. 11/09/17 이후)

◇ 대전 시티즌
올시즌 전패 (3패)
올시즌 무득점 (3경기)
최근 방문 17경기 연속 무승 (4무 13패, 11/04/16 이후)

◇ 상대 기록
인천 역대 통산 대 대전전 13승 5무 4패
축구 설기현 허정무 유상철 K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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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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