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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영진위원장 1년...진보는 '소통노력', 보수는 '무난' 평가

[인터뷰]김의석 영진위원장 1년 평가하는 영화계의 시선

12.04.03 17:07최종업데이트12.04.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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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 ⓒ 이정민

이명박 정부 들어 바람 잘 날 없었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조용해 진 것은 지난해 김의석 위원장이 취임 이후부터였다. 영화인들이 제작 현장을 떠나 영진위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위원장이 바뀌면서 잦아들었다. 영화계 갈등만을 유발했던 영진위가 제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홍릉 영진위 사옥 앞이 평온해졌기 때문이다.   

김의석 영진위원장이 지난 30일로 취임 1년을 맞이했다. 치열한 갈등이 이어지며 먹구름만이 가득했던 영진위 날씨는 예전에 비해 많이 맑아졌다. 난맥상으로 얽혀있던 영화계 대립의 실타래를 푸는 게 간단치 않지만 극심했던 대립과 갈등은 김 위원장 취임이후 많이 정리된 모습이다.

물론 위기 상황이 있기도 했다. 전임 위원장들에게 하도 뜨겁게 데인 영화계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예컨대 최근 <잼 다큐 강정> 상영 논란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시 갈등이 유발될 위험성도 있었지만 영진위가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화해모드는 유지되고 있다. 경계의 눈빛도 많이 누그러졌다.

김의석 위원장에 대한 지난 1년에 대한 영화계의 평가는 예전 영진위원장들과 비교할 때 긍정적이다. 영진위와 철저히 대립각을 세웠던 독립영화 진영이 별다른 비토를 하지 않고 있고, 신구갈등의 한 축인 보수 원로영화인들도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다.

문제됐던 경영상태 개선, 공모 심사 공정성 문제 해결

사실 영진위가 '영화훼방위원회'로 놀림당하며 쓸데없는 분란만 초래했던 바탕은 현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영화정책이 큰 이유였다. 영화계 좌파 척결을 외치던 이전 영진위원장들은 영화인들 간 대립과 갈등만을 유발시켰고, 부정한 공모 심사로 지탄을 받았다.

무능한 행정과 독선적 운영은 영화계의 대규모 서명운동의 도화선이 됐고 결국 강한섭 조희문 두 명의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듯 정부는 현장 영화인 출신을 위원장으로 선임했고 비로써 영진위가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의석 위원장이 최근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경영상태가 개선된 것은 김의석 위원장 체제가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또 전임 위원장 시절 인해 가장 문제시됐던 공모 심사의 공정성 문제도 개선된 것은 지난 1년 간 영진위의 가장 변화된 모습이다.

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이었던 것이 B등급으로 도약했고, 공모 사업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심사의 공정성을 강화하면서 더 이상 부정 시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전 강한섭 위원장이 정부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으로 물러났고, 공모 심사 부정 문제가 빌미가 돼 조희문 위원장이 해임당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김의석 위원장은 "최종 심사에 대한 결재가 올라오고 나서야 결과를 알게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치 보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기관으로서 상급 기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난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잼다큐강정> 상영 논란도 사실은 여기에 기인한다는 것이 영화계의 인식이다.

그나마 독립영화 진영과의 관계 개선은 김의석 영진위가 노력을 기울인 성과로 보인다. 영진위와의 협력을 거부하며 단절했던 독립영화 진영이 영진위와 우호적 관계로 돌아 선 것은  다행스런 모습이다. 독립영화진영을 척결의 대상으로 여겼던 이전 위원장들과 달리 한국영화 산업의 기반이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또렷하다.

"소통하려는 노력은 인정하나, 눈치 보며 일한다는 느낌"

홍릉 영화진흥위원회 사옥 ⓒ 성하훈


김의석 위원장 1년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선은 비교적 부드럽다. 영화인들은 정상화된 영진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현안에 대한 적극적 해결을 주문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영화계와 소통하려는 노력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인들과 불통하던 이전 위원장들과 달리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긍정의 이유로 꼽았다.

조희문 위원장 시절 영진위를 호되게 비판했던 정진우 감독협회장은 "이전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 감독은 "한참 후배 감독인 김의석 영진위원장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무난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다만 영진위 부산 이전과 관련해 "한국 영화의 중심지는 서울인데, 부산으로 간다고 서울이 소홀해져서는 안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갑의 충무로 영화의거리 추진협의회 회장은 "지난 1년간 무난하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진위 9인 위원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잘했다 못했다 평가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의 지원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이 전체 제작 편수의 10%도 안될 만큼 미약하다"며 영진위원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영화제작사 황기성사단의 황윤정 피디는 "솔직히 김의석 위원장이 1년 동안 뭐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그만큼 달라지거나 변화한 걸 전혀 못 느낀다"고 말했다. 황 피디는 영진위에 대해 "청년층 현업 영화인들의 기초 생활 보장을 위한 복지 정책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잼다큐강정>을 연출한 경순 감독은 "영진위가 눈치 보면서 일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영진위 같은 조직을 일본도 부러워하는 이유는 영화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잘 나왔기 때문인데 이전 위원장들 때문에 많이 망가진 것 같다"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립영화에 대한 정책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처음부터 나가는 것 보다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서서히 개선하고자 한다. 3년이 지났을 때 많은 게 달라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영화인들의 요구를 영진위 정책 방향에 최대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김의석 영진위 영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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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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