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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처럼 눈이 내렸다. 아니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폭설이다. 영동 산간 지역에 최대 20cm의 눈이 올 거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4월로 접어든 시기의 눈발치고는 사뭇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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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릴라 눈 ⓒ 성락
3일 이른 아침까지는 비가 내렸다. 이곳 '정자골' 계곡은 밤새 내린 비와 삿갓봉에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면서 물이 불어나 장마철을 연상케 했다. 오전 8시경부터 눈으로 바뀌더니 아예 함박눈이 금세 온 천지를 하얗게 덮어 버렸다. 땅이 녹으면서 한껏 물이 오른 나뭇가지들이 짓누르는 눈 무게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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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져 들어올 듯 눈이 앞유리를 때립니다 ⓒ 성락
눈이 내리면서 기온도 함께 떨어지는 느낌이다. 도로에 떨어진 눈이 녹지 않고 질퍽해지며 미끄럽다. 윈도 브러시를 빠른 속도로 작동하지 않으면 금세 시야가 가려진다. 안흥(강원 횡성)을 휘감아 도는 주천강 물살을 통제하는 '통무고개' 옆 안흥보가 검붉은 흙탕물로 넘쳐나고 있다. 쏟아지는 눈과 대비되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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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내린 비로 넘쳐나는 안흥보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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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난 물과 폭설이 어울리나요? ⓒ 성락
5일마다 서는 안흥 장터가 한산하다. 아예 전을 편 상인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장터를 찾은 상인이 쏟아지는 눈의 기세에 눌려 보따리를 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4월의 첫 안흥장은 서지도 못한 채 파장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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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 서지 못한 안흥 5일장터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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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눈 때문에 전을 펴지 못한 상인의 차량 ⓒ 성락
부지런한 뒷집 문현씨가 바로 어제 갈고 골을 켜 비닐까지 씌운 옆 밭이 어느새 하얀 눈으로 덮였다. 담배를 사러 온 윗동네 충현씨의 트럭은 번호판 글씨가 아예 식별되지 않는다. 눈은 그칠 줄 모른다. 기세도 그대로인데다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마 춘사월 또 하나의 멋진 설경이 그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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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폭의 동양화가 그려졌네요 ⓒ 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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