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영화만 고집하던 이범수, "내가 TV로 온 이유?"

[인터뷰①] SBS <샐러리맨 초한지> 이범수 "우아한 척하는 영화계에 배신감"

12.04.05 10:37최종업데이트12.04.05 19:26
원고료로 응원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중요한 순간입니다"

작년, SBS 연기자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은 '중요한 순간'이라고 제목을 바꿔도 무방했다. 심사위원 이범수의 이 '구호' 같은 심사평은 그만큼 자주 등장했다.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해 연기생활 22년째를 맞은 배우 이범수에게 '중요한 순간'은 2006년. 그러니까 영화배우 이범수가 TV 드라마로 안방을 찾은 해였다고 한다.

첫 작품이었던 <외과의사 봉달희> 안중근 역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목을 <외과의사 안중근>으로 바꾸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후 <온에어><자이언트><샐러리맨 초한지>까지 SBS에서만 네 작품을 성공시켰다. 'MBC 킬러'라는 별명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TV를 택했을 때" 

SBS <샐러리맨 초한지> 종영 이후, 인터뷰 차 만난 이범수는 "TV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1주일에 140분 분량을 만들어낼 정도로, 속된 말로 '빡센' 촬영 스케줄이지만 완성도가 높고 시청자들의 피드백도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TV에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데뷔 16년 후가 아니라 진작 안방을 두드렸을 것이다. 이범수는 2000년 전까지 '경찰 2 역' '호프집 종업원 1 역' '썬글라스 사내 역' '순경2 역'이라는 이름 없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영화만 고집했었다.

12년 전 인터뷰에서도 그는 'TV 출연을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 이범수는 "TV보다 영화 연기에 진정성이 더 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 뒤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TV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고 답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배우로서의 소명감을 가슴에 지니고 살았습니다. 그 진정성은 박수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영화든 TV든 인기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배우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인기 있는 스타가 영화에 스카우트 되고 더 대접 받는 것에서 배신감과 괴리감이 들었거든요. '아, 인기만 있으면 되는 거였어? 나도 그렇게 해주마.' 그렇게 TV로 온 거예요.

한 번은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모 영화잡지 표지를 제가 장식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배우도 아닌 그냥 인기 있는 엔터테이너가 차지하더라고요. 상업적인 판단을 욕하는 게 아니에요. 판매부수를 높이려면 나보다 인기인을 내세우는 게 맞죠. 그런데 겉으로는 예술 한다고 고상한 척, 우아한 척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싶은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인기보다는 연기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대접해야죠."

이범수는 이 일을 계기로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던 고등학교 때를 떠올렸다. 당시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멋있어서', 그 뿐이었다. 그는 "지극히 17살짜리의 생각을 했던 나를 사랑한다"며 "그 나이에 배우를 선택한 계기를 심오하게 있는 척하며 설명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메산골 골짜기에 들어가서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도자기를 굽고 깨고 하는 장인정신도 훌륭한데, 오직 그것만을 위해 배우를 택한 건 아니거든요. 대중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 거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의 진실한 마음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한때 엄청난 인기를 얻고 마는 엔터테이너는 되고 싶지 않아요.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배우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겁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범수 샐러리맨초한지 초한지 기적의 오디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