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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신부> '짐승남', 송유하 'GOP 콩나물'이었다

[인터뷰] 역시 '어느날 갑자기' 아니었네..."척하기 싫어요"

12.04.10 10:35최종업데이트12.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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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밴이라도 몰고 올 줄 알았던 그가 버스를 타고 왔다. 캔커피 4캔을 덜렁덜렁 들고. 얼마 전 종영한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의 과묵한 보디가드 백경우 역으로 아주머니들에게 눈도장 꽤나 찍은 배우가 대중교통 이용하기 창피하지 않을까 싶은 눈으로 쳐다봤더니 "괜찮아요. 오늘은 앉아서 왔어요"라고 한다.

연예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이벤트고, 별 일이 되는 세상. 송유하는 기름값도 비싸고, 매니저도 힘들다는 이유로 여전히 버스와 지하철을 즐겨 탄다. 한 번은 발 디딜 틈도 없는 지하철에 서 있다가 앞사람이 DMB로 시청 중인 <태양의 신부> 속 자신과 조우한 적도 있다고.

송유하는 22살에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CF 모델로 활동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재수해서 건국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비싼 입학금·등록금의 시너지 효과로 1주일 만에 학업을 중단했다. 덕분에 해가 지날 때마다 아버지로부터 "학교 안 그만뒀으면 올해 3학년 됐겠군", "이제 졸업했겠네"라는 한탄을 들어야 했다.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올인> 이병헌 아역, "연기 너무 못해 안 되겠다고"

올해 나이 만 서른둘. 처음 이 바닥에 관심을 둔 지 10년이 지났는데 알려진 필모그래피는 꽤 성글다. 서른이 될 즈음에 찍었던 독립영화 <미드 나잇 크로스>로 처음 장편 영화의 호흡을 익혔고, <쩨쩨한 로맨스>(2010)와 <굿바이 마이 스마일>(2011)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쩨쩨한 로맨스>에서 최강희의 '바람둥이' 쌍둥이 동생 종수 역은 송유하에게 '짐승남'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사실 정말 좋은 기회는 이보다 앞선 24살에 찾아왔다. 드라마 <올인>(2003) 이병헌의 아역. 결국 배우 진구에게 돌아갔던 역할이다. 20대 초반, CF에 출연하며 '이병헌 닮았네'라는 말 좀 들었던 것을 증명할 길이 주어진 것. 그는 "그때 연기를 되게 못 했다"며 "감독님이 이례적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지만 도저히 연기 때문에 안 되겠다더라"고 회상했다.

송유하는 굴욕적일 수 있는 순간을 품에 안고 바로 군대에 갔다. 그는 당시 그 일 때문에 군대에서 더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너무 말라 별명이 '콩나물'이었던 그는 최전방지역 GOP에서 틈 날 때마다 운동으로 몸을 다져 지금의 '짐승남'이 될 수 있었던 요건을 만들어 냈다.

"26살이 되던 해 10월에 전역해 11월부터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했어요. 작은 무대였고, 관객도 지인들이 대부분이었죠. 대사도 없었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허물을 벗고 일어나 직장 다니고,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같은 걸 했어요. 그걸 하고 대학로에서 인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연기가 너무 좋아서 울었어요. 나도 무대에서 뭔가를 할 수 있구나, 그런 마음이 좋아서."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르바이트? 돈도 벌고, 연기 공부도 하고"

송유하는 2010년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약 1년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무실의 파티션 작업과 이삿짐을 나르는 일 등이다. 버스 타고 왔다고 했을 때처럼 쳐다봤더니, 또 대수롭지 않게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문현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돈벌이를 했어요. 서른 넘어 부모님한테 손 벌리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일주일에 2번 정도 해서 10만 원, 한 달에 40만 원 정도를 벌었어요. 연기 학원에서 만난 절친한 친구이자, 제가 좋아하는 배우 황수현도 함께 일했는데, 그 친구 덕분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배우는 가슴에 뭔가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 친구는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해요. 저한테 그러죠. 연기 안 될 때마다 한 번씩 와서 정신 차리고 가라고.

근데 정말 아르바이트는 또 할 생각이에요. 돈도 벌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철없이 살았어요. 부모님이 하루 만 원씩 주는 돈 받아서 차비하고 담배 사고, 가끔 친구들이 밥 먹자고 하면 눈치 보였죠. 그래도 '3천 원밖에 없는데?' 했을 때, '내가 사줄게'라고 나오면 '난 네가 참 좋다'라고 응수했어요.(웃음) 뻔뻔해 보이겠지만 있는 척하기는 싫으니까."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벼락치기 했으면 좀 더 빨리 성공했을까?"

배우가 되기까지 송유하를 믿어준 고마운 사람은 부모님 외에도 또 있다. 바로 5년째 교제 중인 여자친구다. 독립영화 오디션 정보를 직접 찾아봐 주고, TV 드라마에 출연한 후 가끔씩 거만해질 때마다 "까불지 마, 너 연기 진짜 못해!"라고 독설했다고. 한 번은 배우를 관두고 취직하겠다는 송유하에게 여자친구는 "평생 후회하는 모습 보면서 살고 싶지 않다"며 헤어지자고 으름장을 놓았단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배우 송유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그는 5월 촬영에 들어갈 영화 <코알라>를 준비 중이다. 송유하는 <코알라>에 대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 창업가들이 겪는 시련과 유머를 밝게 담은 영화"라며 "인간 송유하의 반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내 모습을 닮은 역할"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벼락치기를 절대 못 했어요. 차근차근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정말 독하게 했으면 이른 나이에 배우로 성공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서 늘 겸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겸손하지만 당당하게 연기해야죠. 아직도 지인들은 제가 거만해졌나 확인해요. 전화 걸어서 제가 변함없이 대하면 끊으면서 하는 소리가 다 들려요. '야, 얘 하나도 안 변했어'라고.(웃음)"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서 백경우 역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데 이어 영화<코알라>에 캐스팅된 배우 송유하가 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를 방문,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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