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용민에게 돌을 던지는가?

김용민 죽이기에 나선 세력에게 굴복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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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훈(youthpower)등록 2012.04.08 11:07
나꼼수를 즐겨듣는 사람으로 갑자기 김용민이 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그냥 나꼼수나 열심히 할 일이지 왜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꼼수는 그대로 계속 참여하겠다고도 했다. 나꼼수는 운동경기로 치자면 경기해설자라고 할 수 있는데 중계석에 앉아 해설도 하면서 자신이 직접 선수로도 뛰겠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또한 권력과는 무관한 아웃사이더로서 어디 눈치볼 필요없이 자유롭게 떠들 수 있었던 나꼼수 멤버들의 특성이 이제는 무너지는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어쨌든 김용민은 출마했고 그의 진정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솔직히 나는 그가 나꼼수의 인기를 등에 업고 무난히 국회에 입성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돌출 사건이 등장했다. 바로 그의 '막말' 파문이다. 솔직히 나는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산될지는 생각지 못했다. 그 '막말'의 내용을 보았을 때 나꼼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김용민이라면 수위가 더 높긴 했지만 그 정도 '막말'은 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용민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의 발언 내용만 보았을 때 정말 저질스러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가 패널로 참여하는 나꼼수를 들어보면 김용민의 발언 중 상당수는 욕을 도구로 청취자들을 웃게 만드는데 주로 부패한 권력자들을 향한 것이었기에 듣는 사람들은 거부감보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만일 그것이 거부감을 주었다면 나꼼수는 벌써 청취자들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욕을 매개로 불의한 권력을 조롱하는 것은 일종의 그의 캐릭터인 것이다.

그가 한때 몸담았었던 학교나 대중적인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그는 퇴출되어야 한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일삼는 사람이라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과거 그가 참여했던 인터넷방송은 일부러 찾아 듣지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던 별볼일 없던 매체였다. 지금껏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다가 이제야 새삼 과거의 발언이 들추어졌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그 인터넷방송은 그런 막말도 아무렇지 않게 통용될 만큼 특정 부류에 한정된 방송이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이 듣는 방송이었다.

지금 그가 참여하는 나꼼수 역시 누구나 찾아서 들을 수 있는 방송이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듣는다. 그 수위가 낮긴 하지만 나꼼수에서도 수시로 김어준과 김용민은 욕을 섞어가며 방송을 한다. 왜냐하면 그런 방송을 만들고 듣는 사람들끼리는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런 것에 대해 문제제기한 적이 없던 언론들이 왜 그가 과거에 했던 말을 가지고 걸고 넘어지는 것일까?

문제가 되는 그의 '막말' 중에는 당시 미국 여성고위관리에 대한 저질 발언이 있다. 딱 잘라서 그 부분만 들으면 굉장히 가학적이고 변태적이다. 그러나 그 같은 발언이 이라크 전쟁 중에 미군에 의한 강간과 성적인 가혹행위 등 포로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사실에 대해 부시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나온 말이었다는 배경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당시 상황을 보면 미군이 사로잡은 이라크 포로들을 어떻게 학대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들이 공개되어 국제사회가 경악하던 시점이었다. 노인 폄하 발언 역시 일반적인 노인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 아니라 수구적인 입장을 가지고 좌익척결을 주장하며 거리를 점령하는 일부 노인세력을 가리켜 비난하다가 나온 말로 보인다.

물론 그의 발언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고 그가 철없는 젊은 시절에 한 말이라고 하지만 그의 수위를 넘어선 정제되지 않은 말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는 사태가 확산되자 곧장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였다. 그럼에도 논란을 더욱 확대되어 나갔다. 보수 언론들이 연일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김용민의 막말 관련 기사들만 본다면 김용민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면서 음담패설이나 일삼고 욕지거리나 날리는 시정잡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언론이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런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철저히 무시하고 그저 그가 내뱉었던 거친 언어들만 모아서 비판하는 것은 그의 막말보다 더 큰 문제라고 보여진다.

한국교회에 대하여 '일종의 범죄 집단이고, 척결 대상'이라고 말했다는 부분 역시 그가 그 말을 한 배경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 부분만 편집해서 침소봉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평소에 한국교회, 특별히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피력하였다. 그가 한국교회를 비판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교회의 모습, 교회답지 못한 행태에 대한 것이지 모든 교회를 싸잡아 비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교회에 출석하는 필자는 그가 추구하는 신앙에 동의하지 않고, 때로는 찬송가를 개사해서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목회자들을 희화화 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그런 모습이 불편하기는 해도 그가 한국교회를 향해 비판하는 내용은 대부분 정확하다고 본다.

특히나 MB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한국교회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교회 지도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마치 언론들은 그가 교회 자체를 증오하는 안티세력인 것처럼 몰아간다. 만일 그렇다면 왜 그는 아직까지 교회를 다니고 있으며, 왜 그가 출석하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가 선거기간 중에 그를 방문해서 기도해 주고 갔겠는가? 그가 한국교회를 욕한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 보라. 과연 그가 한국교회를 음해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지 말이다.

사실 김용민의 막말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표절의혹을 받는 문대성의 행위이다. 굳이 전문가를 찾지 않더라도 일반인의 눈에도 내용상 표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김용민이 인터넷방송으로 쏟아낸 막말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어도 법적으로 처벌할 성질은 아니다. 그러나 표절은 학자들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중범죄다. 게다가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남의 논문을 베껴서 학위를 받은 것이라면 어떻게 떳떳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표절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만 나타낼 뿐 설득력 있는 어떤 해명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문대성보다 김용민의 과거행위를 더 크게 부각시키고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앞장서서 김용민의 행위를 비난하기 바쁜 새누리당은 과거 자신들의 행적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다. 2006년에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터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계동 의원이 술집 여종업원을 성희롱 하는 추태를 잇따라 보여서 국민들에게 크게 지탄받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학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음담패설로 당을 떠나야했던 강용석 의원도 바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었던가? 이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고, 사퇴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들의 행적에 비할 바 못되는 김용민의 과거 발언을 놓고 사퇴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김용민이 총선에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저 변방에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적 이익에 눈이 어두운 권력자들을 속 시원하게 비판하는 세력으로 남길 원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칼을 뽑아든 이상 도로 집어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사퇴한다는 것은 보수 언론을 비롯한 기존의 부패한 권력집단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과 같다.

나꼼수를 통해서 김어준과 주진우, 그리고 김용민은 팬들도 많이 얻었지만 적들도 그만큼 많아졌다. 특히나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연신 그들의 과오와 꼼수를 폭로하는 나꼼수 멤버들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하고 있었지만 한 번은 되돌려줄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김용민의 과거 발언을 꼬투리 삼아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김용민은 이번 선거에서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부패한 언론을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김용민은 완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바란다. 마지막까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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