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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굴당> '한물간 스타' 김원준의 쇼는 다시 시작됐다

[사용설명서] 1990년대 스타 김원준을 21세기 드라마에서 활용하는 방법

12.04.11 11:21최종업데이트12.04.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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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활동할 당시 김원준의 모습(왼쪽)과 최근 tvN 드라마 <결혼의 꼼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오른쪽) ⓒ 이정민


'쇼'의 끝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1992년 1집 앨범의 '모두 잠든 후에'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로 급부상했던 김원준은 5집 '쇼'까지 쭉 정상의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6집 이후 앨범이 팔리지 않았다. '쇼'는 그렇게 끝난 것 같았다.

그 뒤로도 김원준은 빚더미 위에서 9집까지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2007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불어난 빚을 갚느라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며 "2백 원이 없어서 자판기 커피를 못 마셨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당시 '한물간 가수' 취급이 싫었다는 김원준의 최근 행보가 재밌다.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잘 나가던 시절을 잊지 못한 채 허세를 부리는 가수 윤빈 역으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준은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왕년의 스타 윤빈 역을 연기하고 있다. 윤빈은 현재 변변한 수입이 없어 옥탑방에서 살아가지만,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인물이다. ⓒ KBS


[주 사용법] 체화된 연기만이 할 수 있는 웃음 생산
: '한물갔던 연예인'이라 더 빛나는 '한물간 연예인' 연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윤빈은 돈벌이가 없어 가난하게 살지만, 자존심은 꿋꿋이 지키는 인물이다. 가진 돈이 1000원 뿐이라 1500원짜리 컵라면 큰사발을 살 수 없어도, 900원짜리 작은 컵라면을 사고 100원은 팁으로 남길 줄 안다. 보증금 1000에 월세 30 옥탑방으로 이사 오면서도 그랜드 피아노는 챙겼다.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신용카드 전표에 사인하라고 하자, '이 놈의 인기는 아직도'라는 표정으로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슈퍼마켓에서 옛날 팬 방이숙(양정아 분)을 만나자, 줄행랑을 치던 윤빈은 결국 컵라면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허기진 배를 움켜잡으면서도 우수에 찬 표정으로 '얼짱 셀카'를 찍었다.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면서 쓴 글은 '내 영혼의 허기가 찾아오는 시간 필요한 건 1리터의 눈물'.

이 정도면 김원준에게는 셀프 디스(Self Disrespect: 자기 비난) 수준이다. 이는 박중훈이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왕년의 록스타를 연기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방송국마다 쫓아다니는 원조 극성 팬덤을 경험했던 90년대 스타로서 그는 스무살이나 어린 아이돌이 환영받는 가요계에서 실제로 격세지감과 큰 온도차를 느낄 테니까.

그래서 윤빈의 포인트는 자기 분수를 모르는 허세가 아니라, 체면 때문에 모범택시를 탔지만 지나치게 빨리 달리는 미터기 속 말을 보며 애가 타는 모습에 있다.

윤빈 캐릭터가 빛날 수 있는 건, 대책 없이 망가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만이 아니라 자신의 치부를 담았기 때문이다. 극 중, <나만 가수다>에 출연하기 위해 PD에게 자신의 얼굴이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주며 "내가 예전에 자기 <가요톱텐> 조연출할 때 도와줬잖아"라고 말한 뒤 쫓겨나는 장면이 웃긴 연기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는 어쩌면 치유의 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시대를 원망하기보다, 현재가 필요로 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낌없이 고결한 성을 함락시키고 변모할 줄 아는 처세는 한물간 스타로 보이기 두려웠던 그가 다시 쇼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윤빈(김원준 분)은 가진 돈 1000원으로 겨우 컵라면을 샀지만, 슈퍼마켓에서 만난 과거 팬 방이숙(양정아 분)이 자신을 알아보는 바람에 줄행랑치면서 컵라면을 잃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윤빈은 허기진 마음을 표현하는 셀카를 찍었다. ⓒ KBS


[부가 사용법]

- 드라마 내 일석삼조, OST 노래 연기
최근 TV에서 김원준을 처음 목격한 이들에게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 박소현의 짝인 '잘바(잘생긴 바보)' 정도로 각인이 됐을지 모른다. 지금은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것이 특별하지 않지만, 1990년대 김원준은 '얼굴 되고 노래 되는' 멀티플레이어의 좋은 예였다.

그의 주가가 한창 높았던 1994년 한 일간지 기사의 제목('가수 배우 탤런트 김원준 3관왕 부푼꿈')이 이를 말해준다. 그는 1995년 공군사관학교를 소재로 한 KBS 드라마 <창공>에서 주연으로 연기하면서, OST 작업도 했었다. 물론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노래와 연기가 가능한 엔터테이너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원준는 무려 12년 전 미발표곡이었던 '크레이지(Crazy)'를 공개하기도 했다.

- 노화방지 화장품 모델 추천
1973년생 김원준은 올해 마흔, 불혹의 나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노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포토샵이 필요 없는 동안 얼굴의 종결자를 노화방지 화장품 광고주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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