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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마치고 축구장 가서 고사라도 지낼까?

[2012 K리그 7라운드 미리보기] 인천 유나이티드 FC - 광주 FC

12.04.10 22:59최종업데이트12.04.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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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낮에 벌어진 인천과 경남의 맞대결 전반전 경기 장면 ⓒ 심재철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4월11일 낮에는 이 비가 그친단다. 다행이다. 오전까지 예상되는 비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11일 오후 3시부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2 K리그 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광주 FC의 맞대결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먹을 음식으로 머릿고기라도 준비할까 생각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큰 돼지머리라도 갖다 놓고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현재까지 여섯 경기를 치른 인천 유나이티드 FC(1승 1무 4패, 4득점 9실점)의 형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이상하게 꼬였네

 

16팀 중에서 인천은 현재 14위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성남 천마 FC와 같은 승점이지만 그나마 골득실차에서 1점이 앞선 덕분에 6전 전패의 팀 대전 시티즌(1득점 12실점) 바로 앞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할까? 아슬아슬한 스플릿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 아닐 수 없다.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앞길이 이상하게 꼬였기 때문이다. 리그 시스템의 일대 변혁기를 맞아 가장 야심차게 통 큰 발걸음을 준비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뜻하는 일들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1일 2라운드 첫 안방 경기(vs 수원 블루윙즈)를 시작으로 대망의 축구전용구장 시대를 열며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구단이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경기 결과 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에게 0-2로 패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관중석을 가득 메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 일찍부터 줄을 섰던 안방 팬들에게 입장권 발권 문제부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제 발목을 잡은 것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 경기에서 2만1천 석에 가까운 좌석이 모자랄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1만7662명만 들어왔다는 사실은 대망의 첫 경기에서 얼마나 소홀히 준비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INTO THE NEW ERA'라는 구단의 야심찬 한 외침이 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악재가 겹친 첫 안방 경기가 끝나고 두 번째 안방 경기가 지난 달 24일 이어졌다. 마음이 넉넉한 토요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관중들의 냉대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2천 명이 겨우 넘는 인원만 경기장을 찾아온 것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의 관중석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축구 경기의 박진감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곳이었지만 첫 경기의 잘못된 운영은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비록 그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대전 시티즌을 맞이하여 2-1로 이기는 기쁨을 누렸지만 이번에는 마스코트 유티가 대전 서포터즈에게 폭행당하고 곧바로 양 팀 서포터즈 사이의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망신살이 뻗쳐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게 되었다.

 

설기현 앓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첫 번째 안방 경기에서 구단 운영 미숙이 드러났고 두 번째 안방 경기에서는 뜻하지 않은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그래서 지난 1일 벌어진 경남 FC와의 세 번째 안방 경기는 여러 모로 좋은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멀어진 팬심은 쉽게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보다 딱 485명이 더 들어온 2538명의 관중 앞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리의 여신이 미소짓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졸전을 펼치며 경남 FC와 득점 없이 비기고 말았다. 59분에 경남의 간판 수비수 이용기가 곧바로 퇴장당한 것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인천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지기 권정혁의 눈부신 선방 덕분에 오히려 패배의 늪에서 겨우 기어나왔다고 해야 옳다. 허정무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인천은 지난 토요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강원 FC와의 방문 경기에서도 1-2로 패하고 말았다. 모두 여섯 경기를 치른 결과 겨우 1승 1무로 승점 4점을 쌓았을 뿐이다. 9실점은 그러려니 해도 4득점 중에서 설기현(3득점)의 이름을 지우면 뭐 명함을 내밀 것도 없다. 나머지 1득점은 수비수 김태윤이 운 좋게 차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설기현의 득점도 김남일이 멋지게 넘겨준 것을 빼면 미드필더들이 조직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김재웅이 대전과의 안방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과 강원과의 방문 경기에서 설기현의 벼락같은 중거리슛이 전부다.

 

그래도 강원과의 방문 경기 내용은 이번 시즌 치른 여섯 경기 중에서 가장 내용이 좋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새내기 미드필더 구본상과 최종환이 주전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일 정도로 의욕적으로 움직였고 오른쪽 미드필더 문상윤은 조금씩 동료들과의 호흡을 완성시켜 나갔다.

 

비록 설기현의 1득점에 체면치레를 했다고 하지만 다른 경기에 비해 설기현에게 주로 의존하는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미드필더들(구본상, 문상윤, 주현재, 최종환, 난도)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비빔밥 축구'에 맞서는 '쫄면 축구'?

 

이제 인천은 선거 날 낮 3시부터 올 시즌 네 번째 안방 경기를 펼친다. 상대는 5라운드까지 3승 2무로 패배가 없던 광주 FC다. 비록 지난 일요일에 벌어진 안방 경기에서 울산의 철퇴에 한 방을 맞고 첫 패배(광주 0-1 울산)를 기록했지만 최만희 감독이 내세운 맛있으면서도 매콤한 '비빔밥 축구'는 여전히 인기 메뉴임에 틀림없다.

 

외국인 공격수 복이(보그단 밀리치)와 주앙 파울로가 날카롭게 공격을 이끌고 있으며 미드필더 이승기와 안성남의 공격 지원이 눈부신 팀이기 때문에 인천이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이다. 이렇게 조화로운 비빔밥 축구 앞에서 가뜩이나 허술한 인천의 조직력이 더 허무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주로 조커로 기용되고 있는 주앙 파울로는 지난 해 7월 2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K 리그 방문 경기에서도 멋진 동점골을 터뜨려 인천 팬들을 허탈하게 만든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벌써 3득점을 올리고 있으니 후반전에 인천 수비수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최만희 감독이 만드는 비빔밥에 가장 매콤한 맛을 더해주는 특제 양념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은 여기서 주춤할 겨를이 없다. 여기서 더 물러섰다가는 정말로 스플릿 시스템에서 미끄러져 다시 기어올라갈 수조차 없을 듯하다. 이번 시즌 초반에 펼쳐든 인천의 경기 일정표로는 1승 1무 4패라는 중간 성적표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3라운드부터 만난 팀들이 대체로 만만한 팀들(대구, 대전, 경남, 강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네 차례의 경기에서 겨우 승점 4점만 챙겼을 뿐이다.

 

광주 FC의 '비빔밥 축구'에 맞서 인천 특유의 '쫄면 축구'로 대응했으면 한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포동에서 특유의 맛과 이름을 떨친 쫄면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쫄깃쫄깃한 느낌의 미드필드 압박 없이는 광주가 자랑하는 키다리 골잡이 복이의 높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울러 주앙 파울로의 공간 침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미드필드 압박 전술이 필수다.

 

비빔밥에 얹는 양념장과 쫄면 맛의 깊이를 더하는 양념장 사이에 어느 것이 더 매운 맛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은 총선 결과를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흥미로운 점이다.

2012.04.10 22:59 ⓒ 2012 OhmyNews
인천 유나이티드 FC 광주 FC 축구 K 리그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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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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