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끝내 씁쓸했던 허정무 감독의 마지막 경기

[2012 K리그 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광주 FC

12.04.12 14:52최종업데이트12.04.12 14:52
원고료로 응원

인천 선수들이 득점 뒤풀이로 허정무 감독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심재철

 

전반전 30분까지는 정말 다른 팀이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보여줄 것이 없는 것 같아 씁쓸했다. 허정무 감독은 그렇게 떠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1일 낮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 K리그 7라운드 광주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4라운드에서 꼴찌 대전 시티즌을 2-1로 이긴 것 빼고는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1승 2무 4패(5득점 10실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아직까지 15위에 내려가 있다.

 

선수들에게 큰절을 받았지만...

 

따뜻한 봄 날씨만큼이나 초반의 경기력은 좋았다. 아니,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경기 시작 후 15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박호진이 지키고 있는 광주의 골문은 크게 흔들렸다. 골대를 두 번이나 때렸으니 관중석은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13분, 정혁의 헤더가 아슬아슬하게 오른쪽 기둥을 때리는 순간 ⓒ 심재철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인천의 새 얼굴 최종환은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 7일 강원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가 공격의 활로를 열어준 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방 관중들 앞에서 맘껏 자랑한 셈이었다.

 

9분, 최종환의 왼발 앞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고 힘찬 슛이 뻗어나갔다. 이 공은 광주의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문지기 박호진의 등짝에 맞아 굴러들어가는 듯 보였다. 인천의 홈팬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오른쪽 기둥 옆으로 흐르고 말았다.

 

최종환이 휘저은 왼쪽은 4분 후에도 빛났다. 끝줄 바로 앞까지 치고 들어가 올린 공이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혁의 이마에 걸렸고 이 공은 오른쪽 기둥을 때렸다. 실로 오래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초반 공격이 불을 뿜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17분의 선취골에 그대로 이어졌다.

 

17분, 최종환의 오른발 슛 선취골 순간 ⓒ 심재철

 

설기현의 찔러주기를 받은 최종환은 광주 수비수 둘을 침착하게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FC 서울에서 데뷔한 그가 인천으로 옮겨 와 단 두 경기만에, 그것도 겨우 53분을 뛰고서 멋진 데뷔골(개인 통산 2호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허정무 감독 앞으로 달려가 큰절을 올렸다. 전날 밤 갑작스럽게 발표된 사임 소식이 기정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구단 내부의 운영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남아있지만 새로 도입된 스플릿 시스템의 리그 일정에서 성적 부진이라는 압박감은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격형 미드필더 셋을 어쩌나?

 

인천으로서는 오래간만에 완승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35분에 가운데 미드필더 정혁이 나가고 김재웅이 들어오면서 중원의 날카로움을 잃었다. 난도와 김남일이 어렵게 어렵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지만 효율적이면서도 빠른 연결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 최종환을 겨냥한 설기현의 패스가 또 한 차례 멋지게 성공되어 2-1로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최종환의 마무리가 너무 성급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각도를 줄이고 달려나온 광주 문지기 박호진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다.

 

45분, 최종환의 단독 기회가 광주 문지기 박호진에게 막히고 있다. ⓒ 심재철

 

인천의 허정무 감독은 후반전에 문상윤과 번즈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승리를 노렸지만 광주의 끈질긴 수비벽을 끝내 무너뜨리지 못했다. 설기현에서 최종환으로 이어지는 패스의 줄기가 광주 수비수들에게 이미 들킨 뒤였고 최종환과 김재웅이 주로 움직인 왼쪽 측면에 비해 주현재가 뛴 오른쪽 측면은 무딘 느낌 뿐이었다.

 

85분, 김재웅이 광주의 오른쪽 측면을 완벽하게 허물고 골문 앞으로 날카롭게 찔러준 공이 바꿔 들어간 번즈를 빛나게 할 수 있었지만 몸을 내던진 광주 문지기 박호진과 수비수 이용에게 걸리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전, 번즈의 슛이 광주의 수비벽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 심재철

 

인천 선수들은 물러나는 허정무 감독에게 승리로 작은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축구라는 것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에 주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는 인천으로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3의 자리가 가장 큰 고민이다.

 

왼쪽이고 오른쪽이고 소화 가능한 김재웅이 가장 믿음직스럽게 기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자리는 조직력 면이나 개인 기량 면이나 아직 미덥지 못한 편이다. 주로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정혁이 공격 조율에 자신감을 잃었고 새내기 문상윤은 의욕만 앞서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 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최종환에게 시선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새로 데려온 외국인 공격형 미드필더 번즈와 이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종환이 뛸 경우에는 이보와 번즈를 설기현의 옆에서 보조 골잡이로 활용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다. 오른쪽에는 김재웅, 문상윤, 주현재가 대기하고 있기에 나머지 미드필더들과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숙제를 해결하면 된다.

 

광주 FC 미드필더 이승기의 드리블 ⓒ 심재철

 

이제 인천 선수들은 감독 없이 김봉길(수석코치) 감독 대행 체제로 오는 일요일 상주 방문 경기를 치른다. 이번 시즌 3라운드부터 비교적 만만한 상대들(대구, 대전, 경남, 강원, 광주)을 만나서 겨우 승점 5점(1승 2무 2패, 4득점 5실점)밖에 못 챙겼기 때문에 같은 승점(5점 14위, 1승 2무 4패)의 상주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2012 K리그 7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11일 낮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광주 FC [득점 : 최종환(17분,도움-설기현) / 김은선(39분,도움-이승기)]

◎ 인천 선수들
FW : 설기현
AMF : 최종환(72분↔번즈), 정혁(35분↔김재웅), 주현재(71분↔문상윤)
DMF : 난도, 김남일
DF : 전준형, 이윤표, 정인환, 김한섭
GK : 유현

◎ 광주 선수들
FW : 임선영(67분↔박현), 복이(87분↔조우진)
MF : 김수범, 장경진, 김은선, 이승기, 안동혁(34분↔주앙 파울로)
DF : 임하람, 이용, 유종현
GK : 박호진

2012.04.12 14:52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2 K리그 7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11일 낮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1 광주 FC [득점 : 최종환(17분,도움-설기현) / 김은선(39분,도움-이승기)]

◎ 인천 선수들
FW : 설기현
AMF : 최종환(72분↔번즈), 정혁(35분↔김재웅), 주현재(71분↔문상윤)
DMF : 난도, 김남일
DF : 전준형, 이윤표, 정인환, 김한섭
GK : 유현

◎ 광주 선수들
FW : 임선영(67분↔박현), 복이(87분↔조우진)
MF : 김수범, 장경진, 김은선, 이승기, 안동혁(34분↔주앙 파울로)
DF : 임하람, 이용, 유종현
GK : 박호진
허정무 최종환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