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천장에 매달린 닭발과 개구리의 용도는?

[생명누리공동체 인디고여행학교 네팔여행기 27] 돌로 만든 지붕과 마당

등록 2012.04.23 13:24수정 2012.04.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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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이드 솜. 옆에 보이는 깃발들은 등반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네팔의 풍습. 뒤에 보이는 산이 마챠푸챠레 산으로 네팔인들은 신성시 여겨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현지인들은 쉬바 신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  십여년 전  헬기가 상공으로 날다가 추락했는데 지금도 못찾았다고 한다. 가난한 솜은 한국에 와서 노동자로 일해 돈을 버는게 꿈이다

가이드 솜. 옆에 보이는 깃발들은 등반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네팔의 풍습. 뒤에 보이는 산이 마챠푸챠레 산으로 네팔인들은 신성시 여겨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현지인들은 쉬바 신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 십여년 전 헬기가 상공으로 날다가 추락했는데 지금도 못찾았다고 한다. 가난한 솜은 한국에 와서 노동자로 일해 돈을 버는게 꿈이다 ⓒ 오문수


내가 인디고여행학교에 인솔교사로 자원한 것 중의 하나는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높이 솟은 봉우리에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며 자신의 의지를 실험하고 싶은 충동에서다. 히말라야의 높은 곳을 나는 독수리처럼 나는 꿈을 꿨다.

히말라야는 동서 2500㎞, 남북 250~300㎞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에 7000m가 넘는 고봉이 250개, 8000m급은 10개가 있을 정도로 세계 최대의 산악지형이다. 여행코스에 히말라야 트레킹이 있었고, 특히 포카라에는 에베레스트는 아닐지라도 안나푸르나와 마챠푸챠레 등의 유명한 산이 있어 마음이 설렜다.


a  해발 2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에 사는 네팔인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느냐고 물었더니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들의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까. 밤에 이보다 더 높은 마을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쳐다보면 별이 막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해발 2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에 사는 네팔인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느냐고 물었더니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들의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까. 밤에 이보다 더 높은 마을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쳐다보면 별이 막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 오문수



a   숙소 인근의 네팔인 집 아이들. 사진 촬영에 선선히 응한다. 강냉이는 겨울내내 먹을 양식. 지붕 밑으로 보이는 하얀색 벽돌 같은 건 돌을 벽돌처럼 깨 집을 지었다. 켜켜이 켜지는 돌이 많아 건자재로 썼다

숙소 인근의 네팔인 집 아이들. 사진 촬영에 선선히 응한다. 강냉이는 겨울내내 먹을 양식. 지붕 밑으로 보이는 하얀색 벽돌 같은 건 돌을 벽돌처럼 깨 집을 지었다. 켜켜이 켜지는 돌이 많아 건자재로 썼다 ⓒ 오문수


목표는 해발 3200m의 푼힐.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히말라야는 어른이나 애나 똑같이 동경하는 꿈의 산일까. 투덜거리던 학생들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필요 없는 짐은 숙소에 맡기고 침낭과 세면도구만 배낭에 메고 출발했다.
     
버스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야풀'에는 각국에서 온 등산객들로 붐볐다. 여권을 제출해 입산허가증을 받고 올라가자마자 코브라 상이 있다. 부처는 네팔에서 태어났지만 네팔 국민의 80%가 힌두교를 믿기 때문으로 코브라는 쉬바신의 화신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자 평지에서 이제껏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형태의 지붕이 보인다.

첫 숙박지 간드룩1까지 가는 길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등이나 머리에 짐을 나르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 어른이 앉을 수 있는 높이에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돌로 만들어 놨다. 산 사람들의 지혜다. 마을을 보니 70도쯤 되어 보이는 산비탈을 깎아 집을 짓고 농사짓는 네팔인들의 집이 보인다. 개울도 건너고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며 첫 숙소인 간드룩1까지 가는 동안에 이 정도면 히말라야 트래킹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  바위를 얇게 켜서 마당과 지붕을 만들었다.  지붕의 끝(용머리)을 보면 돌과 돌의 구명을 뚫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시켰다. 언뜻보면 지붕에 판자를 얹은 것처럼 보이지만 납작한 돌이다.

바위를 얇게 켜서 마당과 지붕을 만들었다. 지붕의 끝(용머리)을 보면 돌과 돌의 구명을 뚫어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시켰다. 언뜻보면 지붕에 판자를 얹은 것처럼 보이지만 납작한 돌이다. ⓒ 오문수


간드룩1로 올라가는 길. 가이드 '솜'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동네로 접어들었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이런 곳에 사립학교라니! 100m 떨어진 곳에는 공립학교가 있다. 가이드인 솜 얘기로는 "자원이 없고 가난한 네팔인들은 자녀 교육에 사활을 건다"고 한다.

가이드 '솜' 두 딸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 한국 가고파


네팔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시댁에 금패물과 혼수용품을 듬뿍해가지고 가지 않으면 구박을 당하거나 두들겨 맞기까지 하기 때문에, 딸만 둘이고 가난한 자신은 걱정이란다. 어떻게 해서든지 두 딸을 훌륭하게 키워 그런 걱정 안 하게 하고 싶다는 솜. 딸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키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가서 돈을 벌고 싶단다. 그동안 집을 사려고 모아뒀던 돈은 의술이 서투른 의사가 아내의 제왕절개 수술을 잘못해 치료비로 써 버렸다.

네팔인들이 신성시 여겨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는 마챠푸챠레의 4천미터 바로 아랫마을에 살았던 그는 집에서 학교까지 12킬로미터를 매일 걸어다녔다. "내려갈 때는 괜찮았지만 올라가는 한 시간 반은 배고프고 힘들었다"고. 가난해 12살 때부터 포터로 일하다. 23살에 첫번째 가이드 경험을 했다.


당시 영어를 잘 몰라 고민했는 데 일본인 아가씨를 안내하게 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가씨가 팬케이크를 주문해달라고 했는데 잘못 알아들어 '블랭킷 블랭킷"하다가 담요를 듬뿍 갖다줬던 해프닝을 얘기하며 함께 웃었다. 다행이 일본 아가씨도 영어를 잘하지 못해 서로 몸짓으로 통해 어려움을 넘겼다고 너스레다.

사립학교로 쓰다가 필요하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하는 숙소에는 방이 네 개가 있고 바로 아래에는 지름 15m나 될까 말까한 운동장이 있다. 돌로 쌓아올린 아래쪽에는 대나무를 엮어서 7~8미터쯤 올린 방책이 있다.

a  마을의 중고등학생 200명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  지름이 15미터 쯤 된다. 그것도 돌담을 쌓아 석축을 만들어 공간을 확보했다

마을의 중고등학생 200명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 지름이 15미터 쯤 된다. 그것도 돌담을 쌓아 석축을 만들어 공간을 확보했다 ⓒ 오문수



a  운동장 모습. 높이 7~8미터의 대나무 방책을 쳐서 공이 굴러 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운동장 지름은 15미터 쯤 되는데 그것도 대나무 있는 곳을 돌로 5미터 쯤 쌓아 올려 이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마을에서 가장 넓은 평지다.

운동장 모습. 높이 7~8미터의 대나무 방책을 쳐서 공이 굴러 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운동장 지름은 15미터 쯤 되는데 그것도 대나무 있는 곳을 돌로 5미터 쯤 쌓아 올려 이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마을에서 가장 넓은 평지다. ⓒ 오문수


학생들이 공을 차거나 배구공을 스파이크 해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약 대나무 방책이 없다면 천길 아래까지 굴러가 공을 찾지 못할 것 같다. 왜냐고? 높이가 해발 1940m이기 때문이다. 높은 고산지대에서 살기 위한 그들만의 지혜가 엿보였다.

잠잘 곳이 모자라 주인 식구도 식당에서 자고, 나와 가이드 솜은 부엌에서 자기로 했다.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괜찮아요. 나도 어릴 적에는 이런 곳에서 살았으니까" 하고 말했더니 특별한 음식을 가져다준다. 약간 춥지만 침낭 속에 들어가고 그 위에 담요를 덮으니 그런대로 잘만하다. 그런데 부엌 천장에 뭔가 이상한 게 있다. 자세히 보니 개구리 말린 것하고 닭발이다. 가이드 솜에게 물었다.

a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부엌 천장에 걸어둔 닭발. 닭발이 집안에 있으면 행운을 불러오며  잡귀를 막아준다고 한다.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부엌 천장에 걸어둔 닭발. 닭발이 집안에 있으면 행운을 불러오며 잡귀를 막아준다고 한다. ⓒ 오문수


"닭발은 무슨 뜻이고 개구리 말린 것은 또 뭐요?"

"닭발은 집에 행운을 불러오고 잡귀가 들지 말라는 네팔의 풍습이고 개구리는 영양식 대용이죠.

이 동네뿐만 아니라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지붕이 예사롭지 않다. 얇은 돌을 켜켜이 켜서 지붕에 얹은 돌지붕이고 마당에도 돌들을 깔았다. 그런데 돌을 깐 높이와 규격이 일정해 시멘트보다 훨씬 좋을 것 같아 보였다. 학생들은 준비해온 음식을 하기 시작하고 동네 구경을 나섰다.

70도쯤 되어 보이는 돌계단 길을 아이들은 잘도 뛰어다닌다. "이 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어떻게 나를까?" 하고 궁리하고 있을 때 방울을 쩔렁거리는 대장 당나귀를 따라 당나귀들이 짐을 운반하고 있었다. 아하! 그랬구나. 노련한 대장 당나귀가 선두에 서서 소리를 내며  걸으면 나머지 당나귀들은 그 뒤를 따른다.  

그때다. 서양인 한 쌍이 그 험한 길을 배낭을 메고 올라간다. 나는 숙소를 찾는 줄 알고 "이 근방에 숙소가 있으니 찾아보라"고 내려왔다. 설마 그런 길을 올라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a  이렇게 험한 길에 물건을 나르기 위해서는 당나귀가 최적의 운반 수단이다

이렇게 험한 길에 물건을 나르기 위해서는 당나귀가 최적의 운반 수단이다 ⓒ 오문수



a  네팔인 짐꾼.  길가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뒀다. 산 사람들의 지혜. 2~30킬로그램의 짐을 하루 종일 지고 올라가면 2만원 정도 받는다.  약 40년 정도 이일을 했다는 노인의 얼굴이 평안하다.

네팔인 짐꾼. 길가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뒀다. 산 사람들의 지혜. 2~30킬로그램의 짐을 하루 종일 지고 올라가면 2만원 정도 받는다. 약 40년 정도 이일을 했다는 노인의 얼굴이 평안하다. ⓒ 오문수


자연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히말라야 첫날 밤이다. 피곤한 아이들은 금방 잠이들고 히말라야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만 귓전을 맴돈다. 숙소보다 5백미터 쯤 높은 건너편 마을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아니 별이 막 쏟아지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왜 자연에 반하는가. 자연은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아름다운 산하를 마구 파헤치는 한국. 얼마 안 있으면 공급이 넘쳐 일본처럼 도산할 한국 골프장들을 생각해 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두 번째 숙소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 가이드 솜이 앞장을 서 간다. 그런데 그 길을 간다. 아니 이런 길을 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올라간단 말인가? 숨은 차오르고 어깨가 내려앉으려고 한다. 막내 지훈이는 "힘들어 죽겠다. 내가 왜 이런 곳엘 왔을까?" 하며 징징댄다. 트래킹 끝난 날 지훈이는 "다시는 이런 데 안 올라간다"고 말했다.

길가에는 몇 백 살이나 됨직한 고목들이 이끼를 머금고 쓰러져 있고, 천리향이 많이 피어있다. 이정표를 보면 정상이 10미터 남았는 데 가슴이 터질 것 같이 힘들다. 힘들어 길가 눈위에 앉아 하늘을 본다. 1000미터나 됨직한 절벽 위에서 독수리가 먹을 걸 찾으며 고개를 젓는다.

순백의 히말라야 만년설에서 부질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싶었다

아! 부럽다. 나도 날개가 있다면! 허긴 독수리도 내가 부러울지 모른다. 인간이 그것도 그 먼 한국에서 히말라야까지 날아와 자신의 영역을 돌아다니는 걸 보면. 목표 3000미터가 가까워질수록 몸이 더 힘들다. 기침은 계속 나오고….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역류 때문에 기침이 연속해서 나오고 몸은 약해지는 느낌이다.

숨이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속으로 빌어본다. 맑고 아름다운 히말라야야! 이번 기회에 내 병 좀 치료해줘. 가슴 속에 쌓인 원한도 날려 버리고 싶다. 더러운 권력도 권력이라고…. 죽이고 싶었던 자가 교통사고가 나 죽을 뻔한 것을 보았다.

a  3200미터 푼힐 전망대에서 만년설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3200미터 푼힐 전망대에서 만년설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 오문수


천벌을 받았을까?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인생이 펼쳐졌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시민단체 활동에 뛰어들었다. 불의한 세상에 굴하지 않기 위해.

한 줌도 안 되는 권력. 그게 뭐 별건가. 만년설로 뒤덮인 산이 부른다. 겸손해지고 다 비우라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병과 마음 속 병도 다 덮어 버리고 순백이 되라고.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앞장서 정상에 도착한 학생이 내 배낭을 들어줬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하긴 그들도 올라갈 때 숨이 컥컥 막히는 고통을 경험했다. 정상에 오른 사람도 맨처음 산 아래에서부터 시작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가이드 솜은 우리가 4박 5일 동안 딛고 온 돌계단이 7만 개란다. 천근만근 어깨를 짓눌렀던 배낭을 내려놨다. 그런데 내 짐은 내려놨나?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히말라야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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