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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지기 권정혁, 얼마나 추웠으면 그랬을까?

[2012 K리그 9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울산 현대

12.04.23 14:39최종업데이트12.04.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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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분, 설기현의 왼발 슛을 울산 문지기 김영광이 막았다. ⓒ 심재철

 

지난 17일 울산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그룹 방문 경기를 치르기 위해 호주 브리스번에 다녀왔다. 여기에 이슬비까지 내린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들어왔으니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철퇴 한 방이 있었다.

 

김봉길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2일 낮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 K리그 9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안방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울산 골잡이 마라냥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0-1로 패했다.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이 '축구'

 

일요일 오후 4시 2분쯤 후반전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민후 주심이 인천 유나이티드 문지기 권정혁에게 다가가 뭐라고 했다. 카드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권정혁은 주심의 지시를 듣고 서둘러 라커 룸으로 뛰어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안에 입은 검은색 타이즈를 벗고 나온 일이었다. 전반전 내내 얼마나 추웠으면 그랬을까? 그만큼 방문 팀 울산의 공격이 형편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대회 요강 23조 5항에 "동절기 방한용 내피 상의 또는 하의(타이즈)를 착용하고자 할 때는 유니폼(상·하의) 색상과 동일한 색상을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경기 출장이 불가하다"는 규정이 있다. 타당한 지적이었다.

 

인천 미드필더 정혁과 울산 미드필더 김동석의 공 다툼 ⓒ 심재철

 

인천 문지기 권정혁은 이 경기 시작과 끝 순간만 바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시작 후 3분만에 인천 수비수들은 울산 미드필더 아키를 골문 바로 앞에서 놓쳤다. 골이나 다름없는 위력적인 슛이 날아왔지만 순발력이 뛰어난 권정혁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잡아냈다.

 

그가 두 번째로 맞이한 위기 상황이 바로 후반전 추가 시간의 결승골 순간이었다. 인천의 공격이 어설프게 전개되다가 소유권이 울산으로 넘어가자마자 고슬기의 왼발 패스가 정확하게 인천 수비 뒷공간으로 뻗어나갔고 이 기회를 후반전 교체 선수 마라냥이 놓치지 않았다.

 

역시 울산의 철퇴 축구는 그 결정력에서 차원이 달랐다. 인천 미드필더 박태민과 수비수 김태윤이 마라냥을 따라왔지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타이밍이 늦은 권정혁의 빈틈은 커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고슬기의 도움을 받은 교체 선수 마라냥이 90+3분에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 심재철

 

허정무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난 뒤 흔들리고 있는 인천은 이로써 두 경기 연속 0-1 패배의 아픔을 느꼈다. 경고 누적으로 이 경기에 나오지 못한 새 주장 정인환과 베테랑 김남일의 빈 자리가 크게 보일 정도였다. 최근 5경기째 승리 소식 없이 2무 3패(2득점 5실점)를 기록중이다.

 

인천은 설기현에게 치중되는 공격 전술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시즌은 지금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미드필더 정혁에게 날개공격수 역할을 맡기기도 했지만 한계점을 느낄 뿐이었다.

 

게다가 야심차게 데려온 선수들(이규로-무릎, 이보-대퇴 근육, 번즈-무릎)마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김봉길 감독대행과 팬들의 속은 타들어 갈 지경이다. '라돈치치-데얀-유병수'로 이어진 인천 유나이티드 해결사의 계보가 아련하게 느껴질 정도다.

 

인천 골잡이 설기현을 울산의 세 선수들(김영삼, 에스티벤, 아키)이 에워싸고 있다. ⓒ 심재철

덧붙이는 글 | ※ 2012 K리그 9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22일 낮 3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울산 현대 [득점 : 마라냥(90+3분,도움-고슬기)]

◎ 인천 선수들
FW : 정혁, 설기현, 최종환(77분↔진성욱)
MF : 난도, 손대호(82분↔박준태), 박태수, 박태민
DF : 전준형, 이윤표, 김태윤
GK : 권정혁

◎ 울산 선수들
FW : 이근호, 김효기(66분↔마라냥)
MF : 에스티벤, 김동석, 고슬기, 아키(52분↔고창현)
DF : 강민수, 이재성, 곽태휘, 김영삼
GK : 김영광

2012.04.23 14:39 ⓒ 2012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2 K리그 9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22일 낮 3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울산 현대 [득점 : 마라냥(90+3분,도움-고슬기)]

◎ 인천 선수들
FW : 정혁, 설기현, 최종환(77분↔진성욱)
MF : 난도, 손대호(82분↔박준태), 박태수, 박태민
DF : 전준형, 이윤표, 김태윤
GK : 권정혁

◎ 울산 선수들
FW : 이근호, 김효기(66분↔마라냥)
MF : 에스티벤, 김동석, 고슬기, 아키(52분↔고창현)
DF : 강민수, 이재성, 곽태휘, 김영삼
GK : 김영광
인천 유나이티드 FC 울산 현대 K리그 축구 권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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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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