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의 독재자...그래도 한국보단 여기가 낫다

한국의 '민주주의 속 독재'... 독재정권 짐바브웨에서 고함

등록 2012.04.24 11:49수정 2012.04.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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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아침 뉴스를 확인하던 도중, 22일 오전 9시경(한국시간)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MBC 김재철 사장의 '만행' 기사 때문에 아침의 상쾌한 기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자기를 옹호해줄 사람들을 자기 가까이 앉히고 눈엣가시인 사람들을 징계하는 걸로 모자라서 이제는 시사교양국을 해체시킨다는 것이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 두 사장들은 언론 장악의 꿈을 위하여 끊임없이 각자 자기 회사의 수뇌부를 독점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악행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막장드라마가 한때 유행이더니 요즘엔 막장드라마가 현실에서 실시간으로 제작·방영되고 있는 것이었다.

32년째 장기집권, 현재의 짐바브웨를 만들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짐바브웨의 대통령은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라는 사람이다. 1980년 총리로서 실권을 가지고 1987년에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32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한때 어느 언론에서는 김정일을 꺾고 세계 독재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로 88살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2008년 이전부터 시작된 유명한 '슈퍼인플레이션' 때문에 대통령직을 잃을 뻔하다가 불법선거로 다시 대통령에 올라 국제사회의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선거 준비로 돈을 풀지 않고 끌어 모으고만 있는 정부 때문에 짐바브웨의 경제는 활발하지 못하고, 거리에는 소비를 할 사람들이 별로 없다. 선거 전에 모든 외국인들을 쫓아내기 위하여서 비자를 내주지 않는 등 '제멋대로'의 정치를 행하고 있다.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인하여, 작년뿐만 아닌 올해에도 많은 시간을 짐바브웨가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병원에서 보내곤 하였다. 그러나 잦은 병원 생활도 인간의 욕심을 사그라들게는 하지 못하였다. 인간의 욕심은 타오르는 쪽이 더 쉬웠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시간 방영되고 있는 김재철·김인규 주연의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어쩌면 결말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도 독재를 통해 많은 권력을 얻고, 국민들이 빵이 정말로 없어서 빵을 구하러 다닐 때 호의호식하면서 살았다. 또한 인사문제에 있어서도 여당 측 인사들을 가까이 앉힘으로 자기의 힘을 더욱 강하게 가졌다.


그러나 독재정권은 어느 나라를 봐도 해피엔딩은 없었다. '슈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가격이 바뀌고, 기름이 없어서 자동차가 돌아다니지 않았다. 요즘에는 그나마 경제가 나아져서 살 만해졌지만 선거로 인하여 다시 타운의 소비자들이 줄고만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 또한 무가베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스위스의 개인 계좌에 많은 돈을 빼돌리고, 많은 나이에도 계속 장기집권을 고집하는 무가베에게 유럽이나 미국의 백인 위주 국가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마(Zuma)대통령도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하여 높이는 중이다.


'나라 팔아먹는 짓'에 모자라서 이제는 범국가적 세뇌까지

그러나 짐바브웨 무가베 정권이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다. 2000년도 초반에는 짐바브웨달러가 US달러보다 강세였고, 짐바브웨국립대학은 세계 100위 안에 들 정도로 유명한 교육국가였다. 또한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인들을 위한 정책과 생션(sanction)을 통하여 자국민을 보호했던 독립운동가 출신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경제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던 백인들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하여 백인들이 짐바브웨를 떠나게 되면서 짐바브웨 경제는 점점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최소한 짐바브웨는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1%를 살리고자 99%의 국민을 죽이는 '나라 팔아먹는 짓'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실제로 짐바브웨 안에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맥도날드, KFC 등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자국민을 보호하는 법이 강한 나라가 짐바브웨다.

1% 먹여 살리려고 99%를 세뇌시키고자 언론의 자유를 빼앗고 70, 80년대 식의 구식 방법으로 끊임없이 언론 장악을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 이만하면 욕 많이 먹었을 텐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살고 싶기에 정권의 마지막까지 막장드라마를 쓰는 것인가. 이 막장드라마의 엔딩이 언제쯤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올해 말 대선이 있지만 대선이 이 드라마의 엔딩이 아닌 2부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몸은 이억만리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언론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진정한 언론인들에게 큰 응원을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의 피와 땀방울은 거룩한 것이고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된 민주화를 이룰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한국에서 최근 <무한도전>의 계속되는 결방만을 아쉬워했던 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얘들아, 파업 중인 방송노동자들은 지금 진짜 '무한도전'을 찾기 위해서, 정말 '무한'한 도전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야."
#방송사 파업 #MBC #KBS #짐바브웨 독재 #무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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