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합의서'라도 괜찮아... 한국판 아이폰 꿈꾼다

[오마이뷰] 베가레이서2 '클라우드'와 '앱스 플레이'에 담긴 뜻은?

등록 2012.05.18 21:16수정 2012.05.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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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스크린 서비스인 베가 미디어 라이브를 이용하면 '베가레이서2'이나 노트북PC에서 상대방 기기에 있는 콘텐츠를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N스크린 서비스인 베가 미디어 라이브를 이용하면 '베가레이서2'이나 노트북PC에서 상대방 기기에 있는 콘텐츠를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 김시연


어렵게 '베가레이서2'를 빌렸지만 케이스는커녕 단말기와 전원 어댑터만 달랑 도착했다. 명색이 첫 '원칩' LTE폰이건만 이통사 유심(USIM)을 쓸 수 없어 LTE는 물론 3G 연결도 안 됐다. 결국 지난 2박 3일 무료 와이파이 존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이런 악조건에도 리뷰를 시도한 건 음성 인식 기능 때문이었다. 팬택은 지난 3일 베가레이서2를 공개하면서 '오래가는' 배터리와 대화형 한국어 음성 인식 기능을 강조했다. 아이폰4S '시리(Siri)'만 못하더라도 일단 우리말이 통하는 게 어디냐 싶었다.

'베가레이서2' 했더니 '별거합의서 투'?

"제대로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해주십시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베가레이서2의 '한국어 대화 능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다. 우선 질문 목적이 '검색'인지 '전화'인지 '문자'인지 일일이 알려줘야 했다. 또 '카메라' 같은 주요 기능이나 연락처 이름처럼 범위가 좁은 용어는 비교적 정확히 인식했지만 검색은 인식 시간이나 정확도면에서 구글 음성 검색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베가레이서2"를 '별거합의서 투'로 잘못 알아듣기도 했다.

카메라 음성 촬영은 실내에선 정확도가 높았지만 야외나 시끄러운 장소에선 정확도가 반반이었다. 또 실제 촬영까지 2~3초쯤 간극이 있다 보니 "스마일"하며 포즈를 취한 아이 모습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셀프 카메라' 용도면 모를까, 실용성은 떨어졌다.  

배터리 사용 시간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아침에 완전 충전하면 하루 종일 테스트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지만 배터리 소모가 많은 음성 통화나 데이터 통신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평가는 어려웠다.


a  베가레이서2 '스마트 보이스' 기능을 활용한 음성 명령(왼쪽)과 구글 음성 검색.

베가레이서2 '스마트 보이스' 기능을 활용한 음성 명령(왼쪽)과 구글 음성 검색. ⓒ 김시연


스마트폰, PC와 무선으로 만나다

오히려 베가레이서2를 쓰면서 가장 쓸모가 있었던 건 음성 인식도 배터리도 아닌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와 미디어 라이브 기능이었다. 데이터 연결선 없이도 PC와 스마트폰 간에 콘텐츠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베가 클라우드 라이브'는 애플 아이클라우드처럼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 동영상, 문서, 일정, 연락처 등을 자동 백업해주는 가상 저장 공간(서버)으로, PC와 스마트폰간에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와 달리 와이파이뿐 아니라 LTE나 3G망을 이용할 수도 이다. 용량이 큰 동영상까지 백업하는 걸 감안해 '와이파이' 전송으로만 제한할 수도 있다. 또 무료 제공 공간도 16GB로 아이클라우드(5GB)보다 많아 16GB 내장 메모리 한계를 보완했다.

'N스크린' 서비스인 '베가 미디어 라이브'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을 PC나 TV 화면을 통해 실시간 중계할 수 있다. 미디어 라이브 기능은 스카이 자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앱스 플레이'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앱스 플레이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옛 안드로이드마켓)나 T스토어, 올레마켓 같은 이통사 앱 스토어들과 달리 게임, 영화, 음악, TV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만 판매한다.

게임의 경우 스카이 스마트폰에 최적화됐다고는 하지만 유료 콘텐츠도 많지 않고 무료 게임은 '앵그리 버드' 류가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큰 차별성이 없다. 다만 오픈 이벤트로 SBS 'K팝스타' 에센셜 앨범과 '신들의 전쟁', '네버엔딩스토리', '개그콘서트' 같은 영화와 TV프로그램 일부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어 '맛보기' 효과는 있었다.  

와이파이를 이용하더라도 1GB 넘는 영화 한 편을 주고받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와이파이로 2시간짜리 영화 한 편 다운로드하는 데는 30분 남짓, 업로드는 1시간 넘게 걸렸다. 하지만 '미디어 라이브'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화를 PC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PC에 있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때 PC와 스마트폰 모두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집이나 직장에 있는 PC를 항상 켜놓고 다니면 모를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원격지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하긴 쉽지 않다.

a  스카이 단말기 전용 앱스토어인 '앱스 플레이'

스카이 단말기 전용 앱스토어인 '앱스 플레이' ⓒ 김시연


팬택, '한국판 애플' 꿈꾸나

이렇듯 독자적인 에코시스템(생태계)을 구축하려는 팬택의 최근 행보는 '애플 따라하기'에 가깝다. 우선 '클라우드 라이브'는 애플 '아이클라우드'의 판박이고 '앱스 플레이'는 영화, 음악, TV 콘텐츠를 판매하는 애플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가 결합한 형태다. 미디어 라이브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있는 콘텐츠를 TV 화면에 연결해 볼 수 있는 '에어플레이' 기능과 유사하고 한국어 음성 명령 기능은 아이폰4S '시리'를 떠올린다.

물론 애플과 견주기에 팬택이 갈 길은 멀다. 클라우드 라이브와 미디어 라이브는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여서 오류가 많고, 대상 단말기도 베가레이서2와 베가LTE EX로 제한된다. 앱스 플레이도 아직 '자가 발전' 콘텐츠가 대부분이고 한정된 시장에 개발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과거 삼성전자가 애플의 '하드웨어'와 '외형'을 좇아 특허 공격을 받았던 데 비하면  팬택의 행보는 진일보한 것이다. 팬택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에 맞서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 덕택이다. 자사 단말기 사용자로 시장이 제한되는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자사 유심을 꽂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이통사 서비스들에 비하면 경쟁력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짝퉁'은 '짝퉁'일 뿐이다. 당장 애플은 올해 안에 '시리' 한국어 서비스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한국판 아이튠즈에 음반과 영화가 올라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팬택이 '한국판 애플'로 끝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애플 따라하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경쟁력 있고 독창적인 서비스 발굴이 절실해 보인다.
#베가레이서2 #팬택 #스카이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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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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