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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의 '굿 보이'는 연인 정석원?

[음반리뷰] 백지영 미니앨범 < Good Boy >...남성연대 '발끈'은 오버다

12.05.25 10:47최종업데이트12.05.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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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영 미니앨범 재킷 이미지 ⓒ WS엔터테인먼트


지난 21일 남성연대는 가수 백지영의 노래 '굿 보이'가 남성을 비하했다면서 법원에 음원 유통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주인과 개의 그것으로 설정함으로써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남성연대는 2011년 영화 <너는 펫>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한 바로 그 단체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남성연대의 주장처럼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굿 보이'라는 노래가 세상의 모든 남자를 개라고 칭한 것도 아니고 남녀 관계라는 일만 가지 그림 가운데 하나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한데, 남성 일반을 모독했다고 법적인 제재를 운운하는 건 한 마디로 '오버'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뜻하지 않게 '노이즈 마케팅'의 수혜를 입고 있는 '굿 보이'는 가수 백지영이 오랜만에 발표한 댄스곡으로 그녀가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 GOOD BOY >에 수록됐다. 이번 앨범에는 3곡의 신곡이 실렸고, '굿 보이' 어쿠스틱 버전을 포함하면 총 4곡이 담겼다.

'굿 보이'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입씨름을 소재로 한 곡이다. 눈길을 끄는 건 노랫말에 드러난 이들의 권력관계다. 사랑의 크기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긴 하지만, 남자친구와 자신의 관계를 애완견과 '주인'의 그것이라 칭하는 여자의 인식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에게 마음을 주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순수한 사랑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대목을 따 온 듯한 대화체의 노랫말,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드라마틱한 곡 구성, 섹시하면서도 힘 있는 백지영의 보컬과 용준형의 '삐딱한' 랩 등이 이 곡의 주요 감상 포인트다.

'굿 보이'의 어쿠스틱 버전에는 용준형의 랩이 없다. 대신 기타와, 피아노, 탬버린, 드럼 등 어쿠스틱 악기가 빚어내는 사운드가 색다른 맛을 준다. 특히 전주로 등장하는 멋들어진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다. 오리지널 버전에 비하면 살짝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청자에 따라선 이 곡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백지영 ⓒ WS엔터테인먼트


'목소리'는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 보낸 여자의 슬픔과 고통을 노래한 곡이다. 화자를 괴롭히는 건 '눈을 감아도 또 숨을 참아도' '자꾸 들리는' 그의 목소리. 대관절 그의 목소리는 어떤 것일까? 리쌍 개리가 랩으로 풀어내는 노랫말을 보면 그건 원망의 목소리다. '아프게, 더 날 나쁘게 만드는 그 놈 목소리'라는 여자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두 사람의 이별을 주도한 건 그녀 쪽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 보내야 한다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 곡은 '총 맞은 것처럼' 이후 형성된 이른바 백지영표 발라드로, 흐느끼듯 슬픔을 노래하는 그녀의 호소력 짙은 창법과 후렴부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 라인이 강력한 원투 펀치를 이룬다.

'어제보다 오늘 더'는 한창 열애 중인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매일 사랑해 더 많이 사랑해' '나도 놀랄 만큼 내 안에서 자꾸 그대가 커져' 등 '닭살 돋는' 표현이 그득한데, 그도 그럴 것이 화자에게 그 남잔 '외로움이란 길 그 끝에서' '기적처럼' 그녀 앞에 나타나 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난 자리는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경쾌한 곡 구성은 산뜻하지만 '굿 보이'나 '목소리'에 비하면 심심하다. 시쳇말로 강력한 한 방이 없단 얘기다.

미니앨범에 실린 곡들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백지영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물론 '목소리'를 제외해야겠지만, '굿 보이'와 '어제보다 오늘 더'의 노랫말에서, 연하인 배우 정석원과 목하 열애 중인 그녀의 연애사를 떠올리지 않기란 사실 힘든 일이다.

그 노래들이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는 지 여부와 상관없이 백지영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킥킥대며 즐거워 할만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백지영과 그녀의 소속사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정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스타와 팬 간 거리가 줄어들고, 급기야 발 없는 말이 지구 반대편까지 그야말로 순식간에 퍼지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백지영 굿보이 정석원 남성비하 남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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