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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기발령', 포털 검색어에만 오르지 않았나"

12일 오후 MBC 노조, 기자간담회 개최..."회사, 바보짓 계속하고 있다"

12.06.12 17:21최종업데이트12.06.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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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MBC 앵커는 지난 11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 5월 그가 "김재철 사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 아웃!"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해고된 박성호 기자회장, 이용마 노조홍보국장 등 동료기자 복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모습. ⓒ 권우성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에서 사측의 2차 대기발령에 대해 "빈 총을 쏘고 있다"고 촌평했다.

12일 MBC 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파업 상황과 앞으로의 투쟁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날 34명의 2차 대기발령자가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이 자리에서 MBC 노조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우리끼리는 '빈 총을 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운을 뗐다. 많은 조합원들이 파업으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진행하는 일을 중단시키고 기본급만을 주는 조치인 '대기발령'은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

이 국장은 이번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사측이) 전시효과를 노린다고 해야 하나, 엄포를 놓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그런데 오히려 (대기발령으로) 포털 검색어만 오르는 등 회사가 바보짓을 반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영하 위원장도 동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대기발령이 "파업중인 조합원은 흔들고 협박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정 위원장은 "노조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이것은 인사권을 쥔 사측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간섭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배현진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 당시에는 '개인적 선택'을 중요 화두로 제시했던 사측이 대기발령 등의 채찍을 통해 조합원의 '개인적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부당노동행위의 쟁점은 회사가 임금이나 근로자들의 지위를 부여할 때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측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미끼로 조합원들을 흔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가진 권한 속에서 쓸 수 있는 폭력은 다 썼다고 생각한다"

MBC가 대기발령자를 대거 발표하면서, 아나운서국에서도 강대형, 김완태, 박경추, 최현정, 최율미, 김경화 아나운서 등 많은 이들이 대기발령자에 포함됐다. 사진은 지난 5월 아나운서들이 개최한 일일주점 개점 당시의 모습. ⓒ 권우성


또한 이날 정 위원장은 이번 대기발령에 포함된 명단에서 어떠한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짚어냈다. '징계의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주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을 (명단에) 올릴 텐데, 이번 대기발령은 공통적으로 보이는 기준이 없다"며 "철저히 조합 내부 구성원을 흔들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차 대기발령자가 나오면서 이번 파업으로 징계를 받은 이들만 140여명에 달하는 상황. 뿐만 아니라 MBC는 파업 이후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보도본부를 쪼개는 등의 조직개편과 인사개편을 단행,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합법적으로 회사가 가진 권한 속에서 쓸 수 있는 폭력은 다 썼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규정하는 이유는 그간의 징계나 조직개편에 납득할 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영하 위원장은 대기발령 명단에 포함된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정 위원장은 "사실 (대기발령을) 당하는 일반 조합원 입장에서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평소에 일하면서 대기발령이나 징계를 받을 조합원들이 많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이번에 대기발령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에이스들"이라며 "이들이 이런 징계를 받았다는 건 앞으로도 '대량학살'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한편 MBC는 11일 34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번 대기발령 대상에는 파업 참여 전까지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최일구 앵커를 비롯해 < PD수첩 >의 이우환 PD와 <아프리카의 눈물> 한학수 PD, 김경화·최현정 아나운서 등이 포함됐다. 지난 1일에도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와 박경추·김완태 아나운서 등 35명이 대기발령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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