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벙 만들어 황새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황새마을 예정지 논에 '비오톱' 조성

검토 완료

장재완(jjang153)등록 2012.06.14 17:39

황새마을 예정지인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일대 논에서 '둠벙(비오톱)'과 어도를 만들고 있는 '황새복원센터' 연구원들. ⓒ 황새복원센터


어릴 적 논의 한 귀퉁이에 가면 둠벙이 있었다. 논에 물이 마르면 둠벙의 물을 품어 모의 갈증을 풀어줬다. 그리고 그 둠벙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살았다. 그 물고기를 사람도 먹고 물새도 먹었다. 그러한 둠벙이 '양수기'의 보급 등으로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둠벙에서 더 이상 물을 품지 않았고, 물고기도 논에서 사라져갔다.

지난 13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들판에 낯선 풍경이 벌어졌다. 도회지에서 찾아온 젊은 연구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그 '둠벙'을 만들고 있었던 것.

이들은 논의 한 구석을 파내어 물이 고이도록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 웅덩이와 하천이 잘 연결이 되도록 수로(어도)를 냈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둠벙(비오톱) 조성에 나선 이들의 정체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의 연구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둠벙을 만든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되는 '황새마을 조성사업' 예정지다.

황새복원센터는 논생물이 벼의 생산량증대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이날 연구용 논에  비오톱 조성작업을 진행 한 것. 이 '비오톱(Biotop)'은 생물이 사는 그릇이라는 의미로, 논에서 물을 뺀 이후에도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도피처로써의 기능과 내년에 있을 황새의 방사 이 후 황새들의 먹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독일에서 발간한 'Fish Science'학술논문에서 일본의 'T.수르타 연구팀'에 의하면 물고기가 서식하는 논과 그렇지 않는 논과 비교했을 때, 물고기가 서식하는 논에서 20%정도 벼의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것은 비료를 뿌린 것보다 물고기의 배설물로 인해 질소성분이 높아져 땅이 비옥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새복원센터의 1차적인 목표는 예산군 광시면 일대 논 전체 면적의 약5%에 해당하는 규모로 비오톱을 설치하고, 마을하천과 논을 잇는 어도를 설치하여 예당저수지에서 서식하는 물고기가 지방하천인 '무한천'과 마을하천인 '시목천'을 거쳐 논으로 거슬러 올라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새복원팀은 현재 광시면 대리의 약 2000여 평(6611m²)의 논에 어도와 비오톱을 설치하여 올해부터 벼의 생산성, 생물다양성 그리고, 토질의 변화과정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만일 이 연구 결과, 벼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논이 비옥한 토질로 변화된다면 우리나라 친환경 벼농사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황새복원센터 관계자는 "비오톱과 어도 등의 설치로 황새의 안정적인 서식처를 마련함은 물론 벼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이 방법을 전국의 논으로 확대할 경우 농민들은 비료구입비를 절감하고, 하천의 오염은 줄어들고, 안전한 먹거리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