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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저격녀'...이젠 '그냥, 조연 김아영'도 괜찮다

[인터뷰]SBS <아테나: 전쟁의 신>에 출연한 탤런트 김아영

12.06.17 16:23최종업데이트12.06.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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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의 인생 드라마,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김아영

2011년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은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신>에 출연한 수애에게 돌아갔다. 그녀가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동안 그 드라마에 출연하자마자, 극 중에서 수애의 총에 맞아 죽는 역으로 출연했던 신인 여배우는 '저격녀'라 불리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의 관심은 잠깐일 뿐,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지난 14일, 한강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한 때 '저격녀'라 불리던 신인 여배우 김아영을 만났다. 1986년에 태어난 김아영은 현재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4학년에 다니고 있다.

"이번 학기에도 18학점 신청해서 듣는 중이에요. 다음 주에 시험 두 개를 치러야 하고 리포트도 하나 써야 해요."

김아영은 <아테나: 전쟁의 신>에서 '블랙4'라는 코드명으로 잠깐 출연했다. 잠깐 출연이었고, 짧은 신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덕에 시청자와 네티즌은 그녀에게 '저격녀'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 이후 김아영의 연기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체감할 수 있었던 건 '네이버 지식인'에서 '저격녀 누군가요?'하는 질문이나, 싸이월드 미니홈피 조회 수가 상승했고, 검색어 순위에서 잠시 상위권에 올랐던 일 말고는 별다른 건 없었어요."

SBS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신>에 출연해 '저격녀'란 별칭을 얻게 된 장면 ⓒ sbs


반짝 관심은 사실 '저격녀'라는 별칭이 붙기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 미얀마 현지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한국인 최초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국빈 대접을 받았다고 우리나라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녀의 나이 스물 두 살 때의 일이다.

"미얀마로 여행을 갔다가 전생에 미얀마 여왕이었다는 걸 깨닫는 내용의 드라마였어요. 미얀마 주요 신문 1면에 한국에서 여배우가 드라마 촬영하러 왔다고 소개되기도 했고요. 거기도 한류열풍에 영향을 받은 거죠. 촬영지마다 현지 사람들 수백 명이 몰려나와 구경했었어요."

가수 이승철의 노래 <시계>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김아영 ⓒ <시계> 뮤직비디오


현재는 김연아가 모델이 된 LPG E1의 모델 등 여러 CF에 얼굴을 내비쳤다. 또, 이승철의 <사랑한다>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은 '김아영'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KBS 드라마 <자체발광 그녀>에서 주인공 소이현의 후배나 영화 <쉐어 더 비젼>에서 이병헌을 상대하는 바텐더로서 그녀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고, 여기에 소속된 기획사도 없는 터라 홀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녀는 조연 배우로 살아가는 애환을 토로했다.

"조연이니까 항상 무시를 당하고, 똑같은 잘못을 해도 주연 말고 저만 혼나는 상황이 많아요. 신인 때는 대우가 너무 비참하죠. 어떤 분들은 '너는 안 될 거야, 네까짓 게 뭐라고' 하면서 막말을 쏟아내기도 해요. 자존심 상하게 돼서 연기를 그만두려고 한 적도 두 번 정도 있었어요."

분장하는 김아영 ⓒ 김아영

신인들이 흘리는 눈물들은 때론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 알려진 신인배우 정아율의 자살 소식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말했다.

"그분의 심정을 이해하죠. 혼자 있다고...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느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아영은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신인배우로서 겪어야 할 인생 수업쯤으로 생각한다. 이런 낙관적인 모습은 평소 지니고 있는 털털한 성격도 한몫하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보는데, 유명세를 타거나 하는 것에는 마음을 이제 놓았어요. 많은 분이 알아봐 주고 사랑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것에 욕심은 없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인기 연예인 김아영보다는 연기자 김아영이 되려는 앞으로의 포부들을 전했다.

"드라마는 배우의 길을 가기 위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광고도 포기하고 드라마를 선택하기도 했거든요. 시간에 쫓겨서 찍는 드라마가 아닌 디테일을 지닌 영화도 찍어 보고 싶어요. 독립영화도 기회가 닿으면 꼭 출연하고 싶구요."

드라마에 한 회, 한 회 나올 때마다 연기가 늘었다고 주변의 반응이 올 때 좋았다는 그녀는 진짜 배우의 길을 걸으며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새싹이다. 큰 나무의 그늘 속 작은 나무들은 빛을 받지 못하면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스스로 빛을 만들어 묵묵히 성장하는 '자체 발광 그녀'가 있다. '일등만 기억하는' 현실 세계의 인생 드라마에서 당당한 주인공인 탤런트 김아영, 그녀 삶의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신인 탤런트 김아영 ⓒ 김아영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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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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