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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섹시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탐구

12.06.17 10:13최종업데이트12.06.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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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부부 사이의 암울한 극복기를 특유의 영상과 잔잔한 코믹으로 경쾌하게 풀어낸 영화로 입소문 자자하다. 그렇지만 부부사이라는 그 커다란 중심 구도를 기점으로 하여 어떤 다양함에 대해서, 또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화 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확히 꼬집고 있다. 바로 그녀, 임수정(연정인 역)의 속사포랩과도 같은 대사와 행동에서 말이다.

"그녀는 최고였다 입을 열기 전까지는…" 이라고 운을 뗀 영화 홍보용 줄거리의 첫 문장을 과감하고도 통쾌하게 한방 날려버리는 그녀의 활약에 적잖이 감동했다. 그녀가 입을 열면 최고 그 이상의 그녀가 되었다. '나'라는 관객의 일방적이기도 하고 지리멸렬했던 예상투구에 반전과 파울을 선언한 '정인'을 지금부터 응원한다.

상상을 해 보았다. 남편 두현이 아내 정인에게 처음 가졌을 상상 말이다. 내 상상의 시작은 부부사이에서 정인의 위치를 '요리 잘하는 아내', '예쁜 아내', '섹시한 아내' 정도에만 두고 싶어 했던 남편 두현의 엇나간 바람이다. 일본의 지진 한 가운데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 정인이 요리를 배우러 일본에 왔다고 두현에게 설명했던 그 날, 그들의 첫 느낌을 사랑으로 도배하고 싶었던 그 날, 두현은 분명 자기 나름대로의 기대와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상 사랑했고, 사랑하는(?) 아내와의 삶을 못 견뎌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꼬셔 달라' 청탁을 할 리가 없다.

그가 했을 법한 상상이상의 바람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그녀는 요리를 잘 하니 굉장히 조신하고 여성스러울 거야.'
'그녀는 여성스럽고 예쁘니까 정리도 잘 하고 깨끗하게 사는 사람일 거야.'
'그녀는 완벽한 여자야!'

이런 식의 대략적인 3단계를 거쳐 완성되었을 상상과 성급한 결론.
이렇게 읊고 보니 남편 두현의 바람이 꽤나 엇나간 상상이었다는 판단에 확신이 생긴다. 영화를 보면 남편 두현의 엇나간 상상으로 인해, 바로 그것으로 인해, 두현과 정인이 겪어야 할 부부사이의 고초가 탄생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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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정인은 요리를 잘한다. 예쁜 접시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남편과 함께 먹는 것도 그녀에겐 행복이다. 거기다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딱 여기까지가 두현이 정인에게 느끼는 여성스러움이다. 상상 속 정인이 7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실제로 드러나는 순간, 두현은 정인이 더 이상 '여성스럽지 않다'고 느낀다. 그녀가 말을 많이 하고, 소리를 지르고, 보통의 당연화된 상식에서 벗어나는 돌발적인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을 때에, 남편 두현은 아내 정인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기를 바라기 시작했다. 아내 정인은 원래 그러했지만 남편 두현이 상상하고 기대했던 여성스러운 그녀는 아내 정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두현은 자신이 범해버린 오류가 얼마나 찌질하고도 고리타분한 것인지를 알아야 했다. 아내를 몰라주는 남편, 세상이 만들어낸 보통 이상의 것을 보려 하지 않았던 남편이 바로 두현이었다.

그녀는 '세상이 만들어낸' 보통의 여성스러운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왜 삼겹살집 간판에는, 돼지가 동족인 돼지의 살코기를 불에 구우며 웃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며,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잔인함이라며 삼겹살집 간판기획을 비판하고, '신문사절' 이라고 대문 앞에 써 붙여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아침 신문을 던져 넣는 신문배달 남자에게 신랄하게 항의를 하고, 삶이 긍정적이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반항의식을 품는 그녀, 정인이 보여주는 당연 화 되었지만 잘못되었을 수도 있을만한 사실들에 던지는 창날과도 같은 비수에 통쾌함의 연속을 경험했다.

정인의 삶 속 철학에서는 동족이 죽은 동족의 살코기를 들고 웃는 잔인함이 용서가 안 되며, 분명한 의사표현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할 수 있고,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더 많을 수가 있었다. 그 싫은 것들을 향한 통렬한 비판도 허용되는 그녀의 철학은 어쨌거나 지금의 만들어진 '보통'과는 다르다.

'까다롭다'고 표현하기엔 너무도 솔직하여 내겐 아름다운 그녀 정인의 삶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보통의 당연화된 의식속 사람은 바로 남편 두현이었다. 그에겐 창피하게만 느껴지는 그녀가, 세상이 만들어낸 '보통'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속하지 않고도 여성스럽다고 표현하기엔 아직 이른 걸까.

아직은 '보통'의 여성스러운 그녀가 아니지만 곧 그녀 정인에게도 '보통 여자들은 다 저렇게 여성스러워' 까지가 안 된다면 '보통 저런 여자도 여성스럽다고 할 수 있어.' 라는 표현이나마 빗발칠 날을 고대한다. 물론 지금의 정인이 바뀌기를 고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기한다. 목소리 높은 여자도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스럽다. 야멸차고, 대상을 향해 투덜대고 직언을 해도, 여성스러울 수 있다. 남편에게 등 떠밀려 카사노바에게 유혹 당하지 않아도, 아내·여자로서의 매력을 확인할 수가 있다. 영화는 영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삶도 충분히 영화 같은 삶이다. 그리하여 난 영화 같은 삶 속 모든 '정인'을 응원하겠다. 그 흔한 '파이팅'이란 말은 이럴 때 써 먹으라고 있는 말 같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 이선균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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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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