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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객창 밖...내가 있었다

[영화리뷰]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잔잔한 영상은 덤

12.06.24 11:19최종업데이트12.06.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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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삶의 안식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인도로 가기를 결심한 이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삶이 힘겨워 더 이상은 지탱할 기력이 소진할 때, 더군다나 그 시기가 젊은 시절도 아니고 삶의 늘그막에 다다를 시기라면 전환점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전환점에 다다르려면 객창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익숙한 환경이나 가족이라는 틀거리 안에서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 말이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영국이라는 일상에 질식하기 일보 직전인 영국인들의 객창감을 다룬다. 영국이라는 일상의 질식에 빠진 이들에게 인도는 노년의 안식을 위한 정신적인 도피처이거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안식처로 기대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인도 호텔의 브로셔만 믿고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막상 도착하고 나니 기겁을 한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인도판 귀곡산장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호텔이기 때문이다.

정서적 안식을 위해 인도를 찾은 영국인들은 처음에는 멘탈붕괴를 겪는다. 폐가 수준의 호텔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낯설기만 한 인도의 풍습에 적응해야 하니 말이다. 안식은커녕 스트레스 만땅으로 귀국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낯선 이국 땅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일상을 통해 삶의 전환점을 찾거나 잃어버린 생의 의미를 하나 둘 찾기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객창감이 발휘하는 순간이다. 누구나 불확실성은 싫어한다. 예상 가능한 진로가 아닌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은 우리를 낯선 길로 인도하는데, 그 안에서 우리가 겪을 행로를 예측하거나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매사에 불만인 아내 진과 갈등하는 더글라스(빌 나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하지만 예상 가능한, 익숙한 행보를 버리고 전혀 알지 못하던 신세계에 발을 내디딜 때 신세계라는 새로운 길을 통하여 얻는 게 있다.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인연이다. 카스트의 가장 최하층 계급에도 속하지 못한 불가촉천민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방인이 되어주는가 하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지금의 배우자를 붙잡고 있는 것만이 최상의 방안이 아님을 불현듯 깨닫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은 이들이 영국에만 머물렀다면 체험하지 못할 객창감이 가져다주는 혜안이기도 하다.

육신이 나이 드는 노쇠함과 낯선 이국의 땅이라는 객창감이 서로 만날 때 새로이 생겨나는 인연과 씨줄과 날줄처럼 새롭게 직조되는 다양한 체험은 영국인들로 하여금 새로운 모험에 빠지게끔 만든다. 영화는,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은 젊은이뿐만 아니라 나이든 이에게도 필요할 때가 있노라고 잔잔한 영상으로 관객에게 속삭인다.

삶의 전환점은 객창감을 통해 이루어질 때도 있는데, 이 객창감이 가져다주는 예상치 못할 낯선 경험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일 때 이뤄지는 마법은 잔잔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을 보듬어준다.

그리고 이들 영국 노인들이 겪는 다양한 체험은 이들의 삶에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제공하거나 삶을 바라보는 관조의 영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장되어 있음을 깨닫도록 만들어준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새로운 세계인 인도가 제공하는 관조의 영역을 영국인의 입장을 빌어 간접 체험할 수 있기도 하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객창감 영국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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