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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의 침체 위기...문제는 '축제'다

전격 녹화 방송 전환 <나가수2>가 재기하기 위한 전제조건

12.06.29 09:59최종업데이트12.06.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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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나는가수다2>에 출연한 가수 한영애 ⓒ MBC


전격 녹화방송 전환...그래도 침체의 시름은 깊어 보인다


지난 4월 29일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문을 연 MBC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이토록 심한 부진의 늪에 빠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MBC 노조의 장기 파업이 <나가수2> 시청률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첫 방송보다 시청률이 대폭 하락한 채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나가수2>가 앓고 있는 침체의 늪은 상당히 깊어 보인다.

6월 들어 기존 생방송 체제를 포기하고 사전 녹화방송으로 진행한 <나가수2>는 28일 재택 평가단 평가(시청자 문자 투표)를 폐지하고, 전격 녹화방송으로 전환을 꽤할 예정이다. 기대했던 생방송이 <나가수>가 지닌 특유의 긴장감을 살리고, 청중 평가단의 '막귀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문자 투표가 인기투표로 변질할 우려가 노출되자 내린 제작진이 내린 초강수 대책인 셈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1처럼 녹화방송으로 전환하고 청중 평가단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재택 평가단 대신 모니터 평가단을 보완했다고 하나, 과연 이러한 움직임이 <나가수2>를 살릴 수 있는 특효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가수들의 긴장감을 덜어주고 예능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전격 녹화방송으로 전환하는 <나가수2> 제작진의 취지는 공감한다. <나가수2>는 음악 프로그램이기 이전에 예능이다. 그래서 가수들의 열창에서 오는 감동은 물론, 흥미를 유발하는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나가수2>의 무대는 떠오르는 신성 국카스텐을 제외하곤 신선하지도 않고 묵직하고 엄숙한 분위기만 감돈다. 한영애, 이은미, 김건모 등 연륜이 묻어나는 관록의 무대는 그 자체로서는 감동이지만 화제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나가수2>가 곱씹어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가장 낮은 득표를 받은 가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구조가 <나가수>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 하나, 한발 더 나아가 A조 B조를 나뉘어 그중에서 상위권, 하위권으로 나뉘어 경쟁을 시키는 구도는 참여하는 가수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부담도 증폭시킨다. 그리고 탈락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나, 그달의 가수전에서 1위를 차지한 가수가 12월에 열릴 '가왕전'까지 잠시 하차하는 시스템은 시청자들이 <나가수2>에서 오래 보고 싶은 가수를 빨리 내보내지 않기 위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안겨준다.

MBC <일밤-나는가수다2>에 출연한 가수 박완규 ⓒ MBC


순위와 탈락의 집착보다 음악 축제로 거듭나는 노력 있어야

<나가수>가 초반 '가수를 모욕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가요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이유는 <나가수>만큼 실력 있는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락'이라는 압박은 수도 없이 무대에 선 최고 뮤지션마저 떨게 하고, 그들이 매 순간 느낀 긴장감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생존의 두려움 속에서도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살아 있었고, 잔인한 서바이벌 구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수와 시청자 모두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각인되었다.

지금 <나가수2>도 가수들은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고, 음악만 놓고 듣자면 충분히 듣는 이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하지만 현재 <나가수2>는 가수와 시청자가 하나가 되어 진정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가수2>라는 살벌한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난무하다.

이대로 전격 녹화 진행과 시청자 문자 투표를 폐지하면, 과거 <나가수>의 발목을 잡았던 '청중 평가단 막귀 논란'과 '목청킹' 현상은 더욱 가속화로 그나마 <나가수2>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장르의 다변화마저 퇴색될 우려가 있다.

침체되어있는 시청률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는 좋다. 하지만 '순위'와 '탈락' 그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애초 <나가수>의 기획 의도인 진정한 음악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어야 <나가수2>에 등을 돌린 시청자들도 다시 마음의 문을 열고 가수들의 무대를 마음껏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부디 <나가수2>의 부활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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